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리커버 에디션)
닐 게이먼 지음, 박선령 옮김 / 나무의철학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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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북유럽 신화 중에서 이 책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다. 닐 게이먼(1960~)은 영국의 소설가, 만화가, 그래픽 노블 작가로 몽환적 작품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만화책 연재물로 <샌드맨>, 소설로 <스타더스트>, <신들의 전쟁>, <코렐라인>, <그레이브야드북>이 있다.


북유럽은 어느 지역인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와 북부 독일을 포함한다. 그리스 처럼 살기좋은 기후가 아니라 동토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신화는 어떻게 다를까? 


저자는 오딘과 토르, 로키에 대해서만 간략히 설명한다. 더 많은 신들은 부록 '용어사전'에 간략히 설명되어 있다. 오딘은 에시르 신족 최고의 신으로 외눈이다. 자신의 눈알을 주고 미미르의 샘물을 마신 후 지혜를 얻게 된다. 난쟁이들이 만든 황금팔찌 드라우프니르와 창 궁니르를 가지고 있다. 토르는 천둥의 신으로 신들 중 가장 힘세고 강하다. 난쟁이가 만들어준 묠니르라는 손잡이가 짧은 망치를 가지고 다닌다. 로키는 오딘의 의형제로 거인족이지만 에시르 신족과 함께 아스가르드에 산다. 영리하지만 사악하고, 말이 많고 장난이 심하다. 변신술에 능하고 하늘을 걸을 수있는 신발을 가지고 있다. 


다른 신화들처럼 천지창조가 이야기의 시작이다. 세상이 만들어지고 여러 존재들이 생겨난다. 어둠과 안개로 둘러싸인 니플헤임과 화염의 무스펠 사이 긴눙가가프에 거인의 조상 이미르가 산다. 이미르는 암소의 젖을 먹고 자라는데 암소가 얼음을 핥아 인간을 만든다. 인간인 부리가 아들 보르를 낳고, 보르는 세 아들인 오딘, 빌리, 베를 낳는다. 이들은 아이르를 죽여 흙, 산, 바다, 하늘을 만든다. 세상 가운데 이그드라실이라는 큰 나무는 9개의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 9개의 세상에는 신, 요정, 난쟁이, 인간, 거인, 바니르 신족이 각각 살고, 전사자외의 죽은자들은 헬(로키의 자식)에 간다. 마치 성경 창세기에서 세상을 창조하고 인간을 만드는 것처럼 누가누구를 낳고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한다.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토르와 로키 간의 이야기다. 토르는 아내 시프의 머리카락이 사라지고 대머리가 된 것을 알고는 로키에게 가서 따진다. 로키는 술먹고 장난친 것 뿐이라지만 다시 자라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로키는 계속 자라는 가발을 만들어오겠다고 약속한다. 로키는 난쟁이 이발디의 세 아들에게 세 가지 보물을 만들되 가발을 포함시키라 하고, 브로크와 에이트리 형제에게 세 아들의 것과 겨룰 것을 준비하라고 말한다. 자신만만한 브로크 형제는 자신들이 이기면 로키의 머리를 가져가겠다고 한다. 드디어 심판의 날, 브로크와 에이트리 형제가 만든 토르를 위한 망치 묠니르가 우승하는데, 비록 로키가 파리로 변신해 훼방함으로 손잡이가 짧은 것이 흠이지만, 목표물을 처리하고 다시 제자리에 온다는 것이 토르의 마음에 꼭 든다. 승리의 댓가로 머리를 내놓게 된 로키는 브로크에게 자신의 머리는 자르되, 목은 조금도 건드리지 말라고 한다. 이에 분해서 로키의 입술을 꿰매버린다. 로키의 영리함과 교활함, 말많음과 겉잡을 수 없는 장난이 드러나는 에피소드다. 


