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 -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은 그 영화를 다시 볼 수밖에 없다
주성철 지음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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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책을 읽다 보면 고속도로처럼 속도를 내어 결말까지 집중해서 한 번에 읽어내는 책이 있고, 경치를 구경하면서 느긋하게 가는 국도를 달릴 때처럼 읽고싶은 책이 있다.

<방구석 1열>부터 <무비 건조>까지 주성철 평론가님을 여러 매체에서 접하다 보니 그분의 책 또한 관심이 갔는데, 첫 번째 영화평론집이라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여름에 잘 어울리는 북디자인 컬러처럼 북캉스에 딱인 책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때보다 여유롭게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고 싶었다. 좋아하는 감독님과 배우님의 챕터를 먼저 읽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면서(나는 쿠키도 맛있는 것을 아껴뒀다가 제일 나중에 먹는 스타일이다) 한장한장 감상하면서 넘기고 싶었다.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은 그 영화를 다시 볼 수밖에 없다‘라는 부제처럼 이번 여름은 이 책과 함께 쭈욱 할 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를 말하자면 8살 때 집에 온 중고 VHS비디오플레이어 덕분에 아빠 따라서 비디오 대여점에서 그 당시 유행했던 홍콩 영화와 지구방위대 후뢰시맨을 비롯한 수퍼전대 시리즈물 등등 비디오 순위에 있는 모든 영화를 연령에 상관없이 봤던 기억이 있다. 크게 잔인하거나 야한 장면이 과하지 않다면 19금이라도 못 보게 하지 않는 집안 분위기가 한몫했다고 해야 할까?! 부모님 따라 영화관도 종종 갔지만 비디오를 더 많이 봤던 것 같다.
한창 유행하던 왕가위 감독 영화를 좋아했고, 다들 사대천왕에 빠져있을 때 주성치에 반했다. 중고등학생 때부터는 친구들과 극장을 갔고, 성인이 된 후는 조조영화와 통신사 할인으로 저렴하게 개봉하는 거의 모든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다.

봉준호, 박찬욱, 류승완 감독들의 작품은 개봉일 맞춰서 가장 먼저 보려고 했었다. 친구들이 모두 영화를 좋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아무도 모른다>를 보고 난 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푹 빠졌고, 보고 싶은 영화를 위해서는 4호선을 타고 광화문과 명동도 가서 봤다.

직딩이 된 후 부천영화제는 빠지지 않고 갔는데 지방으로 이사 온 지금 그것이 가장 아쉽다면 아쉽다.

지금은 그때만큼 영화를 많이 보지는 못하지만 덕분에 <방구석 1열>같은 프로그램을 더 재미있게 보게 됐고, 씨네 21에서 글로만 접했던 주성철 평론가님을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됐다.

글로 다시 만난 주성철 평론가님의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의 부제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은 그 영화를 다시 볼 수밖에 없다‘라는 말처럼 여름밤 다시 보고 싶은 영화들이 많아졌다.

제1전시실 감독관 챕터에서 역시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 제2전시실 배우관에서는 주성치, 제3전시실 장르관에서는 ‘홍콩 누아르‘의 발명이 제일 좋았고 마지막 제4전시실 단편관은 전체적으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어릴 때 추억은, 성인이 된 후 취향들을 이길 수 없는 것 같다. 그시절 좋아했던것들이 고스란히 나와있어서 더 반가웠다.

주성철 평론가님의 첫 번째 영화평론집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는 나에게 추억여행과 내가 얼마나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이었는지를 깨닫게해 줬다. 읽는것 만큼이나 극장에서 영화보는 것을 좋아했던 나에게 적어도 한달에 한번정도는 영화관나들이를 해야겠다는 계기가 된 시간이어서 다른 의미에서도 특별한 책이었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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