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고백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기 드 모파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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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드 모파상(1850-1893)은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소설가이다. 이 책에 수록된 <목걸이>, <오를라>, <보석> 등을 포함해 300편이 넘는 단편소설과 장편소설, 에세이, 기행문, 희곡을 남겼다. 말년에 매독이 정신질환으로 이어져 자살을 시도하였다가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 4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러시아의 안톤 체호프와 더불어 단편소설의 시조로 불린다.

책에는 총 14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보석, 목걸이, 첫눈, 봄에, 달빛, 소풍, 고백, 텔리에의 집, 미친 여자, 크리스마스이브의 밤, 시몽의 아빠, 쥘 삼촌, 들에서, 오를라이다. 저자는 작품에서 사랑을 이야기한다.

단편인데도 배경 묘사와 인물의 심리와 이야기의 반전이 촘촘하다. <첫눈>의 도입부는 크루아제트 거리를 아주 상세하게 묘사하는데 그 따스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선하다. 반면에 등장하는 여인은 병에 걸려 내년을 기약할수 없는 지경이지만, 이 곳에 있음에 행복해한다. 사실 이 여인은 남편이 있는 노르망디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병이 낫지 않도록 애쓰는 중이다. 노르망디 출신 남편은 남쪽 파리에서 온 아내의 추위와 외로움을 이해하지 못한다. 난방기를 사달라고 요구하는 아내에게 터무니 없는 일이라며 들어주지 않는다. 아내는 고의로 감기에 걸리지만 폐렴이 되고, 의사의 진단대로 난방기는 물론이고 남쪽으로 요양까지 온 상황이다. 둘의 심리전의 하이라이트는 남편의 편지다. 아내를 그리며 돌아오라는 내용이어야할 편지에는 첫눈이 올 듯한데도 '망할 난방기를 켤 생각이 전혀 없다는' 어리석은 남편의 글이 아내의 기침을 돋구며 끝난다. 아내를 힘들게 한 것은 추위보다 남편의 몰이해와 고집불통이지 않았을까. 그에게 이해와 배려라는 미덕은 없다. 이해하는 척이라도 해주면 좋았을 텐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들도 있는데, <텔리에의 집>과 <시몽의 아빠>이다. <텔리에의 집>은 비록 매춘부들이지만 마담의 조카 영성체에 참여하며 아이에게 넘치는 모성애를 보여준다. 사실 마담이 경영하는 술집을 하루만 쉬어도 그 곳 단골들은 이유없이 화를내고 서로 싸움을 걸지만, 일행이 돌아오자 다시 화기애애함과 사랑이 넘친다. 6명의 여자들은 사실 사랑으로 가득한 사람들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존재가 아닐까. <시몽의 아빠>에서 아빠가 없다는 놀림을 받고 자살하려던 어린 시몽은 자신을 구해준 대장장이 아저씨 필립에게 아빠가 되어 달라고 요구한다. 그렇게 필립은 시몽의 아름다운 엄마와 진짜 결혼을 한다. 외로운 아이를 보듬는 필립의 따뜻한 마음이 훈훈하다.

마지막에 수록된 <오를라>는 앞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적고 있다. '오를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로, 화자 몰래 자기의 물을 마시고, 사물을 옮기고, 자신을 감시한다. 마치 최면당해 명령받은 대로 행동하는 사촌처럼 화자는 오를라에게 지배당한다. 화자는 매일 이 보이지 않는 존재인 오를라의 정체를 밝히고 거기서 벗어나려 한다. 오를라를 없애는 방법은 그를 가두고 불을 지르는 것이다. 아니면 자신이 죽는 것이다. 정신병자의 일기처럼 매일 관찰 일기를 쓴 형태가 더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아마도 저자가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쓴 작품이 아닐까한다. 상세한 작품해설이 있었다면 좋았겠다.

