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를 피해 다니다가 발에 책 더미가 차였다.
잊고 있었던 EE의 특성이 떠올랐다. EE가 좋아하는 음식은 책이다. 그것도 오래된 책들을 좋아한다. 역시 나의 구세주는 어쨌거나 저쨌거나 소설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서글퍼졌지만 감상에 빠져 있을 틈이 없었다. 나는 김동인의 『감자와 황순원의 『소나기』 초판본을 잡아 들었다.
나보다 이게 더 맛있을걸?
나는 두 책을 EE에게 보였다. EE가 관심을 보이며 눈알을 굴렸다.
나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해. 먹으면 똥밖에 더싸? 그런데 이걸 먹으면 그거 자체로 예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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