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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과학수사 - 홈스의 시선이 머무는 현장에는 과학이 따라온다
스튜어트 로스 지음, 박지웅 옮김 / 다온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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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셜록 홈스는 과학의 시대에 나타난 최고의 영웅이다(10)."

셜록 홈스(1854-1957)는 소설 속에서 무려 103세를 살면서 탐정으로 활동한다. 저자 코난 도일(1859-1930)이 71세를 살며 활동한 시대보다 길다. 사실 코난 도일은 역사소설처럼 진지한 소설을 쓰고 싶어서 <마지막 사건>(1894)에서 홈스를 죽인다. 그러나,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바스커빌가의 개>(1902)에서 홈스를 살려내고 1927년 <셜록 홈스의 사건집>으로 마무리할 때까지 이야기는 계속 된다.

이 책은 셜록 홈스의 수사기법과 기술의 발전을 시대적으로 설명한다. 셜록 홈스 시리즈는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이 시기는 빅토리아 여왕이 제위(1837-1901)하던 64년간으로, 변혁의 시대이자 합리주의와 과학의 발달과 식민지 개척으로 영국이 팽창하던 시대이다.

책은 10장으로 되어있다. 과학의 시대, 최초의 과학 탐정, 법과학, 지문과 광학, 통신수단, 이동수단, 무기, 동물, 의학 건강 독, 이론과학이다.

코난 도일이 의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그의 페르소나인 홈스와 왓슨은 의학과 법과학적 지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코난 도일은 실존 인물의 특징을 빌려 홈스를 구성한다. 도일의 교수인 '요셉 벨 박사'의 관찰을 통한 추리 능력과, 현대 범죄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수아 비독'의 수사방식을 사용한다. 상대를 척 보기만 해도 성격과 직업을 맞출 수 있고, 변장을 통한 잠입수사와 현장 증거품을 통한 과학수사로 경찰이 풀지 못하는 사건을 시원하게 해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스는 일반인이 보기에 병적이다. 정신병적으로 조울증과 자폐증이 동시에 있는 상태라고 진단하는데 흥미롭다. 홈스는 자신이 흥미를 갖는 일이라면 누구도 막을 수가 없고, 어떤 때는 며칠을 소파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인데 이는 조울증이다. 자폐는 친구가 거의 없이 혼자 활동하고, 반복적인 행동양식을 보인다.

홈스가 활약하던 빅토리아 시대는 합리주의에 기반한 과학이 발달하고 있어서 과학적 범죄해결은 실재 범죄해결에도 영향을 미쳤다. 홈스는 지문, 족적, 자전거 바퀴, 말발굽 자국, 필적을 보고 그 차이를 알아내고, 돋보기, 현미경, 망원경, 사진기를 이용해 현장의 증거를 분석하고, 전보, 전화처럼 시대가 발전하며 새로 만들어지는 것들을 잘 이용한다. 홈스 본연의 날카로운 관찰과, 연역, 귀납, 귀추와 같은 논리적 사고와, 직관적인 해결능력은 감탄스럽다. 현대의 경찰과 CIA, FBI의 수사기법에 영향을 주었고, 셜록 홈스 시리즈는 CSI 교육생 추천 도서라니 그 의의가 대단하다.

소설이므로 과장되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지적도 재미있다. 마약과 줄담배를 하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는 홈스가 사냥개를 따라잡는 것이라든가, 수명을 늘리기 위해 원숭이 혈청을 맞은 돌팔이 박사가 원숭이처럼 행동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다. 원숭이 혈청을 맞으면 살 수 없고, 설사 맞고 살았더라도 원숭이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소설의 재미를 위한 비과학적 이야기가 과감하게 들어가 있다. 도일이 나이가 들어 과학 발전에 따라가지 못해 과학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기도 했고, 의사과학을 진짜라 주장하기도 하였다.

코난 도일은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관찰력과 법과학적 지식을 갖춘 홈스의 활약을 다양하게 만들어냈다. 셜록 홈스 시리즈가 책은 물론 영화와 드라마로 재생산되고 있는 지금도 그 생명력에 감탄스럽다.

