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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삶과 책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평점 :

SF를 좋아하는 독자치고 이 작가를 모를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에서야 당당하게도 판타지 분야도 문학의 한 장르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독자들의 호응이나 시선들,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문학의 풍토가 조성이 된 후에야 정착되기까지에는 많은 작가의 노력이 있었음을 두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이 책은 정말 허를 찔렀다.
그동안 출간한 책들의 분위기만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에세이라니?
그것도 휴고 상 8회, 네뷸러 상 6회, 로커스 상 24회 등 유수의 문학상을 휩쓴 그녀가 더군다나 <어스시의 마법사>로 세계 3대 판타지 소설에 이름을 올린 저자의 산문집이란 내용에 우선은 궁금증이 일었다.
책의 내용은 강연용 글, 에세이, 서평, 서문, 그리고 1994년 여성 작가들만의 칩거처 '헤지브룩'에서 창작을 하며 보낸 일주일의 기록을 담고 있다.

작가가 바라보는 다른 작가에 대한 서평은 어떻게 썼을까?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시선에서의 내용은 우선 '주제 사마라구'에 대한 내용이 눈에 띈다.
주제 작가의 특징인 쉼표 없이 이어지는 문장들 때문에 저자 자신도 일반 독자들처럼 같은 느낌을 느꼈다가 "내가 아직도 배우게 되는 유일한 소설가"라는 글귀는 저자 자신의 뛰어남 뒤에 다른 작가에 대한 수줍은 고백처럼 느끼게 된다.
판타지 문학을 읽으면서 가끔 생각나는 "상상이 현실이 된다'라는 문장이 생각나곤 했다.
이는 개인적으로 어릴 적 무척 재밌게 읽은 판타지 소설과 연관이 있는데, 그 책의 내용은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것임에도 당시 읽었을 때의 가슴 벅찬 무한의 상상력은 작은 아이였던 나에겐 무척 원대하고도 거대한 세계였다.
이렇듯 판타지가 주는 속성은 때론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자 인간의 원대하고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세계를 현실로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가 쓴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올더스 헉슬리를 향한 글과 더불어 미처 읽어보지 못한 책들에 대한 서평은 메모하기가 바쁘게 만들었다.
특히 이창래 소설인 '만조의 바다 위에서'란 작품을 평한 작가의 글이 더욱 와 닿았다.
"예측 가능한 주제들의 독창적인 변주로 가득하고, 디스토피아에 대한 새로운 이해처럼 보이기는 할 정도로 복잡하고 교묘한 관점에서 쓰였다"
이렇듯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는 "문학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최고의 매뉴얼, 우리가 여행하는 '삶'이라는 나라에 가장 유용한 안내서예요."라고 말한 부분들을 공감하게 하고 문학이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어록들이 들어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520페이지가 넘지만 다양한 분야의 글들이 들어있어 기존의 이미지를 생각하고 읽는다면 신선함이, 판타지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좀 더 넓은 시야의 확보를, 아직 판타지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접할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라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