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이의 축복 코리아둘레길 : 입문편 - 민달팽이 리듬으로 걷다
이화규 지음, 이세원 사진 / 나무발전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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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묻곤 한다. 당신은 왜 그토록 줄곧 걷느냐고. 나도 잘 모르겠지만, 분명 이유는 있다. 걷다 보면 날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이고, 일부 찾기도 했다(154)."

이 책은 경기둘레길을 걸으며 썼다. 경기둘레길은 경기물길, 경기갯길, 경기평화누리길, 경기숲길로 나눈다. 걸으면서 공자, 맹자, 장자와 같은 성인의 말을 떠올리고, 동서양의 시를 떠올리고, 올드팝송과 가요가 떠오르는 것은 막을 수 없다. 한 때 DJ를 했다는 저자는 60-70년 대 활동했던 해외가수들과 송창식, 김광석, 신해철과 같은 국내가수들의 노래 53곡을 소개한다. QR코드를 찍고 들어가면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다.

길에 대한 평가가 흥미롭다. 걷는 이에게 최고의 길은 숲길, 천변, 산길, 호숫가 수변길이란다. 물을 바라보며, 흙을 밟으며 자연과 함께 하며 걷는 것이다. 아스팔트 길은 발에 충격을 주어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뜨거운 여름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듯한 아스팔트 길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친환경적인 길은 야자수 매트를 깔아놓은 길이지만, 풍경으로 보기에 그럴 듯한 데크길은 사실 화학제품으로 만들어져 환경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고 걱정한다.

저자는 오래 천천히 걷는다. 오래 걸으면 시간과 공간에서 해방되고 속도도 자유로워진다. 일상의 루틴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 일상에서 모으기만 했던 정보가 정리되고 상상과 공상으로 즐거워진다. 혼자 걷기는 자유이고 내 페이스와 리듬대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둘레 53길이 인상적이다. 인천광역시와 시흥시 경계에는 세 개의 생태공원이 몰려있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은 해안을 따라 조성되어있고, '시흥갯골생태공원'은 3km 이상의 트레킹이 가능한데다 갯골에서 다양한 오리를 볼 수 있다. '연꽃테마파크'는 연꽃이 피는 여름에 가면 좋을 것이다.

DMZ평화의길은 개통 기념 걷기 행사에 참여해서 걸은 이야기를 적고 있다. 참여한 사람들은 이미 해파랑길, 남파랑길, 서해랑길을 완주한 사람들이므로, 걷기에는 도가 튼 사람들이다. DMZ를 따라 걷는 길이라 군부대의 통제에 따라야하고, 우회로를 걸어야할 때가 있고, 검문검색도 있고, 사진촬영도 조심해야하지만, 생태보존이 잘 되어 있어 자연을 맘껏 관찰할 수 있어 보인다.

가평코스에는 명지산, 연인산, 호명산처럼 산들이 있어 둘레길치고 난이도가 높다. 명지산에서 길을 잃고 호명산에서 비를 쫄딱 맞고 내려와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으며 따뜻한 모텔에 들어가 쉰다. 1966년 Peter, Paul & Mary의 Early Mornin' Rain을 웅얼거린다. 고생스러운 산행이었지만, 노래는 더없이 부드럽고 감미롭게 속삭이는 것 같다. 이들의 노래 "Blowin' in the wind" 역시 최고다. 신해철의 "길위에서"도 다시 찾아 들으니 좋다.

처음에는 좀 딱딱한 스타일의 여행 에세이처럼 느껴지지만, 어느새 저자와 대화하고 있는 듯하다. 저자가 걷는대로 여름이면 덥고, 비를 맞으면 고생스러워진다. 오랜만에 만나는 팝송을 QR로 찾아 듣는 것도 즐겁고, 우리의 가요도 반갑다. 지금 나이가 50-60대 이상이라면 책에 나오는 팝송을 들어본 적이 있겠지만 더 어리다면 처음 알게 되는 노래가 많겠다. 걷기를 좋아한다면, 걷기가 좋지만 아직 왜 걷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다면, 경기둘레길과 DMZ평화의길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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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자유
이재구 지음 / 아마존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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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구야, 너는 왜 네 입에 들어가는 것도 꺼내서 형제들만 생각하니? 너도 이제 가족이 딸린 가장이야. 너 살 길도 찾아야 한다."122

