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와 최애의 만남이 반가워 아껴 읽고 싶은 책. 작가정신 신간으로 정지돈 작가님의 연작 소설집이 나온다는 소식이 너무 좋아서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역시는 역시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제목이 무려 50자가 넘는다. 과연 다 외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매력적인 제목과 반듯하게 수평이 맞아야 하는 내 성향에 반하는 모든 것이 기울어져있다. 불편하지만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표지에 대해 궁금해졌다.
표제작이자 연작 소설집의 첫 번째 작품 ‘땅거미가 질 때...‘는 난해하지만 흥미로운 점이 많았다. 특히 달리기와 걷기 그리고 소설과 시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고 인상적이다.
민초를 처음 맛보았을 때처럼 묘한 느낌이 들었다. ‘모빌리티‘라는 낯설지만 매력적인 독특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민트를 좋아하는 나에게 초코는 침입자 같은 존재라고 느꼈는데 은근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순간 중독되는 민초처럼 이번 연작 소설집 안에는 상쾌함과 달콤함이 공존하는 민트 초코처럼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와 해설, 작가와의 대화까지 함께 담아 나를 들었다 놨다 했다. 정지돈 작가님이 안은별 작가님의 해설을 ‘해설이라기보다 응답‘이라고 한 것처럼 특별함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너무 어려워서 다시 읽어야 하는 문장들도 많았고 공감 가서 인상적인 문장도 많았다.
끝까지 직진하듯 페이지를 넘겼을 때, 재독할 때는 그 무질서에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만큼 호불호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분명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40년 인생에 깨달은 거라면 어려울수록 넘는 재미는 크다는 것이다.
짧은듯하지만 무게감이 있는 이야기를 밀리의 서재 이북으로도 며칠 뒤면 볼 수 있어서 종이책과 비교해서 다시 읽고 싶어졌다.
같은 음식도 담는 그릇에 따라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종이책으로 읽을 때 좋은 문장과 전자책으로 볼 때의 찾게 되는 문장은 다른 감동이 있어서 《땅거미 질 때... 》도 다시 만나고 싶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