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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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성 안에 내재되어 있는 모든 것들은 기본적인 유전이란 것을 포함하고 있지만 자라오면서 스스로가 겪는 다양한 경험과 환경요인에 의해 조금씩 그 소양이 바뀌기도 한다.

 

A가 B를  만났을 때 A가 느끼는 B에 대한 느낌이 다르고 C가 B를 만났을 때의 느낌이 다르듯 우리들은 그때그때마다 거기에 맞는 나의 성격을 드러내 보이곤 한다.

 

 나 스스로 느끼는 싫은 점의 성격도 있게 마련이고 가끔 상상을 통해 이런 점들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볼 때가 있다.

 

그렇다면 만약 하루만이라도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통째로 나와 바꿔 살아간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것이 하나의 시험대가 아닌 절실한 현실의 마주침에서 오는 바람이라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내가 얼마 전부터 친밀감을 담아 '기도 씨'라고 불러온 인물이다.라고 시작되는 첫 문장은 추리를 연상하면서 읽게 됐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 속에 빨려 들어간 '나'인 소설가의 입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는 '리에'라는 여성과 '다니구치 다이스케'란 인물의 만남을 통해 진행된다.

 

불치병으로 생을 다한 아들에 대한 아픔은 이혼으로 이어지고 첫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돌아온 리에는 문구점을 운영하는 싱글맘이다.

 

근처 임업회사에서 근무하는 다이스케란 사람이 문구를 구매하고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서 친근한 사이가 된 두 사람은 이내 한 가정을 꾸리고 딸까지 얻는 평범한 일상을 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임업 현장에서 사고로 다이스케는 죽게 되고 이후 다이스케의 본가에 그에 대한 신상을 알리게 된 리에는 다이스케 형이란 사람으로부터 그가 자신의 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가 사랑한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였던 그는 다이스케가 아니고 누구란 말인가?

이혼 조종을 통해 알게 된 변호사 기도를 다시 만나 죽은 남편의 실제 이름과 그가 누구인지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면서 기도 변호사는 이 사건을 맡게 된다.

 

 

 

 

 

그동안 꾸준히 작품을 통해 그려온 '나'에 대한 존재에 대한 물음, 제70회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한 전력답게 이 책 속의 내용은 아버지가 진 살인이란 죄에 덧입어 자식인 자신이 사회에서도 떳떳하게 살아갈 수없었던 현실적인 한계에 봉착한 주인공의 아픔, 그렇기 때문에 진짜 자신의 이야기와 인생을 감춘 채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길 원했던 한 남자의 아픈 인생 이야기가 그려진다.

 

여기엔 기도란 변호사의 입장이 같이 덧대어지면서 미지의 인물과 다이스케가 실제 살아있을까에 대한 추적을 통해 제일 3세란 신분을 벗어나 일본인으로 귀화한 자신의 입장, 일본인 아내와 처가, 자신의 아들을 위한 미래의 일들을 그려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갈등과 '나'란 존재에 대한 진중한 물음을 던지는 과정이 함께 그려진다.

 

간토 대지진 사건으로 인한 조선인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을 느끼는 트라우마, 조선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 역사와 사회에 존재하는 느낌들이 기도의 등에서 느끼는 가려운 점들, 특히 책 속에 담긴 신화 '변신'에 대한 나르키소스 신화나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복제]란 작품 속의 남자 등을 통해 죽은 진짜 하라 마코토란 인물의 등을 바라보며 이어가는 느낌들이 달리 느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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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복제) :다음에서 발췌

 

 

한 번뿐인 인생, 자신에게 굴레처럼 씌워진 어둠을 한순간만이라도 밝은 빛으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렇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다른 인생으로 건실하게 살아갔던 하라 마코토란 인물에 대한 연민과 기도 변호사가 내적으로 담아온 자신의 존재가 함께 어우러져 그려진 보기 드문 진한 감성을 자아낸 작품이다.

 

이들의 사연과 리에가 행복하게 살았던 결혼의 시간들을 통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장면들은 책을 덮고 나서도 여전히 가슴 한편이 시림을 느끼게 한 작품이었다.

추리처럼 이어지되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담긴 이야기, 저자가 쓴 글이 더욱 생각나게 한다.

 

 

 

'책장을 넘기는 손이 멈추지 않는' 소설이 아니라

'책장을 넘기고 싶지만 넘기고 싶지 않은,

이대로 그 세계에 깊이 빠져들고 싶은' 소설을 쓸 수 있기를

항상 바라고 있습니다.

 

 

작가의 전 작품이었던 '마티네의 끝에서'에 이은  이 작품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책이다.

 

 

 

*****출판사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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