모파상의 작품은 간결한 문체가 가독력을 높이고 글이 단정하다는 느낌을 준다. 단편이어서일 수도 있지만, 간결한 묘사와 군더더기 없는 사건의 진행이 깔끔하고 스피디하다. 또한, 인물간에 서로를 대하는 행동 아래 숨겨진 심리가 예리하게 잘 전달된다. 당시 사회상도 알 수 있는데, 부유한 귀족과 비참하게 사는 가난한 농부의 삶이 극명하고, 남들 눈에는 평범한 결혼 생활이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갈등 요소와 이해부족이 있는지 보여준다. 이야기마다 뼈가 있는 교훈을 담고 있는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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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국가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 6
호시 신이치 지음, 김진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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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 신이치(1926-1997, 71세)는 '쇼트-쇼트'라는 분야를 개척했는데, '쇼트-쇼트'는 초단편 소설을 의미한다.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일본 SF 대상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이 책은 1968년작으로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으로 350쪽에 31편이나 되는 초단편을 수록하였다. 가장 짧은 것은 두 쪽 밖에 되지 않는다.

작가의 상상은 장르를 넘나든다. 공상과학처럼 행성과 로봇이 출현하는 미래의 이야기도 있고, 토끼와 거북이 동화를 패러디한 이야기도 있고,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도 있고, 괴이한 이야기도 있다.

<상품>은 우주선에 상품 견본을 싣고 여러 행성을 다니며 주문을 받는 세일즈맨 이야기이다. 도착한 행성이 문명이 높은지 낮은지 판단해야하고, 번역기로 소통을 한다는 발상이 참신하다. <시끄러운 상대>는 자신을 사달라고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는 로봇을 사고 난 주인이 추가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는 것을 버릴 수도 없고 유지할 수도 없어 난처해한다. 그러나 자신만 손해볼 수 없다는 생각에 타인에게도 은근 권하는 인간의 치사한 심리가 잘 나타나있다. <눈의 여자>는 겨울 산장에 찾아오는 설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미쳐가는 남자의 이야기인데 몽환적이다.

표제작 <마이 국가>는 '나의 나라'를 의미한다. 엉뚱한 설정에 결말도 의아하다. 젊은 은행원이 집을 찾아다니며 영업을 하다가 마이국삼이라는 문패가 적힌 집에 들어간다. 주인이 권한 술을 마시자, 은행원은 점차 하반신이 마비되는 것을 느낀다. 걸어나갈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주인은 자신의 나라에 침입한 젊은이를 처형하겠다고 했다가 독립기념일이니 석방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처형하겠다고 여러번 번복하며 심리적으로 압박을 준다. 드디어 석방된 젊은이는 정신이 나가 자신의 나라를 만들 생각에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들어간 앨리스처럼 긴장과 소통이 되지 않는 답답함이 비슷하다.

반전이 신선하다. <조정>에서 주인은 로봇을 센터에 보내 조정을 받고 돌아오게 하였는데,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말을 듣지 않는다. 불만을 제기하자, 주인의 경솔하고 변덕스러운 단점을 고치기 위해 인간조정센터에 입원하면 된다는 조언을 듣는다. 로봇 뒤에 거대한 조직이 사람을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이 살짝 두렵다. <취미>에서 인테리어가 취미인 여자가 결혼한다. 여자는 남편이 선물한 그림에 맞추어 집안의 분위기를 차츰 바꿔나가는데, 결국 어울리지 않는 남편을 바꾸기 위해 이혼을 신청한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어처구니 없다.

창작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책이 아닐까한다. 짧은 이야기이지만 설정이 참신하고 이야기 흐름이 긴장이 있고, 반전이있다. 영화나 좀더 긴 소설의 출발점이 되줄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지 않을까한다. 배경도 다양하고, 인물도 다양하고, 상황도 기발하고, 결말도 엉뚱하다. 짤막하지만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하는 반전 매력도 놀랍다. 이야기를 즐긴다면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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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조각들 : 타쿠야 감성 필사집
테라다 타쿠야 지음 / 시대에듀(시대고시기획)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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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를 공부하다보면 이것저것 찾아 해보게 되는데 수준이 낮은 상태에서 배우는 일어는 교재도 수준이 높을 수가 없어서 가끔 이렇게 문법과 어휘의 어려움을 떠난 책을 만나고 싶다. 