글 중간중간에 용어나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설명을 박스에 넣었는데, 글의 흐름을 끊어놓는 느낌이다. 주석으로 아래에 처리하면 더 좋았겠다. 셜록 홈스 시리즈를 읽었다고 가정하고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리즈를 읽지 않았다면 그 내용이 궁금해질 것이다. 짧게라도 언급된 작품의 줄거리를 요약해주었다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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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정의 (양장본)
나카무라 히라쿠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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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거짓말을 한 번 하기 시작하면 그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다른 거짓말을 하게 된다(255)."

노인요양시설에 계신 아버지는 치매를 앓고 계시고, 환시를 본다. 야쿠시마루 료이치는 순사부장으로 승진 시험을 앞두고 있다. 아내는 종합상사에 다니고, 딸은 런던 발레학교로 유학이 결정되었지만, 고2 아들은 학교를 가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다.

반사회집단 구성원이 살해되는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네 번째 사건이 발생한다. 료이치는 이 사건을 해결하고 승진하려는데, 아직 아무런 증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어느날 딸은 클럽에서 약을 탄 음료를 마시고 자신을 덮치려던 남자를 아령으로 쳐 죽이고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딸을 위해 불의를 저지를 것인가? 형사로서 정의를 지킬 것인가? 정의를 선택하면 딸은 정당방위로 풀려날 것이다. 그러나, 발레리나를 꿈꾸는 딸은 살인자라는 낙인이 찍혀 꿈을 이루지 못할 것이고, 살인자의 아버지인 료이치도 승진 리스트에서 누락될 것이다. 그러나 눈 한 번 꾹 감으면 아무일도 없었던 듯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료이치는 가족을 지키기로 한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점점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일이 꼬이면서 점점 커져가는데 우연히도 진실을 아는 자들이 사라진다. 과연 료이치는 겉으로는 무죄이지만 자신까지 속이며 평생 살 수 있을까.

등장인물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료이치의 가족을 비롯해, 료이치 소속인 경찰 조직, 반사회 집단인 블랙체리라는 한구레 조직과 아마미야 흥업의 야쿠자 조직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우리에게는 낯설은 '반사회집단'이란 사회의 규율을 어기거나 사회에 해가 되는 집단이다. 소설 속에서는 한구레 조직과 야쿠자 조직이 이에 해당한다. 야쿠자는 조직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한구레는 돈벌이를 위해 뭐든 하는 깡패 조직으로 조직의 규율이 없고, 비교적 젊은 구성원들로 이루어져있다.

아주 잘 짜여진 구성에 이야기의 흐름도 쫀쫀하다. 하나의 일이 해결되면 다른 일이 발생하고 점점 겉잡을 수 없는 상황에 스트레스가 폭발할 때 의외의 일이 일어나면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 몰입도가 최고이고 은근하게 조여오는 압박과 불안이 그대로 전달된다. 가장 정의로워야하는 조직이 불의하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불의를 밝혀내지 못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유혈이 낭자하는 묘사는 없지만 스펙타클한 전개가 일본의 한 가정을 중심으로한 갈등과 해소, 경찰과 반사회집단의 대결을 그리고 있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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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 고이즈미 야쿠모 작품집
고이즈미 야쿠모 지음, 김민화 옮김 / 보더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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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야쿠모(1850-1904)는 그리스인으로 일본에 귀화했다. 본명은 라프카디오 헌이다. 왼쪽 눈을 실명하고 미국에서 어렵게 생활하다가 저널리스트로서 활동했다. 뉴올리언스 만국박람회에서 일본 문화를 알게 되었고, 일본에 건너와 도쿄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고 무사 집안의 딸과 결혼한다. 도쿄대 영문학과 자리를 나스메 소세키에게 내주고, 와세다대학으로 옮긴다. 일본 각지에서 괴담, 전설, 유령 이야기를 모아 자신의 작품으로 다시 쓰며, 서양에 일본을 알리는 작가로 활동했다.

책은 저자의 작품 <괴담(1904)>과 <골동(1902)>에서 13편을 골라 실었다. '괴담'은 괴이하거나 무서운 이야기이고, '골동'은 전하여 고리타분하고 케케묵은 말을 의미한다. '괴담'에는 설녀, 너구리, 귀없는 호이치 이야기, 로쿠로쿠비, 식인귀, 묻혀버린 비밀, 유모 벚나무, 바보 리키가 실려있고, '골동'에는 유령폭포의 전설, 찻잔 속, 오카메 이야기, 파리 이야기, 꿩이야기가 있다.

