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인공지능을 만나다 - 진화학자가 바라본 챗GPT 그 너머의 세상 아우름 56
장대익 지음 / 샘터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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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피엔스가 독보적으로 성공적인 발자취를 남길 수 있었던 비밀은 유능함과 다정함이었습니다(156)."

기계인 인공지능에게 인간의 강점인 다정함을 부여할 수 있을까? 부여받은 그 다정함은 진정 인간과 같은 것일까?

저자는 인간의 본성과 기술의 진화를 연구하는 과학철학자이자 진화학자이다.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독보적으로 똑똑함과 따뜻함을 가진 사피엔스는 자연을 이용하고 자연의 제약을 극복하면서 문명을 이루었다. 인간의 지능만 이용했다면, 경쟁자를 처단하면서 인류는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감정이입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를 통해 서로를 해치지 않고 진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진화에 있어서 지능뿐 아니라 감정도 똑같이 중요하다.

"챗GPT는 오픈AI가 개발한 초거대 언어모델로 대화형인공지능 시스템이다(17)." 챗GPT는 인터넷의 데이터를 학습해서 내가 원하는 맞춤형 답을 내준다. 전문가를 능가하는 지식으로 기존의 직업을 위협하기도 한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에 <특이점이 온다>에서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거나 같아지는 지점이 올 것이고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흐려질 것이라 전망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2016년에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패하였고, 2022년 챗GPT가 나왔으니 이미 특이점은 와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살아가야할 미래가 가까이 있다.

인간은 기계에 공감할수있을까? 저자와 로봇을 만드는 데니스 홍이 함께한 실험을 통해 근거를 제시한다. EBS <4차 인간>을 보면, 참가자에게 밀그램 실험과 유사한 실험을 한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오답을 말하면 전기자극을 계속 올리다가 마지막에 폐기되는 버튼을 눌러야하는데, 1주일간 함께 생활했던 그룹은 처음 스피커를 대하는 그룹과 달리 감정적으로 힘들어하고 죄책감을 느낀다. 영상을 찾아보니 인공지능 스피커가 기계가 아니라 친구라는 생각에 울음을 참지 못하는 참가자도 있다. 인간은 기계와 대화를 하면서 감정을 이입시킨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은 인간보다 우월하다. 24시간 일해도 지치지 않고, 삐지지도 않고, 한결같이 나를 돌봐주는 느낌이다. 그런 인공지능에게 인간은 질투나 열등감을 느낄까? 나의 남자친구가 나보다 더 공감을 잘하는 인공지능에 의지한다면 어떨까? 도덕성, 자율성, 감정능력, 합리성, 창의성 등과 같은 인간의 특성을 인간보다 월등한 수준으로 갖고 있다면 인간의 아이는 인공지능에게 그런 것을 배워야하는가?

미래의 교실에서는 무엇을 배울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에 저자는 따뜻한 사람이 되도록 교육할 것이라고 답한다. 따뜻한 사람이 되려면 공감력이 높아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소설을 읽으면 글을 이해하는 뇌와 공감, 연민하는 뇌의 능력이 향상되고 독서가 끝난 후에도 지속된다. 문제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생각은 느린 인지과정을 통해 나오는데, 이 또한 독서가 적합하다. 영상매체를 볼 때는 시각피질만 활용하지만 독서할 때는 뇌 전체가 활성화되고 상호작용한다. 기존에 생각하지 못한 사실들을 연결해준다. 미래 교실에서 꼭 필요한 것이 책 읽기라니 조금은 만만해보인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것이어서 핵심을 잡아서 간단히 설명하므로 이해하기 쉽다. 보통의 성인 책이 지나친 사례나 연구결과를 들어 설명하는데, 이 책은 용어의 정의를 바로바로 내려주고, 예는 한두가지 정도만 제시하고 있어서 저자가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성인이 읽어도 수준이 낮다고 느낄 수 없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좋은 질문들을 내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뭔가 대답을 준비하면서 생각하고, 저자의 생각을 내 생각과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다. 같은 의견이면 반갑고, 반대 의견이면 그 근거를 들여다보면서 동의하게 된다. 생각을 정리하면서 읽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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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윌리엄스 좋은 주식은 때가 있다 - 세계 투자 월드컵에서 11,000% 수익 신기록 세운 전략
래리 윌리엄스 지음, 강환국.김태훈 옮김 / 페이지2(page2)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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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윌리엄스(1942~)는 60년간 성공적으로 투자를 해온 미국 트레이더다. '로빈스 선물 트레이딩 월드컵'에서 12개월만에 1만달러를 110만달러로 만들어 우승자가 되었고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이 책은 2003년 그가 60세가 되어 쓴 책인데, 우리나라에는 이제 번역되었다.

