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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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으로 미리 만나본 신경숙 작가의 신작이다.

제목 자체가 울림을 주는 묵직함 때문에 받고서도 한동안 손에 잡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그 누군가의 집안의 가장이자 아버지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모든 한국 남성들을 대표하는 대명사인 것 같은 이름, 어릴 적 아버지의 모습이 반추되면서 연신 떠오르는 기억의 소환 상자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굴곡진 한국의 시대를 껴안고 그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내야만 했던 아버지의 그림을 그린 작품 속 내용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식들만큼은 나가 하고 있는 일을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있겠는가마는 소설 속 아버지가 품어온 자식들에 대한 사랑은 한국 남자를 대표한다.


병원에 입원하는 엄마를 대신해 아버지가 계신 집으로 오게 된 딸이 아버지를 곁에 모시면서 느낀 감정들이 그동안 살기 바빠 신경을 쓰지 못했던 부분들을 통해 들려준다.


 자신의 아픈 마음만 가슴에 담고 살았지 아버지가 느끼는 아픈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는 자식을 바라보는 심정을 미처 느끼지 못한 부분들, 같은 형제라도 위치에 따른 부모에 대해 느끼는 심정들이 잘 드러난다.


어쩌면 부모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선들이 폭발하면서 연신 눈물샘을 자극한다.




***** 사는 일이 꼭 앞으로 나아가야만 되는 건 아니라고 해서, 돌아보고 뒤가 더 좋았으면 거기로 돌아가도 되는 일이라고 해서. 붙잡지도 말고 흘러가게 놔두라고 해서. 

 -p 90



시대적으로 원치 않았지만 가장으로서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인생의 시작부터 6.25, 시위대, 최루탄을 맞은 일들까지, 동시대를 살아온 모든 사람들에게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묻게도 되는 내용들이 잔잔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 


살아가는 시간 속엔 기습이 있지. 기습으로만 이루어진 인생도 있어. 왜 이런 일이 내게 생기나 하늘에다 대고 땅에다 대고 가슴을 뜯어 보이며 막말로 외치고 싶은데 말문이 막혀 한마디도 내뱉을 수도 없는..... 그래도 살아내는 게 인간 아닌가. -p.323




아파도 아프단 말을 삼켜야 하고 노화로 인한 육신이 말을 듣지 않아 더 이상 당신이 생각하는 일들을 할 수 없었을 때의 느낌, 그저 누군가와 말 한마디라도 하고 싶어 홈쇼핑에 전화를 거는 모습들을 읽을 때면 무심했던 자식으로서의  입장이 후회로 밀려오게 한다.



특출할 것도 없는 보통의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 강하다고만 느꼈던 아버지가 어느 순간 어깨가 굽고 몸은 수수깡처럼 말라 마른 장작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변한 것을 바라보는 자식의 입장은 그저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일들만 몰려올 뿐이다.


저자의 담백하고도 솔직한 느낌을 토대로 그린 작품을 통해 전화 한 통이라도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 시대의 모든 아버지란 이름으로 불리는 당신들에게 바치는 오마주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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