가장 일본적인 이야기는 <로쿠로쿠비>이다. 로쿠로쿠비는 일본 요괴 중 하나로 목이 늘어나는 것과 목이 빠져 머리만 날아다니는 두 종류가 있다. 가신 이소가이는 모시던 가문이 멸망하자 행각승이 된다. 어느날 산에서 잠을 자려는데, 나무꾼이 다가와 이곳은 요괴가 출몰하는 곳이므로 위험하다며 초가집으로 안내한다. 그 집에는 4명의 로쿠로쿠비들의 소굴이었다. 로쿠로쿠비들은 독경을 하던 행각승을 건드리지 못했는데, 행각승이 대장의 몸통을 굴뚝에 숨기자 대장이 행각승의 팔뚝을 문채로 다니게 되었다. 길을 가다 도둑에게 옷을 뺏기고 도둑은 후한이 두려워 로쿠로쿠비를 묻어주었다. 삽화로 그려넣은 로쿠로쿠비의 모습이 섬뜩하다. 가신은 그후로 어떻게 되었는지, 도둑은 복을 받았는지, 이야기의 끝이 애매하다.

불교적 색채가 강한 이야기들이 많다. <오카메 이야기>는 주지스님이 문제를 해결한다. 남편 하치에몬을 너무 사랑한 오카메는 죽어서 귀신이 되어 남편 곁으로 돌아온다. 하치에몬은 젊은데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메말라가자 이를 눈치챈 어머니가 스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오카메의 무덤을 파보자 살아있는 사람처럼 생생한 것을 보고, 스님은 시신의 이마와 손발에 공덕의 범자를 새기고 망령을 위로한다. 이후로 하치에몬은 건강을 회복한다. '환생'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바보가 부자집에 환생한 <바보 리키>와 하녀가 죽은 후 자신의 돈을 시주해 주기 원해 파리로 환생한 <파리 이야기>와 시아버지가 꿩으로 환생했는데 무참히 죽여버린 남편은 벌을 받고 며느리는 복을 받는다는 <꿩 이야기>도 흥미롭다.

일본에 전해내려오는 무섭고 이상한 이야기 모음집이다. 사람으로 둔갑한 요괴라든가, 집착을 벗어나지 못한 귀신이 이승을 떠나지 못한다든가,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해를 입는다는 교훈적인 이야기가 익숙하다. 그러나 일본 색채를 띠고 있는 작품들도 많아서 비교하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일본의 괴담에 관심이 있다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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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읽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글쓰기 교과서
쓰지 다카무네 지음, 박기옥 옮김 / 시그마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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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논리적으로 쓰는 방법은 깜짝 놀랄 만큼 간단합니다.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 이 것이 전부입니다(6)."

저자는 일본의 중.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다. 10년 이상 도쿄대 입시 대비 고전 국어 강좌를 해오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일본 고전을 강의한다.

논리적 글쓰기는 3단계 법칙을 따른다. 1단계 큰 질문, 2단계 여러 개의 작은 질문, 3단계 작은 질문에 대한 답이다. 큰 질문을 좀더 구체적인 작은 질문으로 분해하고 그 답을 하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의 비결이다. 이 방식은 장르와 상관없이 적용가능하다.

'자기소개'를 예로 들면, 큰 질문인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에 대해, 작은 질문인 "휴일은 어떻게 보내나요?" "요즘 즐거웠던 일은 무엇인가요?"를 만들어, "이번 연휴에 친구와 골프장에서....", "최근 기뻤던 일은...."을 써내려 가면 완성된다. 글을 쓰기 전에 미리 질문을 만들어 두면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글쓰기에 관한 책이지만, 책을 읽을 때에도 이 질문하기 방식은 유용하겠다. 보통 머리말에 큰 질문이 있고, 작은 질문은 목차이다. 저자가 어떻게 작은 질문에 답을 했는지 확인하면서 읽으면서 적극적 독서가 되고, 대답이 미흡하다면 좋은 글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글쓰기 3단계 법칙을 익히고 나서, 문장력을 키우는 조언도 흥미롭다. 한 문단에는 첫 문장에 주제를 넣는다. 그래야 앞으로 무엇을 말하려는지 독자가 알 수 있다. 단문으로만 이루어진 글은 유치해보일 수 있고, 중문은 주어와 서술어가 너무 많아지면 횡설수설해 보일 수 있으므로 두 개 정도의 주어와 서술어로 구성한다. 복문은 보충설명하는 문장을 포함하는데 잘 사용하면 표현력이 넓은 글이 된다. 문장을 쓸 때 늘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을 의식한다. 주어를 문장 앞에 두는데, 주어 앞에 긴 수식어가 있으면 문장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장력을 키우는 비결은 요약하기 연습이다. 글을 줄일 때는 수식하는 문장이나 예시는 생략하도록 한다.

