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2 - 전2권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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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닮아서 호기심은 많은 딸아이는 항상 엄마가 읽는 책에 대해서 궁금해한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라는 제목을 보더니 ˝백만장자가 뭐야?˝라고 물어본다. 생각해 보니 요즘 아이들은 이 단어를 모를 수도 있겠다 왜 내가 어릴 때는 이 단어가 흔하게 쓰였을까라는 의문이 들면서 ˝부자˝라고 말해줬다. 아이는 제목이 이상한 데라며 부자면 공짜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나눠줘야지!라고 하길래 ˝공짜 음식을 먹고 아낀 돈으로 부자가 될 을 수도 있지˝라고 하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라고 하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12살 아이가 부자는 베풀어야 하는 것이라 말하는 것을 보니 아이가 그리는 세상은 아직은 아름답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안심이 됐다.

“잘 쓰인 소설일수록 우리는 그 주인공을 현실 속의 인물보다 더 쉽게 하나의 인격으로 인정할 수 있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中

김원영 작가가 말한 그 잘 쓰인 소설에 주인공이 내가 생생하게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느낀 주인공 ‘케이시 한‘이었다. 이민진 작가가 주인공의 이름을 9.11테러 부고에서 알게 된 한국계 미국인 케이시를 또한 뉴욕시에 터전을 두고 살아가는 한국인들을 기리고 싶었다는 말에 읽기 전부터 ‘현실 속의 인물보다 더 쉽게 하나의 인격으로 인정‘하게 된 계기가 됐다.
장편소설은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그 특징들이 하나하나 다 살아있는다는 것 또한 놀라웠다.

그래서 작가의 소설이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걸까? 파친코를 먼저 읽고 작가의 첫 작품을 읽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인연처럼 나에게 왔고 이제 이. 민. 진. 작가의 소설이라면 믿고 읽어야 하는 목록에 자리 잡을 것이다.

파친코를 먼저 읽고 작가의 첫 작품을 읽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인연처럼 나에게 왔고 이제 이. 민. 진. 작가의 소설이라면 믿고 읽어야 하는 목록에 자리 잡을 것이다.

파친코 때에도 느낀 것이지만 이민진 작가님의 소설을 여는 첫 문장은 강렬하다. 나뿐 아니라 모든 독자들이 느끼는 것이다. 왜 하필 모자가 있는 표지일까 하는 의문도 제목에 관한 의문도 책을 읽다 보면 하나하나 다 풀리면서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처음 읽을 때는 그냥 주인공이 직장에 첫 출근 장면이라고 흘려 읽었던 장면에 많은 것이 있다는 것을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알게 됐다.

독서노트에 좋아하는 문장이나 인상 깊은 문장을 필사하는데, 어떤 소설보다 많은 문장들이 그리고 긴 문장들이 많았다. 단문보다 장문에 마음을 빼앗긴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서 팔이 아프긴 했지만 뭔가 대단한 것을 발견한 기쁨이 있었다.

두 페이지(162-163p)에 이 소설의 주제가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망은 누구냐에게 있다. 내 현실과 형편 그 안에서 누군가는 억누르고 누군가는 표출하고 누군가는 없다고 말도 안 된다고 자기 자신을 속이며 산다.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본능이 불편할 정도로 솔직한 면이 좋았다. 딸아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한 백만장자와 공짜 음식의 불편한 동거 같은 제목이지만 결국 우리의 현실을 아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

모자 또한 케이시가 ‘돈만을 위해 일하는 삶‘을 상상할 수 없는 대표적인 물건이다.

나는 이민자도 아니지만 20대의 내가 그랬다. 수도권 작은 동네의 미술 학원에서 아이들과 그냥 놀면서 일하고 싶었다. 그 꿈은 몇 년 되지 않아 현실에 부딪쳐 대기업으로 출근하게 됐고 356일 중 쉬는 날이 거의 한 달도 안 되게 일했다. 그때 나도 새벽 첫 차를 타고 출근하며 많은 책들을 읽었고, 일부러 더 책을 읽고 싶어서 돌아가기는 하지만 전철을 이용해서 퇴근하곤 했다, 그러다가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했고 결국 케이시가 고민했던 그 나이에 나도 내 꿈을 위한 선택을 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충동적으로 결정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겠지만 나는 일하는 내내 고민했던 일이다.

돈 걱정 없이 사는 삶을 접고, 일단 하고 싶은 일을 배우고 직장에 들어가서 정말 재미있게 일했다. 그렇다고 힘들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항상 쫓기듯 살았다.

내가 20대에 선택했던 그 삶을 가끔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것이 좋았지 않았을까 후회하기는 했지만 내가 하고 싶던 일을 하지 않고 결혼과 출산을 했다면 지금의 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시의 선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열린 결말이지만 내가 상상하는 결말은 결국 꿈을 찾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았다. 그런 낭만을 대리만족할 수 있는 케이시 한을 응원해 본다.

이민진 작가의 첫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누구나 읽어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세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서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사람인 이상 우리는 언제나 여러 일들을 겪고 또 죽을 것 같지만 살아간다. 누구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힘들게 하더라도 내 꿈이 나를 배고프게 하더라도 누구나 선택할 순간이 오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많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연말을 마무리하기 좋은 책이라서 추천드린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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