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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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눈먼 자들의 국가>를 ˝읽어내는˝ 것은 무척이나 힘겨운 일이다. 200페이지 남짓한 얇은 분량이지만, 읽다보면 가슴 속에 슬픔과 분노, 참담함이 밀려와 책을 잠시 덮어두고 마음을 가라앉혀야 하는 일이 잦으니 말이다.

- <눈먼 자들의 국가>는 열두 명의 소설가, 시인, 문학평론가, 사회학자, 언론학자, 정신분석학자, 정치철학연구자가 계간 <문학동네>에 세월호 사건에 대해 기고한 글들을 엮어 낸 책이다. 신형철 편집주간의 말대로 진실과 슬픔의 무게 때문에 얇지만 무거운 책. 2014년 4월 16일의 참사 이후, 진실은 수장될 위기에 처했고, 슬픔은 거리에서 조롱받는 중이다. 진실에 대해 응답하고 타인의 슬픔에 예의를 갖추기 위해 나온 책. 그것이 <눈먼 자들의 국가>다.

- 열두 명의 글 중 김애란, 박민규, 진은영, 배명훈, 황종연의 것이 특히 인상 깊었다. 진은영은 말한다. 우리는 망자와 유가족에게 연민을 보일게 아니라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고. 연민은 강자가 약자에게 베푸는 안일한 도덕적 시혜일 뿐이지만, 그들을 구조하지 못하고 사건을 규명하지 못한 우리는 마땅히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고. 그러니 이 비극 앞에서 희생자에 대한 연민의 눈물을 흘리기보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혀야 한다고.

- 304명이 TV카메라 앞에서 수몰되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비극이 있었음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나라. 아니, 더욱 비참해지는 나라. `헬조선`이라는 자조적인 별칭으로 불리우는 여기는 지옥인가? 아니 차라리 지옥이라면 죄지은 자들이 죄의 무게에 걸맞는 형벌이라도 받지, 여긴 숫제 사방에서 아귀들이 판치는 마굴이다.

"세상은 신의 노여움을 잠재울 의인 열 명이 없어서 멸망하는 게 아닐 것이다. 세상은 분명 질문에 답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질문하는 사람 자리로 슬쩍 바꿔 앉는 순간에 붕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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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 산책 2 - 20세기, 유럽을 걷다
헤이르트 마크 지음, 강주헌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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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 산책 1, 2>의 가장 뛰어난 미덕은 당시의 역사를 겪은 산 증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상황을 히틀러에게 직접 보고했던 젊은 중위 빈리히 베어, 레닌그라드 전투에서 살아남은 안나 스미르노바, 폴란드 공산당의 실력자 부아데크 마트빈, 유럽연합의 기초를 닦은 막스 콘스탐, 포르투갈 카네이션 혁명의 주모자 비토르 알베스, 네덜란드의 전 총리 뤼트 뤼베르스, 세르비아의 소설가 알렉산드리 티슈마... 인터뷰를 통해 들은 이들의 개인적 경험은 일반적 역사서를 통해서라면 접하기 힘든 소중한 자산이다.

유럽은 20세기 두 차례의 끔찍한 전쟁에서 교훈을 얻었다. 다시는 그러한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유럽연합을 창설한 것이다. 그 결과, 70년 동안 서유럽 주요 국가 간에 평화가 유지되었다. 그러나 유로존에 대한 심각한 회의가 대두되고, 난민과 무슬림 이민자로 인한 갈등이 커지고 있는 지금, 서유럽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탄생한 유럽연합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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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 산책 1 - 20세기, 유럽을 걷다
헤이르트 마크 지음, 강주헌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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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와 역사서가 결합된 형식의 독특한 책.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드레퓌스사건을 시작으로 20세기 유럽 역사의 흔적을 찾아 여행한다. 역사적 사건의 증인을 만나 인터뷰하고, 지역 도서관을 샅샅이 훑고, 사건의 현장을 거닐며 역사를 서술해 나간다. 덕분에 저자가 그리는 역사는 딱딱하게 말린 건어물이 아니라 갓 잡은 활어마냥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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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이야기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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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자매의 소설들처럼, 황량하고 거친 평야에 부는 스산한 바람 같은 작품. 영국 고전을 읽는 듯한 유려한 문장은 마음에 드나,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음울함을 견디기엔 스토리가 지나치게 늘어진다. 끝까지 읽고 나면 `겨우 이 이야기를 하려고 500페이지 넘게 썼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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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환상문학전집 11
필립 K. 딕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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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으로 유명한 소설. 영화는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경계가 무엇인지, 인간성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소설은 안드로이드는 인간과 외양이나 지능은 구별할 수 없지만, 결국 다른 안드로이드나 동물에 대한 감정이입을 할 수 없는 기계일 뿐임을 확실히 한다. 오히려 주인공 릭 데커드나 이지도어가 안드로이드에게 감정 이입하는 모습이 작품 내내 묘사된다. 이런 점에서 SF의 클리셰라 할 수 있는 `인간보다 더욱 인간적인 기계`와는 거리가 있는 소설이다. 단지 끝까지 읽어도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했는지 고걔를 갸웃거리게 한다는 점이 아쉬울 뿐, 한 번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어딜 가든 너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게 인생의 기본 조건이다. 자기 정체성에 위배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이 인생의 기본 조건이다. 생명이 있는 존재라면 살아 있는 동안 언젠가는 그럴 수밖에 없다. 인간이 신의 피조물이라면 그 피조물에 드리워진 그림자, 그 피조물이 벗어날 수 없는 패배가 바로 그것이다. 인간이 피해 갈 수 없는 저주이며, 모든 생명체를 빨아먹고 사는 저주이다. 우주 어딜 가도 피할 수 없는 저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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