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블로거 핑크팬더의 블로그 글쓰기 - 막막한 당신에게 힘이 되는 글쓰기 안내서
이재범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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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2016년에 펴낸 <블로그 글쓰기>의 개정판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블로그에 글을 쓴 사람이다. 부동산 관련 일지와 서평, 영화/드라마 리뷰를 쓰면서 파워블로거가 되었고, 덕분에 열 권이 넘는 책을 내게 되었고, 이 책에서는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자신의 노력을 담았다. 검색해보니 파워블로그는 2008년에서 2014년까지 열심히 활동한 블로거에게 부여했으나 더이상 선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의 블로그에 가보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그의 블로그 글쓰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 책은 일반적인 글쓰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블로그는 단지 저자가 글쓰기 연습을 위해 이용한 매체일 뿐이다. 따라서 블로그의 여러 기능에 대해 설명해주거나, 블로그를 어떻게 꾸며야 한다거나, 이미 오랫동안 블로그를 운영해왔다면 빈번하게 요청받는 마케팅 제안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기대하거나 하면 안된다. 그저 365일 꾸준하게 블로그에 글을 썼더니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었고, 14권의 책을 내게 되었다는 놀라운 성과를 공유하는 에세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글을 잘 쓰는 비결은 무엇일까? 저자는 매일 쓰고, 많이 읽으라고 조언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흔한 조언인 것 같지만 저자는 직접 실천했고, 성공했다. 누가 보든 말든, 친구에게 말을 걸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말을 블로그에 쓰다보니 글쓰는 능력이 자연스레 향상되었다. 단, 365일 매일 꾸준하게 써야한다. 또한 글 잘 쓰는 사람들의 책을 많이 읽고 흉내내고 연구하다 보니 역시 그리 되었다. 사실상 저자는 1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10년이 넘게 읽었고, 어느 순간 쓰고자 하는 갈증이 생겼다고 한다.

저자의 독특한 필사방식이 흥미롭다. 일반 독자들은 감동적이거나 기억하고 싶은 좋은 표현을 필사하지만, 저자는 '프롤로그'를 필사한다. 보통의 경우, 프롤로그는 한번 읽고 말지만, 저자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쓴 후, 다시 프롤로그로 돌아가 베껴 쓴다. 쓰다보면 저자가 책에서 말하려는 내용을 더 정확히 이해하게 되고, 읽으면서 놓친 부분도 알게 되고, 맞춤법이나 띄어 쓰기를 익히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시도해보고 싶은 방법이다.

유명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도 소개하는데, 하루에 일정량을 쓰는 작가가 꽤 된다는 사실이 놀랍다. '필일오(必日五)'를 책상 맡에 붙여두고 매일 원고지 5매 분량을 쓴다는 김훈, 하루 30분 아무 글이나 적기를 1년 해보라고 조언하는 유시민, 늘 글을 쓴다는 JK 롤링이 그렇다. 어느날 문득 훌륭한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일반인으로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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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대공황 - 역사상 최대 위기, 부의 흐름이 뒤바뀐다
제임스 리카즈 지음, 이정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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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2021년 2월 7일 현재 전세계 확진자수는 1억명을 넘었고, 사망자만도 231만명이 넘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는 이 팬데믹의 확산을 막고자 봉쇄정책을 시행하였고,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헬리콥터 머니를 쏟아 부었다.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리카즈는 역사적으로 1918년 스페인 독감이나 195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플루와 같은 팬데믹에도 봉쇄조치는 없었으며, 이러한 봉쇄조치가 1929년 경제 대공황보다 심각한 공황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저자는 팬데믹에 대응하는 미국의 경제 봉쇄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역사상 가장 큰 실수라고 주장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저자는 스웨덴처럼 '집단면역'을 키웠어야한다고 주장한다. 봉쇄없이 자유로운 왕래 속에서 국민의 60%이상이 저절로 감염 후 치유되면서 자연면역이 생기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실제로 스웨덴의 경우 초기 높은 사망율를 기록했다. 글쎄다. 각 나라마다 달라야하지 않을까? 특히 인구집중도가 높은 대도시인 뉴욕이나 서울에서는 이를 적용하기가 매우 위험하다. 차라리 미국의 실수는 컨트롤 타워없이 시민들을 우왕좌왕하게 만든 리더쉽 부재와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는 시민들의 마스크를 쓰기 거부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 못한 정부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해야하지 않을까. 최근에 읽은 시사저널(1629호)의 코로나 방역 성공사례국인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은 모두 저자가 반대하는 봉쇄정책이 성공한 나라로 이미 확진자 발생자수가 0이거나 0에 가까운 상태로 단기간 내에 경제와 사회활동이 정상화되었다.