그리스 신화와 다르게 북유럽 신들은 영원불멸의 존재가 아니라 이둔의 황금사과가 없다면 늙어가는 존재다. 또한 그리스 신들은 능력자들인 반면에 북유럽 신들은 로키에게 무시당하기도 하고 속임수에 넘어가기도 한다. 로키를 의심하면서도 필요할 때마다 그의 꾀에 의지한다. 세상의 종말인 라그나로크가 있지만 최후에 살아남아 세상이 다시 지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라그나로크는 로키가 오딘의 아들 발드르를 동생 호드를 시켜 죽인 것으로 시작한다. 발드르는 죽은 후 헬에게 가는데 돌려받기 위해 헬은 모든이가 애도해야한다고 한다. 동굴 속 여인으로 변신한 로키는 애도하지 않는다고 해서 발드르는 영영 죽음에서 돌아올 수 없게 된다. 화가난 신들은 연어로 변신해서 숨어있던 로키를 찾아내, 로키의 아들 나르피의 창자로 로키를 묶고 뱀독을 머리 위에 떨어지도록 했다. 로키의 자식들인 늑대 펜리르가 풀려나 닥치는 대로 인간을 잡아먹고, 뱀 요르문간드는 바다생물을 독살한다. 땅속에서 탈출한 로키는 헬의 병사를 이용해 싸운다. 신들의 문지기 헤임달은 갈라르호른을 불어 신들을 깨우고, 오딘과 토르, 프레이, 티르는 전투를 시작하지만, 신들은 하나씩 죽어간다. 토르는 뱀을 죽이면서 자신도 독살되고, 오딘은 늑대에게 죽고, 오딘의 아들 비다르가 늑대를 죽인다. 서리 거인들도 죽고, 로키는 헤임달과 서로 격투 후 죽는다. 수르트의 화염속에 세상은 잿더미가 되고 신들은 종말을 맞는다. 


그러나 최후에 살아남은 오딘의 아들 비다르와 발리, 토르의 자식 마그니와 모디와, 발드르와 호드가 지하에서 돌아오고, 이그드라실에 여자와 남자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을 암시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닐 게이먼이 자신의 언어로 소화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물흐르듯 유창하다. 북유럽신화의 오리지널에서 에피소드 중심으로 풀어나가서, 많은 것이 생략되어 있으리라 생각된다. 북유럽신화를 처음 접한다면 읽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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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6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6
강상규.이경수.동아시아 사랑방 포럼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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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은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문화' 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다.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 회원들이 모여 일본문화에 관한 다방면의 관심을 논의한 후에 쓴 글을 모았다. 58명의 저자는 방송통신대 일본학 전공 교수와 학생, 기업인, 일본인, 일반인들이다. 일본의 정치, 경제, 역사뿐 아니라 일상과 여행을 통해 알게 되는 일본 문화가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관점에서 펼쳐진다.

책은 7장으로 되어있다. 1. 문화와 정치에 숨은 일본의 얼굴들, 2, 일상에서 포착한 일본 문화, 3. 역사가 만들어 낸 일본 문화, 4. 지극히 일본다움이 발전된 일본 문화, 5. 상인 정신이 빚어낸 일본 문화, 6. 여행으로 경험한 일본 문화, 7. 한국과 일본의 교차로 태어난 문화.

역사적으로 일본은 2차대전 패전 후 적국인 미국에 항복함과 동시에 친구가 된다. 어떻게 그렇게 쉽게 적을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실상 쉽지 않았음을 전후문학을 통해 표현한다. 혼란과 무기력, 미국에 동화되면서 갈등과 변화를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다. <포로기>는 쏠 수 있었는데 쏘지 않은 미군병사와 포로가 되어 청결하고 풍족한 미군의 문명에 감탄하는 주인공을 그린다. 오히려 그 곳에서 일하는 일본인 근무원은 불친절하고 횡령을 하며 일본군의 악습을 답습하는 것을 본다. <유리구두와 하우스 가드>는 점령군 미군을 문명인으로 여긴다. 일본이 무조건 미국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거부하면서도 '문명화'된 그들을 수용할수 밖에 없었던 시대상을 문학이 그려낸 것이 당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일본 여행을 하면 만나게 되는 깃사텐과 코메다 커피점의 아침 식사인 '모닝 서비스'의 유래가 반갑다. 일본 카페나 깃사텐의 '모닝서비스'는 "음료를 주문하면 갓 구운 토스트나 달걀, 샐러드, 과일 등이 무료로 함께 제공되는 서비스(124)"다. 언뜻 배보다 배꼽이 더 커보이는 메뉴다. 전후 고도경제성장기에 확산된 커피문화가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경제성장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서민도 즐기게 되었고, 점차 깃사텐의 수도 증가한다. 관광객이라면 지역주민과 만날 수 있고 그 지역만의 '모닝서비스'가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보면 좋겠다.

