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알베르 카뮈 전집 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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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용:      

         

              고드름    -형이상학1

                                      

             백지 위로 글자가 일어선다 

             그림자가 '고'라고 말한다 

            비뚤어진 머리를 털고는

            날씨가 춥죠? 란다, 글자는 말을 할 수 없잖아요? 

            연필을 쥔 나의 말에  

            '고'는 창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상한 시가 되어버렸어....  

           나는 연필을 열고 문을 걸어 잠갔다. 

           창문에는 아직도 '드름'이  매달려 있었다. 

           백지 위로 오소소 소름이 돋아났다.   

           혈액은 '고'였다. 창문 아래에 있는  

           동맥이 연필이었다.

           연필 아래가 겨울이었다.  

          
               

       2. 형식:  서술자의 전능이란 얇은 막을 씌운 채 바라보는 세상이었다. 스케일의 규모에 의해 긍정되는 전능한 서술은 숨어버렸다. 신의 개념들이 감춰지고 알몸의 인물들은 겨울의 시선에 의해 박피되어감을 조장당해야 했다. 작가의 시선은 따라서 협소해지고, 생생하게 인물을 시선 속에 던져주지만, 가치(준거, 모럴)조차 가늠하지 않았다. 하나의 인간이 하나의 인물을 그려내고 하나의 인물이 하나의 욕망에 의해 움직이지만 독자가 느끼는 것은 차가움(겨울)이었다. 영웅주의라는 오판은 그렇게 서술의 특징에서 오는 것이다. 그 웅장한 대서사시적 구조에 의해 우리는 향수의 마지막 시절을 잠시 찾을 수 있었다. 신이 잠시 언 손을 녹여주고는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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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덕 성령충만기
이기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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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의 시대에 부합할 작품일지도 모를 것이다. 영원히 성장할 수 없는 작가다. 성장하기 위해선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려야만 하는 작가이니 그에게는 뼈저린 시간이 될 것이다. 그가 얻어야 하는 수많은 시간들이란 단어(삶, 관념)들을 수집하는 놀이가 될 것이고, 스스로 이룩한 삶의 깊이 만이 사건을 부술 때에서라야 그는 고개를 들고 일어서게 될 것이다. 사건+사건이 주는 한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마치 무한하게 중심으로부터 멀어져가게 하는 페이지의 숫자처럼, 혹은 책의 두께에 비례하게 될 당신의 증폭된 재미와는 반대로 당신을 살릴 한가지 단서는 의외로 이미 당신 속에 있다. 자신의 창작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의심해볼 단어, <경험과 깊이(인과)>에 대한 의문과 자조가 동인으로서 언제나 중심으로부터 멀어져가는 당신을 위해서 마련된 긴 놀이의 입구를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 입구, 그건 이 작가의 죽음이자 곧 새로운 탄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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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사회
장 보드리야르 지음, 이상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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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학이라는 세상에 포함된  계급이라는 범주는, 마치 

    시가 이미지를 요구할 수 밖에 없는 것과 같이,  즉   

    형이상학(시의 관념)이 자연으로부터 대상화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운명을 지닌것과 같이,

    사물을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짓의 환상이 현실사회주의의 사물이라면, 

    사물의 구체적인 분류를 통해  

    계급이  자신의 위계를 설정하게 되는 것이 자본주의의 양식인 것이다.  

    따라서 소비는 사물 그차제의 유용성의 획득이라는 도구로서가 아니라, 

    계급(지위)의 기호가  될 것이며, 

    그 기호에 의해 설정된 사물의 효율적인 체계를 통해   

    체제는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말해, 상승(신분, 지위)이라는 근원적인 인간의 갈망을  소비는 

    사물의 분류를 통해 체계화시키고, 이로써  

    체제는 풍요로운 충족이라는 거짓 환각을 통해 자신의  

    규칙을 통제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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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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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를 먼저 통제해야한다는 것에서, 사상의 벽돌을 제거함으로써, 그 이후에야 현실적 통제시스템들이 작동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색과 통찰이 빚어낸 거의 완전한 연역이 돋보인다. 소설 공학의 정점에 가까운 작품. 

    (통제란 '에너지'가 있는 어느 곳이든  존재하게 마련이다. 전체주의가 무너진 지금, 그 에너지는 바로 자본주의에 미치고 있다. 개인감시기구들을 통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통제(작동) 방식을 탐구하라는 것. 그것이 조지오웰이 오늘날 예술가들에게 제시하고 있는 진정한 메시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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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천운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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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랑에 대한 평론가들의 말들을 보니 기가 찬다. 모두 자신의 속에 갇혀서 자신의 말들만 내다붓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작가에게 돌아가야할 회초리를 외면한 채, 그들은 넌즈시 무슨 꿍꿍인지, 아니면 작가와 비평가의 관계를 끊어버려는 것인지 자신들의 말만 해대고 있는 것이다. 출판사정이 시원찮기라도 한 가 보다. 그녀에게 어떤 험담도 비난도 해대지 않는 것을 보니. 그 험담이 마치 판매부수에 치명적인 오류라도 남을 것처럼.

