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의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오이디푸스는 아무에게도 병을 옮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실이 중요하진 않았다.
테베 사람들에게는 그저 병에 대한 공포와 분노를 쏟아부을
‘감정의 쓰레기통‘만이 필요했을 뿐이다. 르네 지라르는 저서《폭력과 성스러움》과 《희생양>에서 이를 ‘희생양 구조‘로 설명했다. 지라르에 따르면 인간들은 사회에 재난 같은 큰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의 원인을 특정 대상에게 뒤집어씌운다.
사회 전체는 이 대상을 희생시킴으로써 불안정한 사회 상태를 안정화하고 위기를 극복한다는 것이다. 테베의 시민들이오이디푸스 추방을 통해 불안과 분노를 일시적으로 해소했듯이 말이다. 이때 ‘제물‘이 되기 제일 쉬운 자는 누구였을까.
바로 복수할 가능성이 없거나 보복할 능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이다. 또 다수와 다른 자여야 했다. - P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