상준과 미경(평산댁)은 5남 4녀의 부모이다. 아들은 형일, 형남, 형구, 형호, 형민이고, 딸은 형숙, 형미, 형경, 형은이다. 아버지 상준은 양반 집안의 장남이지만 죽은 전 처를 잊지 못해 술과 가정폭력으로 무능하다. 어머니 미경은 자식들을 돌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큰 아들 형일은 공부하라는 아버지의 집착 때문에 가출을 하고, 야무진 형숙은 가출을 하지만 돌아와 가난한 부모를 위해 땅을 사주고 동생들을 돌본다.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셋째 형구는 자신을 희생해 가족의 경제적 뒷바라지를 할 뿐아니라, 형남의 미국박사를 지원한다. 폭력적인 아버지는 형호와 형민이 형일처럼 가출을 할까봐 인자하게 대하지만, 딸들은 찬밥신세다.

형남은 귀국 후에도 형구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지만, 집안이 동생 형구 위주로 돌아가는 것이 불만이다. 형남과 형구의 갈등은 점차 깊어지고, 형남은 형호와 형경 부부와 암암리에 작전을 짜서 형구의 회사를 강탈하고 이에 분개한 형구는 피의 복수를 시작한다.

식구들은 모이기만 하면 싸운다. 여행을 가서도 싸우고, 어머니와 형일의 장례식장에서도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양보가 없다. 형남의 돈을 향한 집착은 피보다 진하고, 돈 때문에 얽힌 복잡한 가정사와 가족간의 불화가 이야기 전편에 흐른다. 단 한번도 형남과 형구는 서로의 말을 들어주고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만 옳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둘이 똑같지만 작가는 형구의 편에 무게를 실어준다.

봉건사회에서 근대로 넘어오면서 양반의 권위보다 돈이 더 중요해지는 모습을 그린다. 아무리 양반이지만 가난에 허덕이며 자식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상황에서 아버지의 권위는 사라진다. 또한 형남이 미국 박사를 취득하지만 귀국 후 사업을 키워온 동생 형구의 회사에 취직한다. 양반이나 미국 박사의 자존심은 돈 앞에서 무력해지고 갈등의 원인이 된다. 경제적으로 막강해진 형구는 가족 사업을 키워나가며 남매들을 진두지휘하지만, 형호와 형남의 계략으로 모든 것을 잃자 자식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노숙자가 된다. 극과 극을 오가는 이야기 흐름속에서 가족 간의 따뜻함이나 사랑과 같은 감정적 유대는 찾아보기 힘들다.

등장인물이 많지만, 셋째 형구를 중심으로 한 삼 대에 걸친 이야기이다. 가난에 허덕이다가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다시 추락하고 올라가는 인생의 파란만장함이 비극적으로 끝난다. 가족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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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지다정 외 지음 / 북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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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 작가 5명의 작품을 모은 책이다. 이 상은 추리, SF, 호러, 스릴러와 같은 장르문학을 대상으로 한다.

다섯 작품은 지다정의 <돈까스 망치 동충하초>, 최홍준의 <노인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 김지나의 <청소의 신>, 이건해의 <장어는 어디로 가고 어디서 오는가>, 이하서의 <톡>이다. 제목이 독특하고 참신하다. 각 작품은 아파트 스릴러, 고려장, 청소 노동자, 종교와 과학, 디스토피아를 다룬다.

간단한 줄거리를 살펴보자. <돈까스 망치 동충하초>는 재건축권을 얻기 위해 대신 월세로 살고 있는 나는 저녁만 되면 쿵쿵거리는 소리에 신경이 쓰인다. 소리의 원인을 알기 전 스릴과 호러가 긴장감을 높인다. <노인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진부해보이는 좀비 소재에 늙은 아버지를 갖다 버리는 이야기를 연결해 반전을 준다. 공포로 시작한 이야기는 자식의 도리에 대해 묻는다. <청소의 신>은 청소를 잘하고 부지런한 종수가 코로나 시국에도 모텔을 사수하지만, 고용주는 그를 이용할 뿐이다. <장어는 어디로 가고 어디서 오는가>는 장어가 알을 낳는 곳을 탐험하는 해저탐험대와 과학적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 불편한 종교적 신념을 가진 자의 범죄가 흥미롭다. <톡>은 디스토피아적 미래 이야기로, 바다 속 잠수정에서 사는 인간들은 잠수정 밖 수중류를 탐색하기 위해 젊고 건강한 탐색조들을 보내지지만 한 명도 돌아오지 못한다.