   현장에 가 있으려는 운영의 작가적 태도는 존경 받아야 한다. 이건 칭찬이 아닌 존경이다. 남자들의 세상 속에 있는 거친 단어 은어들과 사내들의 마음을 뱉어내려는 녀의 태도는 존경과 함께 힘든 작가생활에 대한 연민까지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1. 죽음이 화자나 인물의 죽음이 아닐 때,그 죽음은 인물의 삶에 끼어든 작가의 약점으로 자리잡게 된다. 인물의 죽음이 정당화되지 못할 때, 다시 말해 인물이 죽음으로까지 치닫게 만드는 개연성과, 독자에 대한 설득력을 잃어버리게 될 때 그 죽음은 인물의 죽음이 아니라 작가에 내재한 니힐리즘의 반영으로 확인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상의 반영인 인물 속에 세상은 없어지고, 작가의 부정적인 세계관을 설파하게 되는 도구로서의 인물이 설정되어 버리는 것이다. 좋은 작품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작품 속에 작가의 약점이 드러난다는 것은, 인물이 인물 스스로의 삶이 아니라 작가에 의해 조정당하는 작위적 세계관을 반영하게 된다는 것은 ,작품은 결국 의미를 잃어버리고 인물이 작가 자신의 허무함과 공허한 세계에 대한 주관적인 표현의 도구에 그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니힐리즘의 작품과 작가의 태도에 대한 문제인 동시에 그런 니힐리즘을 표현하는 방식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입김을 읽고)

   2. 근본적으로 운영은 이제 니힐리즘에서 빠져나와야할 것이다. 비평의 폭력도 아니고, 비평의 험담도 아니다. 그녀의 소설들에 나오는 대부분의 죽음이 그녀 작가 자신의 마음의 허무함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대한 깊고 폭넓은 사유를 지니지 못한 작가들 만이 지니는 함정이 바로 이런 니힐리즘으로 표현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건전한 정신이 아닌, 병든 작가의 정신을 통해 세상을 보여주려는 일차원적인 생각은 작품의 인물과 사건과는 관계가 없는 방향으로 길이 틀어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깊고 폭넓은 사유를 지닌 작가였다면 그 인물의 죽음에 포함된 그 죽음을 넘어설만큼의 가치를 소설을 통해 펼쳐 냈어야 하는 것이다. 그만큼 작가는 죽음에 대한 염세성을 넘어서는 담대한 관념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녀의 지금 이런 상황은 4.에서 말해질 작품의 숙고와 관계가 되는 것이며, 숙고 없이 이어져나가는 글쓰기에서의 작가 자신의 염세관이 인물을 주물화시켜 작품과는 상관없이 작가의 동상이 되어버리게 만드는 것이다.

   3. 수없는 현상들의 반영이 오늘 날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작품 속에 모든 삶들이 다양하게 포착되고 있지만, 그것은 언제나 본질로 육박해들어가는 모험이 아니라, 작품 속의 현상들을, 즉 인물들이 포착해내는 지각들과 감정들, 재미있는 표현들과 화려한 자본물들의 이름들, 그리고 가벼운 느낌에만 머물러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은 오늘 날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작품들의 양으로 증명이 되는 것이다. 수 많은 양은 결국 수많은 현상, 가사적인 것들에만 감각적이고 지각과 감정적인 단계들의 단순한 변조일 뿐인 것이다. 그 변조 뒤 속에 더 깊은 안 쪽에 자리잡은 원리들을, 깊은 본질을 읽어내려는 노력은 양에 의해서 재미와 속도라는 자본주의의의 늬앙스에 의해서 침착되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단 한 편의 좋은 소설이 탄생하기 위해서 작가들이 왜 소설이 아닌 인문학을 공부해야하는지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4. 다시 말해 오늘 날의 작품은 숙고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작품은 엄청난 고통으로 직조되는 공학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비평이 작가로부터 배척당하는 이유이자, 작가들 스스로 실시간으로 만들어나가는 창조의 재미를 거세시키는 동시에, 엄청난 고통스런 공작의 시간을 슬그머니 외면하게 하는 핑계(창조의 자유와 재미)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단지 인물 속으로 뛰어들어 그들의 마음만을 얻어낸다는 것이 현상들만을 찍어내게 된다는 것이라는 점에서 작품은 이제 상업용이 되어버리는 점에서, 작품 속에서 표현해낼 주제와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위해 인물들이 구조될 수 없다는 점에서 오늘 날의 작품들은 현상적이며, 따라서, 그녀의 소설에 등장하는 죽음이 그녀의 동상이 되는 것처럼, 그녀의 소설을 읽어갈수록 무언가 있어보이다가(본질로 육박해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다가) 갈수록 맥이 풀리게 되는, 결국 그녀의 그런 부족한 인문적 정신이 자신의 소설을 인물과는 동떨어지게 하더니 죽음(염세관)의 설파로 끝나버리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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