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한단어 한문장이 아닌 한페이지가 마음에 와닿는 경우가 종종있다. 정세랑작가님의 책에서는 더욱 그랬다. 난정이 마음 붙일 곳이 필요해서 읽는것에 빠졌던 것처럼 나도 어릴때부터 읽는것에 집착한것은 난정처럼 ˝자기보호법˝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소원을 비는 사람처럼 책 탑을 쌓았다. 딸이 남기고 간 빈 공간을 책으로 채웠다.˝ 나는 균열이 생긴 내 가족들의 빈공간을 책으로 채웠고 그버릇이 나의 가정을 꾸리고도 계속되고있다. 그덕분에 신랑에게도 아이에게도 적당한 거리유지를 하면서 지낼수있는것이 좋다.


아픈 아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비명을지르고 싶어져서, 그러나 비명을 지를 수 있는 성격은 아니어서머리를 통째로 다른 세계에 담가야만 했다. 끝없이 읽는 것은 난정이 찾은 자기보호법이었다.
우윤이 낫고 나서도 읽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우유의 병이 재발할까봐, 혹은 다른 나쁜 일들이 딸을 덮칠까봐 긴장을 놓지 못했다. 언제나 뭔가를 쥐어뜯고, 다지고, 몰아붙이고, 먼저 공격하고 싶었다. 대신 책을 읽는 걸 택했다. 소파에 길게 누워 닥치는대로 읽어가며,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키웠다. 죽을 뻔했다 살아난 아이의 머리카락 아래부터 발가락 사이까지 매일 샅샅이 검사하고 싶은 걸 참기 위해 아이가 아닌 척에 시선을 고정했다. 낙관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책만한 게 없었다. 그렇게 가까스로 키워놓았더니 미국으로 날아가버렸지. 내 딸 .... 성은 우윤이 보고 싶어 내내 우는 대신 계속 읽었다. 읽고 읽었다. 소원을 비는 사람처럼 책 탑을 쌓았다.
딸이 남기고 간 빈 공간을 책으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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