글쓰기가 막연해서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를 때 도움이 되는 책이다. 글쓰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예문을 들고 있어서 이론과 실재를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일본책 특유의 도식화와 간단한 설명이 복잡할 수 있는 설명을 간단히 정리한다. 중요한 문장에 밑줄까지 쳐서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장르와 상관없이 조리있게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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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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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작품인 <모순>은 지금도 인기이다. 무슨 매력이 있어 20년도 넘은 소설이 아직도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25세의 '나'는 이모부가 소개시켜준 직장에 다니고 있다. 내게는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고 있는 아버지와 억척스럽게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엄마, 문제아에서 조직의 보스가 되고 싶어하는 건달 남동생이 있다. 엄마는 이모와 일란성 쌍둥이인데 사는 모습은 전혀 닮지 않았다. 이모는 부유한 집에서 우아하게 살고 있지만, 엄마는 나의 여러 번의 가출과 그에 못지 않은 남동생의 다사다난한 사건사고를 수습하며 남편없이 고군분투 중이다.

이야기 속에 모순의 요소가 다양하고 집요하게 들어있다. 행복과 불행, 풍요와 빈곤, 몽상과 현실, 자유와 억압, 원칙주의자와 폭주자, 삶과 죽음이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이야기에 녹아있다. 특히, '나'가 결혼까지 생각하는 두 남자 김장우와 나영규는 매우 대조적인 성격인데 둘을 모두 사랑한다는 '나'의 고백이 모순이다. 가난한 사진가인 김장우의 여유와 낭만적인 연애 앞에서 나는 이상하게 솔직한 내 모습과 집안 사정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연기를 하듯 그렇게 내가 아닌 모습으로 예쁘게 그와 만난다. 반면에 직장도 괜찮고 데이트를 위해서 무엇을 할지 일일이 계획하고 그대로 움직여야하는 나영규 앞에서는 아버지가 집을 나간 사실부터 남동생이 감옥에 가게된 이야기까지 알려주며 솔직한 내 모습으로 만난다. 누구를 선택하는지 과정이 흥미롭다.

저자가 작가노트에서 밝혔듯이 정말 꼼꼼하게 쓴 소설이다. 각 장이 하나의 단편으로 읽어도 좋을 만큼 정성스럽다. 문체가 그렇고 묘사가 그렇다. 그래서 좀 술술 읽히지 않는다. 우연히 넘어가는 일이 없이 다 인과가 있고, 모순적인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여 같은 주제 아래 묶여 있다. 좀더 자유로웠으면 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읽으며 계속 선택을 요하는 질문에 작가의 생강이 궁금해 읽기를 중단하기 어렵다. 남편과 자식들의 사건사고를 수습하느라 정신없는 엄마의 삶이 나을까,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심심한 남편과 유학가서 돌아오지 않는 자식들을 그리워하는 이모의 삶이 좋을까? 결혼상대로 나를 그대로 표현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좋을까, 내 부끄러운 점은 모두 감추고 아름답고 좋은 점만 보여주고 싶은 상대가 좋을까? 이 편에 섰다가 저편으로 다시 넘어가며 읽는 재미에 어느새 결말이다.

선택의 기로에서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라는 생각이 자꾸 끼어들며 아웅다웅 읽는 재미가 있다. 등장인물의 선택에 대해 안타깝기도 하고 어쩔 수 없었을 것임이 이해된다. 구성이 치밀해서 뒤를 읽지 않고서는 책을 놓을 수 없다.

선택의 기로에서 어떻게 결정을 내릴지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다면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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