이 책은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타쿠야의 필사집이다. 일상 속 작은 행복, 기분이 맑아지는 순간, 사랑과 설렘, 시간 속에 머무는 추억, 마음을 다독이는 말로 나누어 감성적인 문장을 담았다. 


책을 펼치면 왼쪽에 일어 원문, 우리말 발음과 번역이 있다. 아래에 '타쿠야의 한마디'에는 간단한 감상과 이 문장을 쓰게 된 이유를 달았다. 오른쪽에는 필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고, 아래에는 어휘와 뜻을 정리하였다. 필사하기 좋도록 180도 펼칠 수 있는 제본이 마음에 든다. 또한 타쿠야의 자연스러운 미공개 사진도 볼수 있다. 


"평소 순간을 기록해 두는 습관(프롤로그)"이 있다는 타쿠야의 말대로 이 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일상 순간의 기록을 모아 다듬었다. 마음에 감성 한 스푼을 넣어주는 문장들이 많은데  "창문으로 들어오는기분좋은 바람에 피로가 날아갔다(窓から入る気持ちいい風に、疲れが吹っ飛んだ。66)" 라든가, 한국에 놀러온 가족과 사진을 찍으며 함께 웃던 소리가 남아있다는 "귓가에 남은 머나먼 그날의 웃음소리(耳に残った、遠い日の笑い声。171)"가 애틋하다. 꿈을 쫓아 일본을 떠나 한국에 살며 이방인으로 느끼는 외로움과 그리움이 느껴진다. 짧지만 감수성 풍부하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이다. 


타쿠야의 낭독 음원이 수록되어 있어서 QR코드를 타고 들어가 들을 수 있다. 일어와 한국어로 차분하게 읽는 목소리가 듣기 편하고, 책장을 넘기는 소리도 듣기 좋다. 일어 목소리는 낮은 음에 감성이 넘치는 편인데, 우리말 목소리는 톤이 좀 높아 명랑하게 들리다가 뒤로 갈수록 저음으로 편해진다. 27분 정도의 타쿠야의 목소리를 들으면 차분하고 감성적이 된다. 


이 책에는 영화 대사처럼 멋진 말도 있지만, "퇴근후 마시는 생맥주는 유난히 맛있다"처럼 일상 속 사소하지만 행복한 순간을 잘 잡아낸 게 더 매력적이다. 우리말 번역도 시적이고, 매일 조금씩 타쿠야의 음성을 들으며 필사하기에 좋은 책이다. 


#후루룩외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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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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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1775-1817, 41세)은 영국 소설가이다. 20세 부터 <이성과 감성(Sense and Sensibility)>의 초고를 쓰기 시작했지만 36세(1811년)에야 익명으로 발표했다. 이어 <오만과 편견>(1813), <에마>(1815)를 발표하며 작가로서 활발히 활동했다. 사후에야 본명으로 <노생거 애비>와 <설득>이 출판되었다.

세 자매 엘리너, 메리앤, 마거릿은 아버지를 여의고 이복 오빠가 모든 재산을 물려받자 엄마와 함께 놀랜드에서 바턴의 코티지로 이사한다. 다행히도 집주인인 존 경은 매우 사교적이어서 여러 사람과 교류할 수 있도록 파티를 열어 새로운 곳에 잘 적응하게 된다. 엘리너는 새언니의 동생인 에드워드와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은근 그가 찾아와 주기를 기다린다. 이성적이고 분별력 있는 엘리너에 비해, 메리앤은 엄마를 닮아 활달하고 감정적인데, 비오는 날 자신을 구해준 윌러비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두 자매가 모르는 가혹한 비밀이 숨어 있었고 실연의 아픔을 겪게 된다. 꼬이고 꼬인 관계 속에서 두 자매는 서로를 위로해주며 돈독해지고, 앞으로 누구와 결혼할지 궁금하게 한다.