책은 13장으로 되어있다. 미국주식의 10년 패턴, 4년 현상, 놀라운 10월효과, 지금이 바닥임을 확실하게 아는 방법, 다음의 상승이 거대할 이유, 투자의 목적,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 구경제가 신경제다,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 투자의 난관, 성공적인 장기 투자법 총정리, 자금관리: 성공투자의 열쇠, 무작위적 시장에 대한 무작위적이지 않은 생각.

목차만 봐도 애두르지 않고 바로 자신의 투자법을 설명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계절성에 따라 매수와 매도를 결정하고, 7가지 지수에 의거해서 좋은 종목을 찾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적절한 타이밍을 찾기 위해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찾아내고 이를 미래의 투자에 적용한다. 종목선택은 7가지 지수인 PER, PBR, PCR, PSR, 배당수익률, ROE, 최근 12개월 상승률을 근거로 저평가된 주식을 선택한다.

구체적인 타이밍을 요약하자면, 미국 다우지수는 10년 단위로 초반에는 저점이다가, 끝자리 7년에 다시 저점을 찍고, 9와 0으로 끝나는 해에 고점에 이른다. 4년현상은 대통령 당선 후 첫임기 2년차가 저점이다. 10월효과는 10월은 저점이고 4월에 고점이다.

2003년 책이므로 시기에 대해 주의해서 읽어야한다. 저자가 '지난 10년'이라고 하면, 1993년을 의미하고, 향후 10년도 2013년이니 이미 과거다. 현재 다양한 곳에 나와 의견을 밝히는 중이라는데 부록에 업데이트된 것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다우지수 보다 S&P500이나 나스닥 지수를 많이 참고하기 때문에 다우지수를 참고하는 것이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다. 그러나 역사가 긴 지수이기 때문에 패턴을 찾아내기에 적합해 보인다.

저술시기가 닷컴버블을 지난 시기여서인지 나스닥 기술주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은 아주 다른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가치는 성공투자의 핵심이고, 추세는 모든 수익의 토대라고 할만큼 주가가 낮아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선택하라는 부분은 코로나를 겪으며 많이 바뀌지 않았나싶다.

주식 매매 타이밍과 종목 선정 기법을 알려주면 주식투자를 위한 준비는 다 된 것이 아닐까한다. 저점에 오를만한 종목을 매수해서 보유하다가 고점에 팔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해 찾아낸 패턴이 미래에 맞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막막한 상황에 시도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주식투자를 한다면 읽어볼만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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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채권투자 교과서
최석원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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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은 주식만큼 큰 이익을 내주진 않지만 시간을 견딜 수만 있다면 확실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안정적인 자산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기관투자자가 아니라면 주식에 투자할 때처럼 엄청난 양의 정보를 분석하고 공부할 필요도 없습니다(11)."

금리가 올라있으니 채권 투자하기에 적당한 시기가 아닐까한다. 주식처럼 다이나믹하지는 않지만, 잃지 않는 투자 중 하나이므로 포트폴리오에 일정 부분 넣어야한다. 30년 경력의 채권 전문가의 투자수업을 들어보자.