이미 취한 각국의 봉쇄조치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뿌린 것이 과도한 부채가 되어 결국 불황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GDP대비 정부부채비율은 130%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강력한 수출 주도형 국가인 한국도 G20국가들이 추세적 성장을 회복하지 못하면, 전자, 가전,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며 한국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다.

신 대공황이 시작된 날은 2020년 2월 24일 월요일 주식시장이 3.6%빠지는 것으로 시작해서 3월 24일 저점을 찍을 때까지 다우존스지수는 36%하락했다. 2020년 3월1일부터 10월1일까지 미국인 6천만 명이 실직했다. 불황이란 상황이 더이상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폐업을 하고, J.C 페니와 같은 대기업 역시 파산했다. 세계 무역도 위축되었는데 이는 공황을 결정짓는 특징 중 하나다. 세계경제성장률도 하락일로에 있다. 주식시장은 오히려 코로나 이전을 회복하고 상승 중이지만, 실물경제는 따로 움직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팬데믹이 종결된 이후의 전망 역시 긍정적이지 않다. 실업률이 수년간 지속되고, 생산성이 팬데믹 전으로 회복되기 어려우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저축률이 높아지면 경제성장률은 낮아진다. 팬데믹이후 앞으로 향후 20년간 미국도 일본처럼 장기간 경기침체와 저성장이 이어지는 '장기불황'을 겪을 것이다. 4차산업혁명으로 새로운 산업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과연 그러할지 지켜볼 일이다.

역사적 불황의 위기 속에서도 돈을 버는 개인은 있었으니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투자 방식을 일러준다. 자산배분이 답이다. 자산배분은 인플레이션(금, 부동산), 디플레이션(국채), 변동성(현금)을 고려하여 배분한다. 현금 30%, 금 10%, 주거용 부동산 20%, 재무부 채권 20%, 주식 10%, 대체투자 10%의 포트폴리오를 권한다. 현금의 비중이 상당히 높고 주식비중이 낮은 편이다. 또한 현재 온스당 1,810불 정도하는 금값이 2025년에 14,0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은 과장되어 보이지만 금에 관한 책을 쓸 정도의 전문가이니 지켜볼 일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봉쇄정책으로 대응해서 엄청난 국가부채를 일으키게 한 미국 정부와 연준에 대한 비판을 주로 비판하는 글이다. 그로인해 신 대공황이 올 것이라는 부정적인 미래관도 함께 한다. 안타까운 점은 비판은 있지만 대안은 없다. 포스트팬데믹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비판적으로 읽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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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토익 실전 1500제 RC - 실전 15회분 집중 연습으로 토익 900+ 종결 시원스쿨 토익 실전 1500제
시원스쿨 어학연구소.정상 지음 / 시원스쿨LAB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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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990점 만점인 토익에서 900점 이상을 목표로 하는 수험자들을 위한 RC 실전문제집이다. 15회분을 담고 있다.

저자는 100회 이상 토익 만점을 기록하였고, Speaking & Writing역시 최고 레벨의 소유자다. 토익 관련 저서도 다수 있고 현재 토익을 강의하고 있어서 실전의 감도 잃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출문제를 분석하여 출제 경향을 이해하고 고득점이 가능한 노하우를 제시하고 있다.

학습법은 간단하다. 실전문제는 실제시험처럼 풀고, 해설은 완벽하게 이해하고, 교재 속 어휘/표현은 모두 암기하면 RC는 물론 LC 능력까지 향상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15회를 풀어서 문제유형에 익숙해지면 시험장에서도 낯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겠다. 특히 단기간 매일 한 회씩 풀고 복습을 끝내는 것으로 15일 완성하고, 다시 5일간 3회씩 다시 풀고 복습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시험 최종 준비서로서 적합하다.

고득점을 향한 노하우 소개도 간단하지만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900점 이상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은 이미 자신만의 노하우와 스타일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스타일 대로 풀어보고, 저자가 권하는 방식으로도 연습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저자는 파트7을 먼저 풀고, 6과 5를 풀라고 하는데, 서서히 워밍업을 하며 풀어나가는 스타일인 사람은 앞부터 푸는 것이 좋겠고,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조언이 적합하겠다.

RC는 LC와는 다르게 시간과의 싸움이다.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고 그 배분된 시간 내에 제대로 다 풀어내야하는가가 고득점에 이르는 길이다. 200문제를 75분 내에 풀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시간배분을 메모해 두고 연습해보자. 파트5는 7분간(마킹포함), 파트6는 8분간, 파트7은 60분간(이중/삼중지문에 30분, 단일지문에 30분)이다.

