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지하련을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 세계 여성의 날 특집 칼럼에서였다. 지하련의 전집을 엮은 서정자 교수가 지하련 작가의 소설을 ‘아내의 서사‘라고 말한다는 내용이 책을 읽고 나서 더 맞는 수식어라는 생각이 들었다.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두 번째 작품인 <제법 엄숙한 얼굴>은 기다린 시간만큼이나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지하련이라는 필명이 너무도 멋지게 잘 어울리는 작가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과거와 현재 누군가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에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간절한 마음으로 곱씹으면서 감상했다.우연인지 필연인지 두 작가의 글을 처음 만나기에 설렘이 더했다. 임솔아 작가의 작품은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기 전이라서 더 기대가 컸다.1987년생 대전 출신 소설가이자 시인인 임솔아 작가. 이 시대 핫한 젊은 작가.‘나사로야 너는 잠자고 있는가.‘ 임솔아 작가가 등단 후 글을 쓰면서 잊고 싶지 않은 것을 새긴 오른팔의 타투가 너무나 멋있어 보이는 작가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왜 읽지 않았을까?!하고 스스로에게 자문하게 됐다. 그리고 늦은 만큼 모든 작품을 탐닉하듯이 읽고 싶어졌다.1912년생 경남 거창 출신 문인 지하련(본명 이현욱) 문학 이론가 임화의 부인으로 1947년 임화와 월북 1960년 사망 추정. 근대 여성 작가 지하련과 현대 여성 작가 임솔아, 이 두 작가의 만남 소설 잇다 시리즈는 가상이기는 하지만 두 글이 두 세대를 아우르면서 시공간을 초월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지하련 작가의 소설 ‘결별訣別‘은 소설 잇다 시리즈만에서 느낄 수 있는 근대 소설의 낯선 단어들에 초반에는 집중해서 읽기 쉽지 않았지만 형예가 느끼는 솔직한 감정 표현이 좋았다. 그 시절에도 인어 이야기를 했다는 것 또한 흥미롭게 느껴졌다.제목인 ‘제법 엄숙한 얼굴‘은 어떤 얼굴일까 궁금했는데 체향초에 나오는 청년의 얼굴을 묘사한 것이었다. 순정만화에 나오는 츤데레 스타일이 떠올랐다.‘조금도 천진하지 못한 느낌‘, ‘이상한 여자‘ 정예, 인물의 등장만으로 궁금해지고 이야기에 빠져들어가게 되는 작가의 필력이 부러웠다.석재의 복잡하고 디테일한 감정 묘사와 정예의 캐릭터 인상적이어서 그런지 평범한 ‘가을‘이라는 제목이 더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가족에게 원했던 마음이 석희가 원에게 ‘이해‘했던 것과 같지 않을까?임솔아 작가의 ‘제법 엄숙한 얼굴‘에서 수경이 감정을 노출해도 되는 때와 그렇지 않은 때를 스스로 구분한다는 것을 나 또한 장녀로 살면서 너무나도 잘 알기에 공감이 가면서 씁쓸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쌔쓰개(헛소리하는사람)제이를 향한 수경과 영애의 연대같이 느껴지는 결말이 뭔가 통쾌했다.임솔아 작가의 바람대로 나는 이 책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지하련 작가를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다.가장 좋아하는 문학평론가인 박혜진 작가님의 해설은 또 다른 이 책의 백미이다. 사실 책을 받자마자 해설부터 읽기 시작했다. 역시나 뻔하지 않은 이야기라서 너무 좋았다. 지하련 작가가 살던 시대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과거일까? 남녀를 떠나서 ‘스스로가 허락하지 않으면 결코 타협하지 않는 인간‘이라고 ‘사랑에 있어서도, 사람에 있어서도‘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직 그늘에 가려져 나를 잊어가는 과거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에 작가정신 소설잇다 시리즈 두번째 책 <제법 엄숙한 얼굴>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나도 내 아이도 ˝가장 독립한 인간˝이 되도록 매일매일 노력하고 그렇게되길 바란다.(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