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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지음, 김지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평점 :
유독 지난해부터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계 작가들의 작품과 인연이 이어진다.
작가님들의 작품들이 드라마 원작 소설로 인기 있는 탄탄한 스토리 덕분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는데, 덕분에 뒤늦게라도 국내에서 번역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더 반갑다.서울에서 태어나서 세 살 때 미국으로 이주해, 예일 대학교에서 경제학, 브루클린 칼리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고 뉴욕타임스, 뉴요커, 가디언 등에 글을 발표했다는 권오경 작가의 첫 장편소설 《인센디어리스 The Incendiaries 》은 출간 5년 만에 코고나다 감독의 드라마 제작소식과 함께 국내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책 소개 문장에 마음이 끌린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천주교 모태신앙이었던 나에게 ‘신앙을 잃은, 의미를 찾는, 종교를 만든‘ 세 명의 주인공이 속 사정이 결말이 너무나 궁금했다.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왔다.
윌의 시선인 첫 페이지는 다시 찾게 하는 시작이자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결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주교 모태신앙이었던 나에게 종교란 10대 이전과 성인이 된 20대 이후로 나눠진다. 어린 시절에는 종교란 없는 사람보다 믿는 사람이 더 많았고, 지금은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이 더 많다. 처음부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나야 했던 믿음은 많은 의문을 불러일으켰고, 한 가정의 균열과 함께 믿음도 깨어졌다.
처음 듣는 한국계 작가의 영미소설인 <인센디어리스>는 그 균열에 스며들듯이 왔다.
‘신앙을 잃은 윌‘보다는 ‘의미를 찾는 피비‘가 내가 더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윌에게 감정이입이 됐다.
잃어버린 신앙이 그립다는 윌이 누구보다도 이해가 됐다. ‘그립다‘라는 사전적 의미에 간절하다 보다는 아쉽다가 가까울 수도 있는 거창하지도 절실하지도 않았던 것 같지만 항상 절박한 상황에서는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은 결국 20년 동안의 신앙의 찌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 들었다. 성인이 되어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는 말로 부모님께 주일 미사를 빠질 궁리를 했던 나였고, 회사 상사 따라 어쩔 수 없이 갔던 개신교의 예배를 근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던 나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선악의 기준이 점점 모호해져 가고 신을 믿는다는 사람들의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성경 구절의 진리는 왜 다 다른 것일까? 그래서 그렇기에 ‘종교를 만든 존‘들이 판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단숨에 읽었지만 읽은 시간보다 여운이 너무나 길어서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옮기기까지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제목 ‘인센디어리스‘는 ‘인센디어리 Incendiary‘의 복수형이고 ‘방화, 폭탄, 선동적인‘ 뜻 자체가 표지와 함께 연결되어 잠재되어 있던 감정이 폭발했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잠으로 눌러버리고 싶은 욕구가 커지는 나이기에 그 후유증은 꽤 오래갔다. 그만큼 권오경 작가의 소설의 파장은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온 만큼 컸다. 그리고 그 누구도 나는 이야기와 상관없다는 오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등장인물들의 감정은 국적과 성별을 떠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비슷한 주제의 소설들과 비교해도 다른 형식에 서술 방식에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기에 올해 첫 소설로 추천한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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