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시기의 하늘빛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 시기가 유독 힘들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들이닥쳤고,
그것은 내 생에 가장 바랐던 일을 일순간에 너무나 초라한 것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을 ‘지현, ‘은영‘, ‘지은‘을상상한다. 어떤 형태로든 삶을 계속하고 있는 그들을 생각하면 어쩐지마음이 뭉클하다. 그리고 조용히 다짐한다. 나 역시 그저 계속하겠다.
고,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바란 것 이상을 나 스스로에게 바라지 않겠다고.
어느새 창문 밖으로 보이는 나무의 나뭇잎들이 헐거워졌다. 나뭇잎이 떨어져 생긴 구멍들 사이로 보이지 않던 하늘이 보인다. 나는 나에게 오늘의 노을을 선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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