<노인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구성이 치밀하다. 좀비들이 사는 야생좀비구역을 관리하는 대원 배지를 찬 덕환은 그 곳에 사는 노인을 만난다. 사실 덕환은 아버지를 버리고 오는 중이었고, 노인은 그런 사실을 눈치채고, 덕환이 가진 총과 자신이 만든 지도를 교환한다. 덕환은 지도 덕에 무사히 이 지역을 벗어나고 두 발의 총소리를 듣는다. 노인은 10년간 이 구역을 헤맨 끝에 좀비가 된 아버지를 찾아냈고 마침내 그를 평안하게 해주고 자신도 평안해진다. 그러나 막판에 지도를 잃은 덕환은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줄 이 지도를 잃고 우왕좌왕한다. 단편인데도 그 묵직함이 장편 못지 않다. 마지막 지도의 쓸모가 씁쓸하다. 덕환의 아들에 대한 부성과 아버지를 버리는 불효 간의 간극이 크게 느껴진다.

<청소의 신>에서 필요에 의해 쓰이고 버려지는 노동자의 존재가 씁쓸하다. 코로나가 닥치자 정부는 노숙자들을 모텔에 투숙하게 하고 종수가 모든 관리를 맡아 한다. 주인은 감염될까봐 모텔에 전혀 나와보지 않는다. 종수는 주인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고 보고하고 입금하지만, 종수가 사라진 후 주인은 그가 왜 사라졌는지 캐지 않고, 그저 종수가 없는 모텔을 팔아버린다.

장르문학을 좋아한다면 5편 모두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구성이 치밀하고, 읽고 난 후 여운이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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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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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1947-2024)는 미국의 소설가이다. 대표작으로 <뉴욕 3부작>(1987), <달의 궁전>(1989), <4 3 2 1>(2017)이 있고, 이 책은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바움가트너의 아내 애나는 10년 전 파도에 사지가 뜯겨 나가며 죽었다. 파도가 거세니 들어가지 말라고 말렸음에도 늘 원하는 걸 하고마는 아내는 그렇게 사고를 당해 죽은 것이다. 아내가 죽고 얼마 안되어서 아내가 치던 타자기 소리가 그리워 아내의 타자기를 쳐보고, 애나의 옷을 개고 개며, 두 잔의 커피를 만들고, 야한 편지를 아내 앞으로 쓰고 부치는 일을 반복한다.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새로운 여인 주디스가 등장하지만, 이혼의 과정을 거치며 자유를 새삼 느끼게 된 그녀는 재혼의 생각이 없다. 아내의 작품으로 논문을 쓰고자 하는 코언이라는 젊은 여성이 집에 머물 날을 위해 바움가트너는 집안을 정리한다.

간단한 줄거리이고 분량도 길지 않지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주인공들의 부모 이야기와 본인들의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연애하고 결혼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일생을 담는다. 무엇보다 40년의 결혼 생활과 아내가 죽은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아내를 잃은 것이 자신의 몸의 일부가 떨어져나간 것처럼 통증이 지속되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수다스러운 작가의 말을 듣는 것처럼 이야기가 끊임없고, 묘사가 자세하기도 하다. 첫 챕터는 아침에 냄비를 태운 것부터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야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자꾸 이런 저런 일로 미루어지게 되고, 검침원이 와서 지하실을 내려가다 다치고 도움을 받아 올라와 정신을 차리기까지를 이야기한다. 이게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일까싶다. 아내의 시집을 읽고 논문을 쓰고 싶어하는 코언이 멀리 미시간에서 뉴저지로 차로 운전한다는 소리에 걱정과 만류와 포기하는 마음이 진진하게도 길다.

폴 오스터의 따옴표를 사용하지 않는 작법도 독특하지만, 번역자의 관용표현을 직역한 점 역시 특이하다. "뭐 하러 죽은 말에게 돌아가서 때려 대고 있는가140"는 '헛수고를 한다는 뜻'인데, 굳이 직역을 하고 아래에 주를 달아 뜻을 설명한다. 굳이 직역한 의도가 궁금하다. 거친 단어 사용도 문맥상 순화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것도 독특하다.