LC가 만점이라도 RC에서 12문제 이상을 틀리면 900점을 넘기 어렵기 때문에 수험생에게 파트7이 가장 난관일 것이다. 일단 지문도 길고 여러 개가 제시되기 때문에 지문의 유형은 물론 문제의 유형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파트7의 문제유형은 6가지인데 지문 하나에 5개의 문제가 주어진다. 이때, 6가지 유형(주제/목적찾기, 사실관계확인(가장 많이 출제), 추론/암시, 동의어 찾기, 문장위치 삽입, 화자의도파악) 중 내가 어느 부분이 약하고 어느 부분은 강한지를 파악해본다. 15회 누적 데이터를 가지고 같은 부분이 계속 틀린다면 다시 저자의 문제풀이 노하우로 돌아가 비교해보고 저자의 조언대로 시행해보고 효과가 있다면 바꾸는 것도 좋겠다.

개인적으로 처음 문제를 풀 때보다 뒤로 갈수록 점차 익숙해지면서 점수가 상승하는 편이다. 다만 시간 관리와 집중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연습이 필요하다. 토익은 영어를 잘 한다는 실력만으로는 좋은 점수를 얻기는 어려울 수 있다. 시험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고 시간을 잘 관리하여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고 그러기 위해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겠다. 충분한 연습을 위해 이 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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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의 미래 -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위기"와 "기회"의 시대가 온다
홍춘욱 지음 / 에이지21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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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과 관련된 6가지 이야기를 통해 외환시장이 어떤 곳이며, 환율의 변동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고정환율과 변동환율제도, 2015년 남유럽 재정위기, 환율을 결정짓는 요소, 채찍효과, 주요 아시아 통화의 미래와 자산배분에 대한 내용이다.

환율은 한 나라 화폐의 상대적인 가치다. 각 나라별 다양한 화폐의 교환비율을 환율이라고 부른다. 누구에게는 아주 쉬운 개념일 수 있겠지만 내게는 너무 혼란스러운 용어이다. 아래와 같이 적어두고 책을 읽으며 때때로 다르게 표현되는 환율에 대한 표현을 이해한다.

환율이 오른다=1달러가 1,000원이던 것이 1,100원이 됨= 달러 강세=원화 평가절하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환율이 상승할 때 주식시장은 하락하고, 채찍 효과로 선진국 경기의 사소한 변동이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준다. 통화 중에는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있어 경기가 나빠지면 한국원화와 같은 위험자산을 제일 먼저 매도한다. 국내 상품뿐 아니라 미국 상품을 포함하여 자산배분을 할 때에는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상품을 구성한다. 예를 들어, 한국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면 미국 채권을 함께 매수한다. 그러면 이익률이 크지 않지만 변동성이 적어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는데 적절하고 장기적으로 성공적인 투자 가능성이 높다.

채찍효과에 관한 설명이 흥미롭다. 채찍 끝자락에 있는 한국경제가 손잡이에 있는 선진국 소비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개도국의 소비시장은 작다. 14억 인국의 중국 내수시장 규모는 세계 경제에서 5.2%이고, 13억 인구의 인도 내수 시장 규모는 2.1%로 한국과 타이완 등 신흥공업국의 2.9%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선진국 G7국이 세계 민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2%에 이르고, 이 중 미국이 30.3%에 이른다. 미국의 실질소비지출이 1% 증가하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5~10% 상승한다. 이를 '채찍효과'라 하는데, 채찍 손잡이를 조금만 움직여도 끝부분은 몇 미터 이상 움직이듯, 공급사슬의 가장 끝에 위치한 기업은 중간에 위치한 기업보다 훨씬 큰 수요의 변화를 겪는 현상이다. 끝으로 갈수록 소매점 주문량보다 왜곡되게 많은 생산량을 요청하게 된다. 미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15%~-20%로 움직이지만 한국의 수출은 50%~ -30%로 3배가량 크게 움직인다.

또한 아시아 통화 중 중국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최소 10년 내에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기축통화의 조건은 경제력, 안정성, 교환성, 발전된 금융시장의 네 가지인데,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 다음으로 크기는 하지만 안정성, 교환성, 금융시스템 모두 부족하다.

