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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2 - 특별합본호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1부가 길산의 탄생과 서서히 세상에 대한 눈을 떠가는 과정과 소중한 인연들을 맺는 것이 주된 과정을 그린 것이라면 2권에는 각기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인생 행보를 그린다.
길산이 일찍이 죽을 운명에 처해 있으면서 새로운 고뇌들을 되새겨 목숨을 건진 이후 본격적으로 세상을 알기 위해 운부 대사를 찾아가 그의 밑에서 나름대로 공부와 무술의 단련을 기대했으나 엉뚱한 밭일만 시키는 것에 대한 반항으로 진작부터 알고 지냈던 고성의 정학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역병이 돌아 관원들조차 방관만 하고 있던 현실에서 오히려 최헌경과 설유징의 단합과 마을 사람들의 협조로 무사히 이를 넘긴 후 느낀 바가 있어 다시 운부 대사 곁으로 돌아가 수련을 쌓는다.
이후 홀로 독립해 수련을 쌓는 과정에서 산골 생활을 하면서 알고 지냈던 산삼 채집꾼들의 마을인 진대 골에서 그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듣게 되는데 불법 사금 채취를 하고 있는 자들을 혼내주고 맹산 고을 현감까지 단속을 치니, 그는 스스로 이제는 세상에 나가야 함을 느낀다.
이후 구월산에 돌아온 후 자비령의 두목으로 있는 최흥복을 자신의 수하에 두고 김 기의 사적인 일과 흥복의 조카까지 데려오게 됨으로써 새로운 본거지 완성과 함께 활빈당으로서의 앞으로 역할을 생각하게 된다.
같은 의형제를 맺었으나 녹림 처사의 형편과 자신은 다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선흥은 형님의 부역을 대신 짊어지고 일하는 과정에서 내수사 관인의 노비와 싸우는 바람에 벌을 받자 이내 분을 떨치지 못하고 고향을 등지게 되는데, 이는 친구 첫봉이의 노모와 세봉이의 죽음과 겹치면서 달마산 두령 수돌이를 이용해 심백이와 그와 단짝인 법호 법사를 내쫓는다.
결국 선흥 자신도 양민이란 계급을 벗어던지고 달마산과 불타산의 양쪽으로 쪼개지면서 첫봉이와 다스리는 녹림 처사가 된다.
대용은 길산과 헤어진 후 도사공으로서 일하고 있었지만 경강상인의 농간을 당한 후 왈짜 홍천수와 대두 석범철, 박성대까지 합세해 이를 되갚아 준다.
하지만 경강상인의 노련한 뒷덜미에 잡혀 결국 모신의 계획에 따라 수적질을 하는 두령으로서 변한다.
갑송은 바람이 난 자신의 처 도화가 어머니를 죽이는 사달이 난 후 그 스스로가 도화를 죽이고 월정사 풍륜 스님 밑으로 들어가 대성 법주란 법호를 받고 스님으로서의 길을 걷는다.
박대근 또한 전라도 화순 출신의 세 모녀를 통해 인삼재배를 하게 되고 이를 통한 대외무역에 눈길을 돌린다.
이렇듯 각자가 자신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간에 대근을 빼고 세상에서 사람 구실을 못하고 살게 된 연유는 기막히게 다가온다.
농단의 실질 역할을 하고 있는 아전과 이방들, 그 위의 현감들과 이들과 결탁해 자신들의 부를 이루는 또 다른 부유한 상인들의 농간은 힘없고 배고픈 백성들의 삶은 뒷전으로 한 채 그저 자신들의 영위만을 위해 걷어두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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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길산이 이미 세상의 부조리함을 못 느끼던 어리고 풋풋했던 광대의 시절을 통해 하루 먹고 살아가는 현실이 있었다면 서서히 공부와 수련을 통한 세상의 눈높이를 달리 봄으로써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과정들이 어른으로서 깊어가는 고뇌를 들여다볼 수 있다.
어느 누가 천하고 귀하다는 규율이 있을까마는 그들이 결국 모인 자리는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엔 한쪽으로 밖에 몰릴 수 없었던 극한의 상황들이 녹림당으로 만들었단 현실이 당시 조정의 부패함이 어떠했는가를 알게 한다.
'너는 바로 우리가 도모해야 하는 일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너는 팔도 천민들의 중심이요, 그들을 위해서 배운 것이다. 늘 너와 같은 백성들과 함께 있고, 언제라도 교만하고 잘난 자들과 같은 느낌이 들 적엔 차라리 자진하든지 너와 같은 자들의 토멸을 받아야 한다. 나 같은 사람은 네 이루어짐과 더불어 죽을 것이다. 우리는 거름이요, 너희는 씨앗이며 뿌리와 같으니라. 언제 어느 곳에 가 있더라도 잊지 말아라. 너는 천대받는 백성들의 울분이 화한 마음이요, 그 손발이고, 그 머리며, 그 무기가 되어라.'
운부 대사가 길산이 떠나기 전 당부했던 말도 이렇게 살기 힘든 험한 세상에 길산이를 통한 희망을 보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 서서히 그들이 본격적으로 일반 녹림 처사와는 행보가 다른 세상에 자신들의 뜻을 이루고 실현을 위해 어떤 결단과 행동들을 보일지, 서서히 타오르기 시작하는 작은 불씨가 활활 타오르길 기대해본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