'상인 정신이 빚어낸 일본 문화'에서 일본 기업의 역사를 간단히 알 수 있는 글이 흥미롭다. 김형기의 일본 종합상사에 관한 설명이 흥미롭다. 일본의 종합상사는 메이지 유신(1868년) 이후 탄생했다. 2차대전 후 미군정 하 연합군 최고사령부(GHQ)가 재벌을 강제해산시켰고,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 느슨해진 이후 다시 부활하여 오늘에 이른다. 오늘날 7대 재벌은 미쓰이물산, 미쓰비시 상사,스미토모 상사, 이토추상사와 마루베니, 소지쯔, 도요타 통상이다. 분량이 짧아 아쉽다. 재벌들과 사업에 대한 자세한 상황을 설명했으면 좋았겠다. 지계문의 동아시아 50년 전쟁과 재벌이야기도 흥미롭다. 정경유착이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음을 알려준다. 쇄국을 주장한 막부측에 선 고노이케가는 망하고, 그 반대인 도막파측에 선 미쓰이가 흥한다.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정경유착을 이렇게 만나게 되어 그 원류를 찾은 느낌이다.

70대에 방송대 일본학과에 진학한 곽순규님의 글이 흥미롭다. 최근 읽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의 심혜경 저자도 방송대의 다양한 어학과를 다녔는데 이 분도 비슷해보인다. 일본 시코쿠 역사문화 탐방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과 만난 이야기, 역사의 장소에 서보는 일, 안도 다다오의 건축과 구사마 야오이의 작품, 이우환 미술관을 보는 여행을 통해, 지일은 조용한 배움이라는 말이 아름답다.

이 책은 58명의 저자가 다양한 시각과 통찰력을 개성에 맞게 표현하는 것이 장점이다. 아쉬운 점은 각각의 글이 짧은 편이어서 필요에 따라 분량을 좀 길게 하거나 몇 개의 장으로 나누어 충분한 설명을 하면 어떨까 한다. 매해 한 권씩 나오는 이 시리즈를 내년에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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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지리학 - 혁신은 어디에서 탄생하는가
메흐란 굴 지음, 홍석윤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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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곳에서는 세계적인 기술기업이 탄생하고 어떤 곳에서는 그렇지 못한가"

책은 8장으로 되어있다. 중국, 미국, 영국, 한국, 싱가포르, 스위스, 독일, 캐나다와 같은 기술혁신 중견국을 소개한다.

먼저 왜 미국과 중국 외에 6개국을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이 나라들은 2025년 글로벌혁신지수에서 상위 10위 내에 포진한다. 순위는 스위스, 스웨덴, 미국, 한국, 싱가포르, 영국, 핀란드, 네덜란드, 덴마크, 중국 순이다. 10개국 중 6개국이 유럽국이고, 아시아 3개국이다. 한국의 순위가 높고, 독일이 순위에 없고, 중국의 순위가 낮은 것도 흥미롭다. 지리적으로 유럽, 미국, 아시아에서 기술혁신이 진행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기술 강대국 미국은 새로운 혁신국가들에게 자리를 내 줄 것인가? 기술의 원천은 미국이고, 여전히 기술혁신 강국이면서 각국이 미국 시스템을 모방하면서 점점 확대되는 중이다. 미국에서 유학한 사람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교수로서 혹은 기업가로서 미국의 시스템을 그대로 차용한다. 각국에서 만들어진 기술혁신 기업은 미국 기업에 팔리면서 미국에서 더 활약하기도 한다. 저자는 실리콘밸리는 여전히 기술혁신의 중심이고, 미국에 효과적인 도전을 하는 나라는 없다고 단언한다. 예로, 인공지능 분야에서 중국의 위협을 든다. AI에 필요한 요소는 알고리즘, 데이터, 컴퓨팅, 인재인데, 중국은 컴퓨팅, 인재에서 미국에 미치지 못한다. 엔비디아의 위성을 무너뜨릴 기업은 아직 없을 뿐 아니라, 미국은 80억에서 인재를 선발한다. 무엇보다 중국은 정부정책에 따라 기업의 존망이 결정되기도 하는 것이 약점이다.

한국을 '압도적 차이'를 추구하는 기술 선진국이라 소개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초격차 기업으로 경쟁사가 모방하기 어려운 기술 기업이라고 꼽는다. 기존의 기업은 소멸한다는 통념을 깨고 신생기업과 더불어 성장한다고 지적하는데 흥미롭다. 한국 기업에 관해 재벌이 거의 모든 것을 만들어 팔고, 가족 경영, 정경유착, 기업이 잘되야 국가가 잘된다는 믿음이 독특하다고 말한다. 정경유착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이 IMF의 원인이 정경유착의 폐단이므로 차세대 벤처기업을 육성해서 나온 것이 네이버와 카카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전히 소유와 경영분리가 되지 않고, 문어발식 사업을 벌이는 것은 재벌과 다를바 없다고 지적한다. 내부에서는 당연한 것들이 외부에서 독특한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나아가 한국은 과거 미국, 일본, 독일에서 배운 지식을 차세대 유망국에게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지식이 공유되고 어느 한 지역이 발달하는 기술 허브가 덜 중요해지는 시대다. 그러나 여전히 누구나 창업자가 될 수 있다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고급 인재들이 모여 있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추구하는 문화 속에서, 폐쇄적인 정책보다 열려있는 정책이 허용되는 곳이라면 기술혁신이 일어나기에 상대적으로 쉽다.