엔화와 한국주가에 관한 인사이트도 흥미롭다. 과거 엔화가 강세이면 한국주가도 올라갔으나, 1990년대 후반이후 반대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즉, 엔화강세에 한국주가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한국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었고, 엔 캐리 트레이드(낮은 엔을 차입해서 고금리국가 자산에 투자), 미국 달러보다 엔화가 더 안전자산으로 취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부하듯 읽은 이 책은 간단명료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쉬운 비유와 많은 그래프로 설명하기 때문에 환율에 대한 개념을 잡고 세계의 경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2016년에 씌여진 책이라 관련 데이터가 2014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환율에 관한 큰 개념을 이해하는데 불편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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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에디터스 컬렉션 10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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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폴 사르트르(1905년-1980년)는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무신론적 실존주의 철학자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 알베르 까뮈와 한 시대를 살 았다. 1938년 출간된 이 책 '구토'는 샤르트르의 첫 장편소설이자 그를 장래가 촉망되는 작가의 반열에 올린 작품이다.

이 책은 일기 형식이다. 그러나 읽어 내리기가 녹녹치 않다.

주인공 로캉탱은 30세다. 18세기 롤르봉 후작에 대한 역사적 연구를 마치기 위해 부빌 시에 체류하고 있다. 호텔, 카페, 시립 도서관을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을 하며, 일기를 쓴다. 사실적인 묘사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상세히 담은 일기에는 '구토'와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그가 처음 구토를 느낀 것은 바닷가에서 아이들이 물수제비를 뜨는 것을 보며 돌멩이를 집어 들었을 때이다. 돌멩이에서 구토를 느낀 이후로 일상에서 사물로부터 구토를 느끼는데, 사람이 물체를 만지는 것이 아니라 물체가 나를 만지는 것을 느낀다고 자각할 때마다 구토증이 난다. 공원에 뒹구는 종이, 벽, 멜빵같은 주변 사물에서 참을 수 없는 구토를 느낀다. 흑인 여가수의 재즈 노래인 '섬 오브 디즈 데이즈(Some of these days)'를 들을 때를 제외하고.

로캉탱의 주변에는 애인인 카페사장 안니와 도서관의 책을 알파벳 순으로 읽고 있는 독학자가 있다. 독학자는 7년간 L까지 읽어내렸고 아직 6년을 더 읽겠다는 목표가 있다. 로캉탱은 그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 도서관에서 만나면 말을 나누고 한 차례 점심을 함께 한다.

사건이라할 만한 것은 독학자와의 점심식사와 4년만에 만난 안니와의 대화가 전부다. 독학자는 지적인 로캉탱에게 호감을 느끼고 점심을 함께 하는데, 로캉탱은 독학자의 말에 집중하지 못하고, 속으로는 그를 비웃기도 하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연신 살피느라 바쁘다. 결국 구토를 느끼고 자리를 뜬다. 주인공은 롤르봉 후작에 대한 글을 더이상 쓰지 않기로 결심한 후 파리로 건너가 안니를 만난다. 무대에서 연기를 하며 완벽한 순간을 실현하고자 했던 그녀는 연기를 그만두고 남자와 여행 중이라며 로캉탱에게 이별을 고한다. 부빌로 돌아온 로캉탱은 자유를 느낌과 동시에 절망한다. 3년 전 부빌로 들어온 이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부빌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도서관에서 다시 보게 된 독학자는 소년에게 불미스러운 행동을 하고 도서관에서 쫓겨난다. 부빌을 떠나는 날 마지막으로 재즈를 들으며 소설을 써보겠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뚜렷한 사건 전개 없이 주인공이 구토를 느끼는 심리 묘사와 왜 중요한지 모르겠을 주변의 사물과 사람들에 대한 관찰묘사가 길게 이어진다. 사건이 빠르게 진행되고 해결되는 것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이러한 묘사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내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찾아내지 못하며 절망하게 한다. 이 묘사가 다음에 벌어질 어떠한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의미가 없다. 대신, 왜 로캉탱이 구토를 느끼는지를 집요하게 물어야한다.

사물과 인간은 구분된다. 사물은 인간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존재의 이유가 있는 것일 뿐이지만, 인간은 그 자체가 존재이므로 다른 사람에게 필요로 하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주인공은 사물에게서도 존재 그 자체를 느낀다. 이것이 불편하고 참을 수 없어 구토를 느끼게 된다. 내가 필요해서 만든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차지하는 느낌정도이려나. 그러면 로봇은 더이상 내가 필요해서 만든 존재가 아닌 독립적인 의미를 가진 대상이 되는 것이고 내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그 위협적인 느낌이 구토로 구현되는 것이 아닐까.

사르트르가 자신의 실존주의 철학이 이 책에 다 들어 있으며 이 책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했다고 하는데 몇 번을 더 읽어야 이 말 뜻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근래에 읽은 고전 중에서 가장 어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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