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은 페미니즘의 고전이라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다분히페미니즘적 시각에서만 쓰인 것은 아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작가를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는 것을 경고하며, 성별을 떠나서 올곧은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작가라는 사람들의 현실적 환경에 성찰을 담아냈는데, 남녀 상관없이 작가도 일반 생활인이기 때문에 돈이 필요하며 집필에 몰두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올프는 숙모로부터 유산으로 1년에 약 500파운드를 받게 되자 ‘두려움과 쓰라림에서 해방되었다고 외친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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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집을 갖추다 - 리빙 인문학, 나만의 작은 문명
김지수 지음 / 싱긋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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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모든 심플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책표지도 과하면 읽고 싶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가구, 집을 갖추다>는 과한데 정돈된 느낌을 주는 아이러니한 디자인이 요즘 내가 푹 빠져있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레이아웃과 비슷하기도 하고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더 내용이 궁금해졌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다시 만난 책표지는 이보다 더 이 책을 잘 표현할 수가 있을까 싶었다.

<가구, 집을 갖추다>라는 고딕체의 제목이 처음에는 뭔가 뻔하다고 생각했는데 뜻풀이를 보고 나니 뭔가 멋져 보였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고 그만큼 더 느낄 수 있다.
가끔 ˝나는 취향이 없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없는 게 아니라 모르는 게 아닐까? 모르기 때문에 고를 수도 택할 수도 없는 것이다.
연애시절 커피전문점이 익숙하지 않는 신랑은 항상 시켜달라고 했다. 딸아이도 처음 가는 곳에 가면 고르지 못하고 ˝엄마가~˝라고 하는데 본인이 익숙한 장소에 가면 누구보다 나서서 고른다.
모종린 교수님의 추천사 제목처럼 ˝나의 취향을 표현해 주는 가이드북˝이라는 말에 공감하면서 취향을 모르는 나 또한 현대인들을 네게는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어졌다.
읽는 내내 세련된 교과서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 시절 디자인전공서적에서 봤던 정보들이 딱딱하지 않고 친숙하게 느껴진 것은 깔끔한 편집과 김지수 저자가 스스로 서문에서 밝혔듯이 ˝글을 쓰는 일은 마치 연필 소묘와도 같았다. 머릿속의 착상을 그려내지만 이내 지우기를 반복하고, 다시 추려내고 덧붙여도 또 지울 수밖에 없는 지난한 작업 말이다˝처럼 그리듯이 쓴 글 이어서 연필선이 쌓이고 쌓여 입체감이 나타나고 명암이 풍부해지는 것처럼 가구를 갖고 정말 풍부한 이야기를 쓴 것들 다양한 장르가 느껴져서 가구가 집을 갖추듯 그리듯 쓴 글이 입체감이 느껴지는 다양한 장르의 공간 이야기가 제일 좋았다.

이케아, 빈티지, 하루키, 월든, 최영미, 버지니아 울프까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연속 등장했기에 아껴 읽고 싶은 책이었고, 매 챕터마다 등장하는 명언들은 다 필사하고 싶은 문장들이다. 그래서 빠르게보다는 천천히 음미하면서 감상하면서 읽기를 추천드린다.

읽고 나서는 정말 멋진 제목이지만 미니멀을 단순히 간소함으로 오인하는 것처럼 뻔하다고 오인할 수 있는 <가구, 집을 갖추다>라는 제목보다 부제가 오히려 이 책을 더 잘 설명하고 있다. ˝리빙 인문학, 나만의 작은 문명˝

내년 가을 이사를 계획 중인 나에게 이 책을 먼저 만나게 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나만의 작은 문명, 집을 갖추기 위해 한 번쯤은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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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집을 갖추다 - 리빙 인문학, 나만의 작은 문명
김지수 지음 / 싱긋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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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미니멀을 단순히 간소함을 뜻하는 말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집안이 텅텅 비어 뭔가 하고 세간을 갖추지 못해 누추해 보이는 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거추장스러움을 덜어내고 여백의 미를 살린 공간에 예쁜 가구와 소품으로 화룡점정을 찍은, 카페나 호텔 같은 모던한 공간을말하는 것이다.
요즘 대세인 모바일 기반의 리빙 플랫폼 ‘오늘의 집에 들어가서 수많은 회원들이 올려놓은 ‘미니멀 콘셉트의 집 사진을 보면 혀를 내두르게된다. 작은 공간임에도 너무나 세련되고 엣지 있게 자기만의 공간을 꾸며놓았다. 더 놀라운 점은 그 공간들이 우리가 늘 보던 작은 아파트와오피스텔 또는 원룸이지, 단독주택이나 특별한 구조를 가진 고급 빌라가아니란 것이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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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경의 소설 『쇼룸』에는 소파베드를 사기 위해 이케아 매장을 방문한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의 부부가 등장한다. 남편은 사실상 아내에게 등떠밀려 온 것이라 가구의 선택과 구매는 온전히 아내의 몫이었다. 그녀는 쇼룸에 놓인 핑크색 소파베드를 보고 흥분하면서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가구가 우리집에 생기를 부여해줄 거라는 기분좋은 예감이 들었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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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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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는 일본 소설들을 정말 많이 읽었는데 어느 순간 점점 이유 없이 안 읽게 되었다.
그래도 그때의 나에게 위안이 되었던 것은 지금도 잊지 않고 있어서 가끔 이렇게 일본 소설을 만나게 되면 무엇보다 반갑다.

<하자 키 목련 빌라의 살인> 대놓고 추리소설의 제목을 보고 여름에 읽기 좋은 책인데 생각하고 첫 장을 읽기 시작했는데 아니었다. 추리소설이 이렇게 단백 할 수 있구나 하는 느낌에 작가를 검색해 보니 ‘일상 미스터리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와카타케 나나미의 대표작이었다.
잔인하지도 그렇다고 표현이 모자라지도 않게 딱 적당한 묘사들이 좋았다. 그래서 계절도 시간도 장소도 불문하고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캐릭터마다 현실 속에 있을법한 이야기들로 현실감 있어서 영상화되면 참 재미있을 거 같았다.
미스터리 드라마는 아무리 재미있어도 범인이 궁금해서 못 참고 결말을 미리 보는 편이라면, 이 소설은 정말 전개되는 재미가 있어서 아무 정보 없이도 호기심보다는 보는 재미가 더 있었다.
옮긴이의 후기에서 언급한 “작은 동네를 무대로 하여 누가 범인인지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폭력 행위가 비교적 적고 뒷맛이 좋은 미스터리” 저자의 말에 완전히 공감한다.
아무리 재미있는 드라마나 영화, 소설이라도 읽고 나서 개운하기는 힘든데 이 소설은 정말 마무리가 최근 읽은 소설 중에서 단연 최고로 시원했다.
반전에 반전이 숨어있어서 차근차근 읽어야 그 재미를 더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읽기 시작하셨다면 천천하게라도 꾸준하게 읽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정말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쾌한 와카 타게 나나미의 소설을 만나는 행운이 올겨울 한파와 찾아온 덕분에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
추리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강추 드려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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