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나오거나 읽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찾아오는 고요와 적막을 사랑했다. 거기에는 픽션 속에 들어가 모든 것을 겪어낸 후, 손 위에 쥔 행복도 슬픔도 절망도 모두 곧희미해져갈 일만 남은 데서 오는 절대적인 안정감이 있었다. 살아 있는 한 인생을 완결된 상태로 감각할 수 없다는걸 알면서도, 어떤 사건들은 점점 겉잡을 수 없는 감정으로 번져가거나 각인되어 지울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 사랑은 내가 스스로에게 허용한 작은 사치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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