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누군가를 잡아먹어야만 하는, 그런운명에 처한, 그런 욕망으로 채워진 괴로운 피조물들이 있다. 그렇다면 분명 반대편에는 기어코누군가에게 잡아먹히기를 원하는, 강자를 위해 희생되기를, 사냥꾼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내어주고싶은, 그런 희생적인 욕망으로 가득한 피조물들이존재하지 않을까?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 둘은그렇게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로써 세상을 유지한다. 즉, 이쪽과 저쪽 모두 미쳐 있는 것이다. 잡아먹고자 하는 눈이 뻘게진 사냥꾼들과 잡아먹히고자 기를 쓰고 사냥터로 뛰어드는 양떼! 하지만언제나 희생자들만이 고결하게 그려진다. 오, 가엾은 희생자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가해자들도가엾기는 마찬가지다. 상어는 상어로 태어나고 싶어서 상어로 태어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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