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니지 않는 곤은 엄마 아빠가 없다는 느낌을, 일상생활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비롯한 여러 패턴으로 경험할 기회가 없었으므로, 엄마 아빠가 없다는 것은 그 어떤 성격이나 행위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없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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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은 학교폭력을 벗어나지 못해 차가운 아파트 옥상까지 몰리게 된 아이들의 심정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피해자들의 가슴에 남은 화인을 결코 보지 못하는 감각장애자이자 피해자들의 아픔을 전혀 느낄 수 없는 공감장애자이다. 이렇게 가해자를 두둔하는 분위기 속에서 어린 시절의 잘못에 대한 응당한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자아통제 부족‘이 생겨나는 것이다. - P274

인권 의식은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아이들의 인권이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자신의 장래에 불이익이 되는 처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정말 알아야 하는 것은 폭력을 쓰면 친구와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이다. 왜 피해를 입은 아이들은 평생 그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하고, 가해를 한 아이들은 아무런 불이익 없이 살아도 되는가. - P276

우리는 어려서부터 늘 법을 지키라는 말만 들어왔을 뿐 ‘법을 왜 지켜야 하는지‘, ‘법은 그 자체로 정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품어본 적이 없다. 법이 강제력을 가졌다는 것을 접어두고, 우리는 왜 자발적으로 법을 지켜야 하는지 의문이다. 법은 왜 지켜야 할까?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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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가 끝나면 늘 쓸쓸하다. 수사 과정에서 직면해야 하는 인간의 비열함과 추함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 P75

제대로 충고하려면 애정을 뺴고, 주저하지 말고, 심장을 향해 칼을 뻗듯 명확하고 고통스럽게 해야 한다. 듣는 사람의 기분까지 감안해서 애매하게 할 거면 아예 안 하는 것이 낫다. - P138

그떄 나는 검사동일체 원칙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검사 한 명이 잘못하면 모든 검사가 같이 책임을 지는 것이다. 내 책임이 아니라고 한 것은 비겁한 짓이었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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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대단히 불명확하지만, 오로지 그만 이해할 수 있는 사적 언어는 없다. "언어는 물리적인 기호의 배열이 아닐 뿐 아니라 개인적인 정신작용이나 세계의 그림도 아니며, 일정한 생활양식과 규칙에 따라서 영위되는 행위이자 문맥에 의해 결정되는 일종의 게임이다. 아픔과 같은 감각은 사적이고 내밀한 것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위한 언어는 공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는 비트겐슈타인에 의하면, 세상에 이해 못할 말은 없다. 읽어내려는 의지와 정보만 있다면 읽지 못할 아픔은 없다. 다만, 지구상 모든 인간이 각자 고유한 생체정보를 가지고 있듯, 그들이 구사하는 언어습관도 모두 다르다는 건 알아야 한다. 사람을 언어에 비유하자면 어쩌면 대한민국에는 5천만 개의 방언이 있다. - P367

좋은 판사의 덕목으로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그중에서도 무지를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판사들이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소송관계인 중 판사가 가장 무지하다. 모르려면 차라리 완벽하게 몰라야 한다. 세상과 인간을 어설프게 아는 것은 편견일 수도, 위험할 수도 있다. - P381

어쩌면 판사도 그들처럼 뭍에서 유폐뙨 섬 같은 존재다. 항성 주위를 도는 행성 같기도 하다. 국민이라 불리는 태양 주위를 돌지만, 태양의 인력에 끌려가서도 궤도를 이탈해서도 안되고, 딱 그만큼의 자리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하지만 일정한 거리를 두고 꼿꼿이 홀로 서야만 하는 판사는 별이자 섬이다. 내 곁에 그런 별과 섬들이 있다. -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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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같은 것. 같잖고 우스워 갖다 버리려 해도 검은 옷에 들러붙는 하얀 먼지처럼 자꾸 따라와 날 성가시게 하는 지독한 감정. 무섭다 못해 지겨웠다. 너무 들러붙어 내가 곧 그것 같았다. - P103

a인간은 그런 종족이다. 사명감이나 책임감 같은 이상한 감정이 탑재되어 있다. 세상이 이렇게 망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며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편에는 이 재앙을 살인과 광기의 축제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내게는 책임감도 광기도 있다. 그 두 가지가 전혀 다른 것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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