200년 전 영국의 상황이 그려진다. 부유한 귀족들은 넓은 영지를 거느리며 이렇다할 일을 하지 않으며 사교 활동에 열심이다. 가난한 귀족의 딸들은 부유한 집 남편감을 만나기 위해 외적 아름다움과 내적 품행을 갖추어 결혼을 성사시키려 노력한다. 가난한 귀족남자들은 유산을 기다리며 부모의 말에 거역하지 못하거나, 부유한 집 딸과 결혼하고자 애를 쓴다. 경제적인 능력이 행복을 가져온다고 믿는 풍조가 이야기 곳곳에 퍼져있다.

이복 오빠와 새언니는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속물로, 돈많은 사람만 가려가며 사귀는 부부이다. 자신의 재산을 한 푼도 나눠주고 싶어하지 않을 뿐더러 새언니의 동생 에드워드가 엘리너와 가까이 지내는 것을 못마땅해한다. 파머 부부 역시 사랑보다 조건이 맞아 결혼했는데, 남편이 철저히 아내의 말을 무시하고 무관심한데, 아내는 남들 앞에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들의 가식적인 모습이 극의 재미를 더한다.

화자의 편안한 말투가 마치 옆에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소근소근 들려주는 듯하다. 화자는 인물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외모와 말과 행동을 통해 심리까지 읽어낸다. 화자의 말을 따라 읽다보면 캐릭터들이 살아움직이는 듯 하다. 눈에 보이는 상황을 표현하기 때문에 인물들의 과거 이야기는 알 수 없는데, 과거 이야기가 반전이 되면서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브랜던 대령과 윌러비다. 브랜던 대령은 나이도 있는 사람이 젊고 어린 메리앤을 부담스럽게 대해서 메리언도 그만 보면 자리를 피한다. 반면에 젊고 외모도 출중하고 많은 유산을 물려받을 윌러비는 메리언과 취향도 같고 좋아하는 음악과 시가 찰떡같아서 천생연분이라 생각한다. 두 사람의 배경 이야기는 여태 이야기를 읽으며 이미지를 쌓아온 독자에게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반전이 크다.

당시 풍속에서 특이한 점은 약혼을 부모도 모르게 사랑하는 남녀가 하는 점이다. 에드워드가 루시와 4년전 약혼한 사실이 밝혀지는데 엄마가 알지 못했고, 윌러비와 메리앤이 약혼했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수근대지만 가족은 알지 못한다.

에드워드를 두고 벌이는 루시와 엘리너의 신경전이 재미있다. 루시는 엘리너에게 질투를 유발시키는 말을 하지만 이성적인 엘리너는 루시의 속을 다 읽고 그 꾀에 넘어가지 않는다. 루시는 엘리너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엘리너는 에드워드를 사랑하는 마음조차 표현하지 않고 에드워드가 루시와 약혼한 사실에 대해서도 메리앤처럼 흥분하지 않는다. 자신을 객관화하는 정도가 도를 넘는다.

이 책은 각주가 매우 상세하다. 200년도 넘은 시기에 쓰여진 작품이므로 단어의 의미 설명은 물론 지금과는 다른 의미로 쓰여졌음을 밝히기도 하고, 인물의 대화를 통해 어떤 성품인지를 설명하기도하고, 당시 사회 상황은 어떠한지, 저자가 꼬집고 싶었던 사회 이슈가 무엇이었는지를 설명한다. 술술 읽다보면 파악하지 못할 것들을 역자가 최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한 점이 독특하다.

