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산 3 - 특별합본호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세상이 어지럽고 살기가 팍팍한 시절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조정 대신들도 아니요, 바로 힘없는 백성들이다.

1. 2권이 등장인물들의 됨됨이와 자신의 신분을 벗어나 활빈당으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렸다면 이제 3권은 본격적인 그들의 행동들을 그린다.

 

구월산과 자비령으로 나뉜 길산 패들이 전국적으로 휩쓴 기근, 특히 황해도가 가장 심한 가운데 길산 일행은  서흥 중부지방의 객관인 용천관 앞에서 들은 정보인 도상방 조 동지가 마을 사람들에게 인심을 잃고 진곡 미를 내놓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마을 사람들을 선동하여 그의 집으로 쳐들어 가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빈당으로써 자신들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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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이란 사람 사는 세상의 모든 것을 빼앗아서 뭉개고 짓밟고 사람답지 못하도록 만드는 가장 무서운 재앙이니, 이것이 사람 사이에서 비롯된 일이라면 피를 흘리고라도 없애야 할 것이며, 이는 바로 하늘 아래 온갖 만물이 생명의 섭리 안에 자라듯이 하늘의 뜻을 들어 바로잡아야 될 것인지라'.....

 

 

여기엔 살주계, 검계라고 불리는 양반댁의 수노부터 솔거 노비, 도망 노비, 사람을 죽이고 도망 칠 수밖에 없었던 산진, 그리고 신분 차이에서 오는 불만의 고조가 결국 자신의 목숨마저 버리게 되는 안타까운 개천이란 인물들의 삶을 통해 진정으로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지를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당시 조정의 당파싸움에 몰두했던 위정자들의  자신들 안위 걱정은 길산이 점령한 조포읍에서의 활빈으로 인해  그 지역 유지 유 사과네 자제와 신엽의 수하인 최형기의 치밀한 계획으로 이어진다.

 

험난한 지형의 구월산 골짜기에서  아무런 죄도 없이 살고 있던 유민들과 거사 패들의 몰살과 여인의 겁탈의 과정은 연이어  감동과 만석이 있는 구월산 된목이골을 초토화시키지만 결국 조정과 최형기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를 묻게 된다.

 

 

 

 

 

 

 

세상의 불합리 앞에 자유의지로 자신들이 살고 싶었던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북성의 죽음 앞에서는 북성이 목 대감에게 한 말을 읽으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과 울분이 느껴졌던 것, 또한 잊을 수가 없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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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우리들 노비란... 당신네 양반들에게는 개돼지나 우마(牛馬)와 다를 바 없지 않소. 상전 편에서는 은의라 하나 우리 쪽에서는 다만 한때의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진정한 은의라면 왜 진작에 면천시켜주지 않았습니까. 허리가 부러지도록 평생을 댁네를 위해 일하다가 몸져누운 할아버지를 시구문 밖에 내다버리라고 했던 것도 당신들이지요. 대감께서 장례를 치르도록 하였다지만, 집안의 강아지에게 한 줄기 인정을 쓰는 것은 무엇과 다르오. 댁네는 우리 누이를 삼남 향족에게 팔아버렸지요. 왜 그랬나요. 그때에 내가 어렸으나 누이와 어미가 붙들고 울어서 다 듣고 말았소. 이 집 큰서방님짜리가 음행하여 말썽이 생겼기 때문이지요. 그때에 누이가 아이를 가져서 값이 후하였다고 댁네들이 지껄이는 소리도 들었소. 나와 내 아우가 자라나며 겪은 온갖 매와 고달픔은 다 잊었으나, 어미가 겪은 수모는 말로 꺼낼 수가 없소. 댁네 양반들은 모두들 음예(淫穢)로 날을 보내며, 부인들은 갖은 포학으로 앙갚음을 하였으니, 내가 어찌 한두 번 댁네를 죽이고자 작심하였겠소. 어미가 손가락을 작두에 잘리고 골방에 돌아와 울 적에, 나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어둠속에다 대고 맹세하였지요. 언젠가는 댁네 양반들을 이 세상에서 하나도 남기없이 쓸어버리겠다고....-p327

 

 

 

 

 제도의 옳지 못한 부분을 인정할 수 없는 목 대감 같은 가진 자들의 기득권 유지를 지키려는 행동과 이에 반하여 한 인간으로서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노비란 이름으로 불린 자들의 인생 대비가 너무도 극명하게 다가온 시대, 그 시대의 당위성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어려운 세상에 미륵이 나타나 양반과 노비의 구분이 없는 세상을 밝혀줄 그날을 기다리는 백성들의 마음을 정작 나라를 다스리는 자들은 모르는 시대, 길산을 과연 어떤 결단을 내릴지, 마지막 여정을 기대해 본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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