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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스튜어트 터튼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귀하를 블랙히스 하우스의 가장무도회에 초대합니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숲 속에 있는 나, 에이든 비숍은 기억을 잃은 채 초대받은 블랙히스에 발을 들인다.
그곳은 피터 하드캐슬 경과 그의 부인 헬레나 하드캐슬 부부가 초대한 가장 무도회장이었고, 그들 부부에겐 19년 전 살해된 막내아들 토마스를 기리기 위한 모임이었다.
숲 속에서 한 여인의 죽음을 목격한 그는 블랙히스에 도착해 도움을 요청하게 되지만 타인이 자신을 부르는 이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비숍이 아닌 세베스찬 벨이라고 불리는 나 자신은 얼굴도 목소리도, 행동도 모두 자신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곳의 딸인 에블린 하드캐슬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는 흑사병 의사로 불리는 자로부터 제안을 받게 된다.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야만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블랙히스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게임, 단 주어진 시간은 8일, 같은 하루가 8번 반복됨과 동시에 그때마다 다른 호스트의 몸으로 깨어난다는 설정 속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마지막 호스트가 답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비숍의 기억을 전부 지워버린다는 것이다.
자신이 왜 이곳을 방문했으며 애나라고 불렀던 미지의 그녀는 자신에게 어떤 대상인지, 에블린을 죽인 범인은 누구인지를 알아내야 하는 시간의 다툼은 자신이 무도회에 초청받는 호스트의 몸속으로 들어가 하루의 일을 통해 주변 인물들을 관찰하면서 사건의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을 그린다.
매일 밤 11시의 총성, 에블린이 연못 쪽으로 다가가 총으로 자살하는 모습은 자살을 위장한 살인 사건인가, 아니면 어떤 사연에 얽힌 협박에 의한 자살인가?
책의 띠지 문구처럼 애거서 크리스티와 인셉션의 절묘한 만남으로 그려진 미스터리다.
음침하고 칙칙한, 살인사건이 벌어진 블랙히스를 멀리했던 하드캐슬 부부가 왜 이곳으로 사람들을 19년 전 벌어졌던 그 장소로 사람들을 불러들인 것일까?
비숍은 한 사람의 매번 다른 호스트의 몸속으로 들어간 자신의 생각과 호스트의 생각과 행동을 제어하면서 사건의 해결을 풀이해야만 하는, 그러면서도 같은 반복의 일을 통해 호스트들의 감춰진 비밀들을 알아가고 그에 덧붙여 혼돈의 미로를 탈출해 진정한 자신의 비숍이란 인생을 살기 위해 활약하는 모습이 시종 긴장감을 조성한다.
지루함을 동반할 수도 있는 같은 반복의 패턴을 다른 호스트의 몸속으로 환생한 듯한 설정의 그림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사람들의 동선과 말, 그에 담긴 것들을 다른 관점으로 보는 구성을 통해 한 사건에 담긴 여러 단상의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공포가 있고 초자연적인 어떤 설명할 수 없는 느낌, 그가 왜 블랙히스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와 기막힌 반전의 설정들은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촘촘히 엮은 이야기의 토대를 따라가야 하는 집중력을 통해 이야기의 맛을 느끼게 한다.
한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제대로 시간을 채우지 못하거나 중간에 낙오된다면 그 전의 호스트 몸으로 다시 돌아와 다시 겪어야 하는 설정 과정도 기막힌 과정이었지만 하나의 게임 툴 속에 갇힌 인물이 벗어나기 위해 하나씩 장애물을 허물듯 반전의 비밀들을 알아가는 재미를 추리로 엮은 설정 구도도 상당히 이색적이었다.
비밀과 배신, 사랑이 있고 욕심과 경계, 용서가 있는 복합적인 이야기를 담은 600쪽이 넘는 추리 미스터리라 기존의 어떤 간략한 이야기로 들려줄 수 없는 플롯의 구성이란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일단 읽어보란 것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특히 사건의 마무리가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터진 독자들의 허를 찌른 진짜 범인의 실체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끝까지 완독을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짜릿함을 모처럼 느껴보게 한 내용이었다.
곧 tv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 잘 짜인 구성의 이야기를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