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소설, 잇다 1
백신애.최진영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칸방에 살던 어린 시절 아버지는 냉면 그릇에 냉커피를 타서 마셨다. 생각해 보니 내가 커피를 좋아했던 것은 그때부터였다. 퇴근 후 마시는 커피를 조금씩 달라고 해서 아빠가 엄마 몰래 줬던 그 맛은 정말 달콤했다.

미대입시할 때도 믹스커피를 하루에 2잔 이상을 꼭 마셨었고, 직장 생활할 때는 회사에 원두 분쇄기까지 갖다 놓고 내려마셨다. 그때만 해도 다 맛있는 커피 같았는데 이상하게 결혼하고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맛없는 커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에게는 문학이란 커피 맛 같다. 어린 시절에는 문학이라면 다 좋거나 일단은 출간된 것들은 모두 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니라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됐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가면서 나한테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을 구분하고 연말이 되면 정리하게 된다. 그중에 책들은 꼭 그러다 보면 나에게 맞는 작가들의 책들만 남게 된다. 삶 속에서 정리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것들도 많이 있기에 최소한 내가 남기고 싶은 것들만 남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 첫 작품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라는 제목을 보는데 마음에 쿵 하고 와닿았다. 세상에 어떤 커피보다 단칸방에서 마시던 저렴한 냉커피의 달콤함이 천천히 오래오래 남은 것처럼,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백신애, 최진영 작가의 작품도 마음에 남았다.

책을 받자마자 바로 읽었는데 흡인력(吸引力)이 상당했다. 좋은 작품이란 시대를 넘어 공감을 갖게 한다는 생각에 꼭 맞는 그런 이야기였다.

백신애 작가가 말한 ‘사랑‘의 정의를 공감할 수밖에 없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누군가에게는 첫사랑이고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사랑이라고 바라고 있던 20년 넘게 결혼생활을 이어온 부부가 깨치는 순간도 그랬고, 그 자녀가 결혼 아니 사랑을 믿지 못해 비혼주의를 고집하다 결혼을 결심한 것도 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저 기억, 추억, 순간의 결심만 있을 뿐이다. 백 작가님의 소설 속 주인공은 꼭 영화 <어떤 여인의 고백 The patience Stone 2013>의 전쟁 속 그 아프가니스탄의 여인 같았다. ‘인내의 돌‘에 고백하듯 말하는 것이 말이다.

백신애 작가의 작품 중 ‘아름다운 노을‘이 가장 좋았다. 그런데 좋은 만큼 한 문장을 고르기가 힘들었다. 좋은 데는 이유가 없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처럼 말이다. 아름다운 노을의 순희와 정규가 시대를 초월해 최진영 작가의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에서 다시 태어나 만나 사랑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도 생각나고 그런 부분이 참 좋았다. 최진영 작가는 에세이 ‘절반의 가능성, 절반의 희망‘을 통해 백신애 작가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 것이 아닐까?

나는 많은 이들이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를 읽으며 공감하고 분노하고 희망하고 포기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추천한다.

(작가정신 서평단으로 도서협찬을 받아 직접읽고 쓴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