제인 오스틴이 처음 쓴 책이다. 이성적인 언니 엘리너와 감성적인 동생 메리앤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개성넘치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며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진다. 딱딱하지 않은 고전을 원한다면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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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불안, 일본에서 답을 찾다 -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찾은 시니어케어 비즈니스 리포트
나미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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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2000년, 일본은 장기요양보험(개호보험)을 도입하며 돌봄의 주체를 가족에서 사회전체로 전환했다."(235쪽)

저자는 애널리스트로 인구구조변화가 사회와 산업에 끼치는 영향, 고령화가 가져오는 구조적 전환, 돌봄의 대상이 아니고 시장의 주체자인 시니어에 대해 연구해왔다. 일본의 다양한 시도들을 이 책을 통해 소개한다.

책은 6장으로 되어있다. 1장은 노년의 불안을 건강, 경제, 고독으로 설명하고, 2-4장은 건강, 경제, 고독의 불안을 어떻게 극복해오고 있는지 일본의 정책과 사례를 제시한다. 5장은 80세 이후 돌봄, 요양 단계부터 종활까지 실질적 방법을 제시하고, 6장은 시니어 대상 비즈니스 시장과 창업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일본에서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는 전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이다. 이들이 2005년 은퇴 시기를 맞아 '노인은 조용히 살아야 한다'는 통념을 깨고 액티브 시니어라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확산하고, 실버이코노미라는 큰 시장이 만들어졌다. 노인이 복지수혜 대상이 아니라 시장과 경제를 이끄는 핵심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2025년 단카이세대가 75세를 넘기면서 후기 고령기에 들어섰다. 케어를 중심으로 한 헬스케어 로봇, 치매예방프로그램, 스마트홈 기반의 고령자 모니터링 시스템, 시니어 전용주거시설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25년 1차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액티브 시니어 시장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일본보다 빠른 고령화 속도 때문에 액티브 시니어 시장과 더불어 케어 시스템을 동시에 구축해야한다.

책에서 낯선 용어들을 많이 만난다. '종활'은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한 전 과정을 의미한다. 장례와 묘지준비, 유언 작성과 재산 정리, 인간관계와 사회적 연결의 정리를 한다. '다사사회'는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사회를 의미하는데, 일본은 2005년부터, 우리는 2020년부터 시작됐다. '노노간병'은 부부가 간병하는 것으로, 노인이 노인을 간병한다고 붙여진 명칭이다. '하카토모'는 무덤친구로 핵가족화한 노인들은 단체로 무덤을 계약하고 무덤친구를 주기적으로 만나 외롭지 않게 죽고 싶어한다. '사코주'(2011년)는 서비스형 고령자전용주택으로 자택과 시설 사이의 중간 지대형 주거 솔루션이다. 자유롭게 입퇴소를 할 수 있고, 건물 내 상주 직원이 있어 대응한다. 입주자는 어느정도 활동이 가능한 평균 80세이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일본의 고령화 제도는 인간의 존엄에 중심을 두고 있다. 1990년대 말 고령화사회로 넘어가면서 개호보험제를 시작으로 발전되고 있는 일본의 정책은 돌봄대상에서 서비스 이용자이자 함께 살아 가야할 존재로 인식의 변화가 진행 중이다. 의료기술의 발달, 디지털 활용, 정부와 지자체와 자원봉사자의 유기적 연대를 통해 일본의 노인들은 외롭지 않게 끝까지 인간답게 살다가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죽을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이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진행해온 서비스들이 비즈니스로까지 확장되고 있고, 그 전망도 밝아보인다.

이 책은 20여년 일본이 만들어온 고령화 제도와 다양한 성공 사례가 가득한 책이다. 돌봄을 가족책임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확대시키고, 간병자가 힘들지 않도록 다각도로 섬세하게 배려하고 시스템화하는 것은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는 우리나라가 보고 배울만 하겠다.

글이 명쾌하고 분명하고, 읽기 쉽다.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특히 정책입안자들이 꼭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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