폴 오스터의 마지막 소설이라고 해서인지, 주인공 바움가트너의 일생이 담긴 이 작품이 예사롭지 않다. 저자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적은 것이 아닐까한다. 길지 않은 분량에 일생을 담아낸 능력이 대단하지만, 아주 상세한 묘사를 놓치지 않는 점도 특이하다.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하는 이야기의 흐름에 이리저리 휩쓸리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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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로 보다, 근현대사 - 한국 근현대사의 순간들이 기록된 현장을 찾아서 보다 역사
문재옥 지음 / 풀빛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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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벌어진 공간은 기록이 전하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역사 현장에서 만난 시공간이 전해준 이야기를 책에 담고자 했습니다"(책 앞 날개)

저자는 현재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서울역사박물관,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천과 서울의 근현대사 현장을 설명한다.

근현대사는 1863년 흥선대원군의 집권부터 현재까지를 말한다. 개항의 현장인 강화도와 인천을 시작으로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 현장과 광복 후 혼란스러운 정치의 현장, 평화시장 노동자 전태일 동상을 거쳐 2016년 촛불집회로 대통령 탄핵을 외친 광화문 광장까지 한국의 근현대사의 현장을 걸으며 설명한다. 답사코스에 현재의 지하철 역은 표기하되, 건물은 과거의 건물명으로 표기했다.

개항 이후 외국인들이 몰려 살았던 인천과 서울의 모습이 유사하다. 외국인들은 안전을 위해 몰려 살며 기독교와 교육을 위한 건물을 세웠다.인천에는 청조계지, 일본 조계지를 비롯해 약간 높은 지대에 위치한 서양인들의 각국 조계지가 있었다. 서울에도 청계천 이남 남촌에 일본인과 중국인들이, 덕수궁 근처 정동에 서양의 각국 공사관이 몰려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숙박시설인 인천의 대불호텔과 서울의 손탁호텔이 있었던 것도 유사하다.

놀랍게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이 아직도 그대로 사용중이거나, 이름과 쓰임을 달리해서 사용중인 것이 있다. 일본인 직원 숙소로 지은 미쿠니아파트는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로 아직도 건재하다. 또한 현재의 서울시립미술관터에는 독일 공사관이, 지금의 창덕여자중학교 자리에는 프랑스 공사관이, 서소문로 대한항공빌딩 자리에 이탈리아공사관이 있었다. 영화를 상영했던 명치좌는 현재 명동예술극장으로 이후 명동과 을지로 일대에 많은 극장과 다방, 술집이 들어서 예술인들의 중심지가 되었다. 광복이 되고 나서 임시정부에서 활동하던 정치인들이 귀국하면서 친일세력의 집에 머물렀는데 규모가 커서 이름에 '장'이 붙는다. 이승만의 숙소인 이화장, 김구 선생이 묵었던 경교장, 임시정부 부주석인 김규식의 숙소인 삼청장은 해방 후 정치활동의 3대요람이다.

저자의 역사 비판은 날카롭다. 저자는 일본 낭인에게 살해된 민비에 대해 동정하지 않는다. 민비가 살해된 경복궁의 옥호루에 앉아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청을 끌어들이고 러시아와 밀착하려한 민비에게 조선은 없다'고 비판한다. 또한 고종은 그렇게 아내를 죽인 일본이 두려워 아관파천하며 여러 이권을 러시아에 넘길 뿐 아니라 "황제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사치를 부리는 동안 조선의 근대화, 산업화를 위한 시간들은 계속 무의미하게 흘러갔다(80)"고 비판한다. 흥미롭게, 미국이 플라자합의로 일본 경제를 무너뜨렸듯이 일본은 100여년 전 남대문로를 식민지 조선의 금융허브로 만들어 대한제국의 경제를 무너뜨렸다고 비유하는데 적절하다.

글로 배운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학교 교육에서 답사 시간을 통해 학생들에게 직접 걸으며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른들과 한국의 역사를 좀 아는 외국인에게 좀더 구체적인 역사를 소개하고 싶을 때 이 책을 참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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