간결한 구성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술혁신 기업들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200여명을 인터뷰해서 현실감있는 사실을 전하면서 저자의 주장에 신뢰감을 준다.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면서 어떤 국가의 기업이 어떤 배경으로 승승장구하는지 궁금하다면 일독을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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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와 시 클래식 리이매진드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데이비드 플렁커트 그림, 윤정숙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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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1809-1849)는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고아가 되어 앨런부부에게 위탁되었으나 입양되지는 않았다.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이었다. 그의 단편소설은 추리소설, 과학소설의 선구가 되었다. 전미 미스터리 작가상인 '에드거상'으로 그를 기린다.

책은 포의 단편소설 12편과 시 12편을 소개한다.

<검은 고양이>는 포의 대표작으로 여전히 단숨에 읽히는 흡입력과 공포감이 압도적이다. 눈에 그려지는 마지막 장면은 비명이 나올 정도다. <어셔가의 몰락>은 저택의 외부를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다시 저택 외부의 무너짐을 묘사하면서 끝난다. 그 저택 안에 사는 어셔와 쌍둥이 여동생 매들린은 저택의 기운에 눌려 병들어 버린 것이 아닐까. 건물이 주는 힘이 공포스럽다. <생매장>은 어셔가의 몰락에서 매들린처럼 생매장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줄줄이다. 생매장에 대한 포의 호기심과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추리소설의 근간이 되었다는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은 우리에게 친숙한 셜록 홈즈를 연상케한다. 뒤팽은 사건이 발생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범인을 대충 그려낼수 있지만, 현장을 샅샅이 관찰하고 가정을 세우고 귀납적으로 결론에 도달한다. 범인을 어떻게 추측했는지 궁금해하는 화자를 위해 일사천리로 사건의 전모를 통쾌하게 밝힌다. 이야기 초반에 분석에 관한 설명이 길어서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의아하지만, 뒤팽의 실력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다.

동화와 같은 이야기인 <붉은 죽음의 가면>과 <절름발이 개구리>는 섬짓하지만 교훈을 내포한다. <붉은 죽음의 가면>은 나라에 전염병이 퍼지자 프로스페로 왕자는 천명의 친구들과 수도원에 격리한다. 그곳에서 향락의 날을 보내다가 가면무도회를 연다. 자정이 지나자 낯선 가면을 쓴 사람이 나타나자, 순간 공포에 싸이고, 왕자를 비롯한 사람들이 죽는다. 자기만 살겠다는 이기심도 전염병을 막을 수는 없다. <절름발이 개구리>는 농담을 좋아하는 왕은 100명의 광대를 데리고 있었다. 그 중에 난쟁이에 걷는 것이 괴상한 절름발이 개구리는 난쟁이 소녀 트리페타가 있었는데, 가면무도회를 구실삼아 모욕과 폭력을 행사하는 왕과 7명의 대신에게 복수를 한 후 사라진다.

간결한 소설에 비해, 포의 시는 산문처럼 길다. 최근 읽은 프리다 맥파든의 <더 티처>에서 주인공 네이트는 <갈까마귀>를 애정하며 읊조리는데, 네이트가 이 시를 좋아한 것이 아내의 죽음과 연관된 것이라면 의미심장하다. 사랑하는 레노어를 잃고 슬픔에 잠긴 어느 날 밤 창을 통해 들어온 갈까마귀에게 죽은 연인 레노어를 다시 안을 수 있는지 묻자 "더는 없어"라며 단호하게 답한다. 절망하는 그가 돌아가라고 명령해도 악마같은 갈까마귀는 꿈쩍하지않는다. 시에 대한 설명이 조금 곁들여졌다면 좋았겠다.

포의 작품만큼이나 일러스트레이션이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다.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화려한 색감이 포의 작품과 아주 잘 어울린다. 데이비드 플렁커트의 작품인데, 하나하나가 정성스럽고 이야기를 긴밀하게 표현한다.

