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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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읽다 보면 그 뼈대에 깊이 빠져들어 내가 그 인물로 착각이 될 정도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영화의 한 장면이 연상이 될 정도로 영상미가 유난히 돋보이게 도드라져 드는 책이 있다. 바로 이 책! 

 

 

 

기욤 뮈소!!

 

 

그의 모든 작품은  매번 읽을 때마다 어쩜 이렇게 비쥬얼이 강하게 글을 써 내려갈 정도의 실력을 과시하고 있는 이 작가에게 부러움 반, 질투 반의 감정이 인다.

 

모든 책들이 한 번에 쑤~욱 읽히는 점도 매력이지만 프랑스인 이면서 미국의 도시를  매번 장소로 잡고 그 안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읽다 보면 미국의 작가란 생각이 들 정도다. 

 

 

가브리엘이란 천사의 이름을 가진 여인이 13년 전에 사랑을 했고,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는, 미국에서 만난 마르탱과, 그 마르탱 역시나 가브리엘을 잊지 못하고 파리 경찰에 몸 담고 있다가 천하의 명화 도둑을 잡기 위해서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다시 미국에 오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도둑의 수법은 알센 루팡을 연상시키고, 곳곳에 프랑스의 실제적으로 내무장관을 한 여인이 나옴으로써 실제인가 허구인가의 경계를 교묘히 다루고 있다.

 

그 도둑이 그녀의 아버지임을 알고 당황하게 되지만 끝까지 놓지를 못하는 마르탱과 그의 아버지와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 방황하는 가브리엘이란 여인의 행동을 아주 자연스러운 터치고 그려내고 있다.

 

내세와 현세 사이를 아주 기발하게 공항 대합실이란 장소를 택함으로써 자칫 산만하기 쉬운 글의 구성에 활력을 쏟아준 점도 특이하다.

 

 어쩌면 작가가 믿는 내세의 한 장면도 이런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할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분위기는 저승에 갈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고 평상시의 사람들처럼  죽음과 삶이란 단 두 장소로 티켓을 쥐어짐으로써 그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게 한 점도 기억에 남는다.

 

 

항상 기욤 뮈소 식의 사랑 방식이 있는데, 바로 이런 공항 대합실 같은 장소를 제공한단 점이다.

 

다른 타 소설처럼 머리가 아프게 심각한 사랑방식의 소통도 아니고 그저 누구나 작은 오해와 사소한 말타툼과 자신의 처한 상황에 따른 현실에 부합해 헤어지고 난 뒤, 다시 재회하는 장면도 그렇고  클라이맥스에 도달해서 어떻게든 살려내게 하고픈 독자의 맘을 애타게 기다리다가 해피로 끝나게 된 점도 독자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흔드는 재주가 있는 이 작가에게 어느 누가 안 빠질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개방적인 사랑방식도 그렇지만 만약 실제적으로 이런 상황이 닥쳐서 아빠와 사랑하는 이의 갈림길에 선다면, 과연 우리는 누굴 선택해야 하며, 당신이 없는 나는? 이란 제목처럼 가브리엘의 아빠의 양보로 마르탱이 삶의 티켓을 갖게 되고 그것이 다시 어린 14살 소녀에게 쥐어지게 됐을 때, 가브리엘이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녀는 과연 그것을 허락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빠른 전개와 더불어 술술 읽히는 점, 다른 작품에 비해서 이번엔 파리와 미국을 오간 배경이 된 점이 역시 흡입력을 높인다.

 

읽다 보면 역자의 말처럼 파리의 지도를 펼쳐가면서 그 당시의 사건 진행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한 점은 마치 수 십 년 산 사람처럼  왠지 파리지엥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자세한 풍경과 레스토랑의 이야기는 두고두고 가슴을 설레게 한다.

 

 

 

사랑이란 감정을 두고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사랑 방식을 풀어낸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가 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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