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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ㅣ 알베르 카뮈 전집 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9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내용:
고드름 -형이상학1
백지 위로 글자가 일어선다
그림자가 '고'라고 말한다
비뚤어진 머리를 털고는
날씨가 춥죠? 란다, 글자는 말을 할 수 없잖아요?
연필을 쥔 나의 말에
'고'는 창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상한 시가 되어버렸어....
나는 연필을 열고 문을 걸어 잠갔다.
창문에는 아직도 '드름'이 매달려 있었다.
백지 위로 오소소 소름이 돋아났다.
혈액은 '고'였다. 창문 아래에 있는
동맥이 연필이었다.
연필 아래가 겨울이었다.
2. 형식: 서술자의 전능이란 얇은 막을 씌운 채 바라보는 세상이었다. 스케일의 규모에 의해 긍정되는 전능한 서술은 숨어버렸다. 신의 개념들이 감춰지고 알몸의 인물들은 겨울의 시선에 의해 박피되어감을 조장당해야 했다. 작가의 시선은 따라서 협소해지고, 생생하게 인물을 시선 속에 던져주지만, 가치(준거, 모럴)조차 가늠하지 않았다. 하나의 인간이 하나의 인물을 그려내고 하나의 인물이 하나의 욕망에 의해 움직이지만 독자가 느끼는 것은 차가움(겨울)이었다. 영웅주의라는 오판은 그렇게 서술의 특징에서 오는 것이다. 그 웅장한 대서사시적 구조에 의해 우리는 향수의 마지막 시절을 잠시 찾을 수 있었다. 신이 잠시 언 손을 녹여주고는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