포의 흩어져 있는 단편 소설과 시를 함께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매력인 책이다. 정성들여 만든 책이라 소중히 간직하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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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살인사건 - 약이 독이 되는 위험한 화학의 역사
백승만 지음 / 해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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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약은 독이다. 그리고 약은 도구다. 때로는 사람을 살리는 도구지만, 가끔 안 좋은 사용자를 만나서 살해 도구라는 비난도 받아야 하는 불쌍한 존재가 약이다. 약이 이렇게 양면성을 띠는 이유는 약이 불완전해서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우리 몸이 그만큼 정교한 시스템이라는 뜻이기도 하다."10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약의 오남용은 살인으로 이어진다. 약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살리지만, 완전볌죄를 꿈꾸는 살인자들의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약화학자가 약으로 사람을 죽인 사건을 중심으로 약을 설명한다. 나아가 신약개발에 얽힌 이야기와 약을 치료가 아닌 돈벌이로 이용하는 제약회사의 행태와 인권을 무시한 가혹한 임상시험을 지적한다.

책은 6장으로 되어있다. 마취제 살인사건, 의약품 살인마와 과학수사, 독살과 학살사이, 기만과 광기의 비타민, 이게 다 돈 때문이다, 불법 제조약 살인사건.

뉴스에 오르내렸던 프로포폴은 기름이라 혈액에 녹지 않으므로 정맥마취제로 사용할 수 없었다. 스웨덴에서 유화제가 개발된 후 우유빛 도는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이 약은 병원에서만 사용하므로 의료계 종사자들의 중독이 우선했으나, 의료접근성이 좋은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규제한다. 미국은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규제하지 않는데, 운반이 편한 다른 마약류가 다양하고, 병원에 가서 맞아야하는 불편함 때문이라니 단점이 장점이 되었다고 하겠다.

산모의 무통분만을 위해 사용한 약들이 상당히 위험하다. 빅토리아 여왕은 클로로포름을 사용했는데 뇌에 잘 스며들어 뇌마비, 간손상시킨다. 이후 중독성있는 모르핀을 사용하고, 통증을 기억하지 못하도록 스코폴라민과 함께 사용한다. 적정량을 사용하는 것도 어렵지만 제대로 사용해도 섬망과 환각에 시달린다.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고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높이 사지만 산모에게는 유해한 무모한 약 사용 역사를 아니 섬짓하다.

인체실험이 자행되고 피시험자의 인권이 침해된다. 크리그먼은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다이옥신을 실험한다. 터스키기는 흑인들 지역에서 매독균을 실험한다. 페니실린이 발견되어 매독균을 치료할 수 있었음에도 학계의 암묵적 승인하에 연구가 지속되었다는 사실은 오싹하다. 윤리적 잣대 없이 의학적 성취를 바라는 집단을 규제할 법이 필요했던 당시의 시대상이 안타깝다.

그렇다고 현재 100% 양심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제약회사들은 신약개발에 들어간 투자금을 만회하기 위해 특허기간을 연장하고, 반대편에서는 복잡한 법적소송을 감내하며 복제약을 만들어 판매한다. 환자를 위해서라기 보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다. 악랄한 것은 판매처를 한정한 후 가격을 올려 지불능력이 없는 환자들에게 고통을 주거나, 희귀질환에 대한 치료제의 복제품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가격을 올리는 경우이다. 약이 치료 목적이 아니라 돈벌이의 목적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설명한다.

환각제를 만들어내는 광기에 사로 잡힌 슐긴의 일대는 놀랍다. 그는 제약회사에서 몸에 녹는 살충제를 만든 보상으로 회사의 간섭없이 혼자 실험할 수 있는 특권을 받자 환각제를 만든다. 회사를 나와 LSD를 만들어 지인과 즐기며 제조법을 설명하는 책을 내서 마약제조업자들의 배를 불리고 젊은이들을 죽게 한다. 미 정부가 그의 작업을 제재하지만, 다시 책을 내면서 저항한다. 평생 200여종의 환각제를 만들고 80세가 넘어 살다간 이 사람은 스스로 순수 실험 목적이라고 하지만 그의 순수함에 죽어간 젊은이들에 대해 어떤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과학책인데 의외로 재미있다. 약이나 성분 이름이 길고 알기도 어렵지만,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며 간단한 화학구조를 통해 반복 설명하니 차츰 익숙해진다. 과거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치료를 위해 막무가내로 약의 양과 횟수를 정하고, 실험자 자신과 팀원들이 테스트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무모해보이면서, 오늘날 정제된 약으로 치료 받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감사하다.

약과 독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스토리텔링으로 재미있게 풀어 쓴 이야기라 누구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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