책은 8장으로 되어있다. 다소 잘게 나눈 느낌이다. 채권이라는 새로운 투자대안, 채권시장에 모여드는 개인투자자들, 채권이란 무엇인가? 채권, 어떤 것들이 있을까? 채권가격예측하기, 채권 공부는 금리공부, 채권투자의 위험 극복하기, 내 돈을 지키고 불리는 채권투자 전략이다. 채권에 관한 일반적인 설명과 채권의 종류와 투자전략에 대해 설명한다.

채권(Fixed Income)은 개인간의 차용증서를 유가증권으로 만든 것이다. 차용증처럼 언제까지 얼마를 갚아야하고, 이자를 몇 % 지급해야하는지를 명시한다. 만기가 되면 원금상환과 이자를 받기 때문에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가 없는 안정적인 투자법이다. 이자는 만기 전에 나누어 받을 수도 있다. 안정성에서, 예금이 가장 안정적이고 단기채권, 장기채권, 주식의 순이다.

2022년 이후 개인들이 직접채권 투자에 몰리는 이유는 채권의 가격이 싸졌기때문이다. 미국 금리가 오르며 채권가격이 낮아졌다. 또한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안정성있는 채권의 인기가 올라갔다. 특히 부동산 임대의 경우 신경쓸 일이 많지만 채권은 비슷한 이자로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채권가격과 시장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가격은 금리가 올라가면 떨어지고 금리가 내려가면 올라간다. 즉, 금리가 오르면 다른 금융상품보다 상대적으로 이자를 덜 받아 채권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내리면 다른 금융상품보다 상대적으로 이자를 더 받으니 채권가격이 오른다. 예로, 현재 보유한 채권금리가 5%라 하면, 시장금리가 3%로 내려가면 2%의 이익을 보고, 7%로 올라가면 2%의 손해를 본다. 보유한 채권의 금리가 고정이기 때문에 움직이는 금리에 따라 언제 매매해야하는지 고려해야한다.

지금처럼 금리가 높은 상태라면, 물가상승률이 낮아져야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 미국은 2%대의 물가상승률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해서, 현재 5.5%에 달하고 있다. 저자는 2024년말 2%대의 물가상승률에 도달하면, 기준금리도 3%대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미국채권에 투자할 때는 환율도 감안해야한다.

채권 투자도 미래를 알 수 없으므로 위험을 내표하고 있다. 금리위험과 신용위험이다. 금리의 변동으로 손해를 볼 수 있고, 신용위험으로 부도가 나서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 고위험 회사채는 부도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한다. 채권신용도는 AAA부터 BBB까지가 투자 등급이고, BB부터 D는 투기등급이다. BBB등급은 불황과 같은 외부환경에 따라 지급확실성이 낮아질 수 있으므로 신중히 판단한다. NICE홈페이지에서 수시로 발표하는 신용분석 리포트를 찾아볼 수 있다.

사고 파는 타이밍은 시장금리 전망을 기반으로 현재가 언더슈팅에 매수하고, 오버슈팅에 매도하는 투자전략을 세운다. 이론적으로는 알겠지만, 금리전망도 어렵고 현재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할 지표를 알려주면 좋겠다. 현실 투자로 이어지기에는 막연한 설명이다.

기간으로 봤을 때, 중기투자를 권한다. 장기투자는 오랫동안 자금을 묶어 두므로 기회비용이 크고, 단기투자는 이벤트, 수급, 기술적 분석이 중요하므로 개인이 하기보다 기관투자자들이 하는 것이 좋다. 개인투자자들이 중기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뉴스, 증권사 리포트, 한국은행 홈페이지 데이터로 경기상황을 판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뉴스 내용에 주의해서 봐야하는지, 증권사 리포트를 어떻게 이해해야하고, 한국은행 홈페이지 데이터로 경기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해석해야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어서 아쉽다. 좀더 투자자 입장에서 바로 실전에 쓸 수 있는 방법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저자의 현재에 대한 평가가 값지다. 2023년 이후부터 우리나라 경기는 부진한 상황을 이어갈 전망이다. 더 이상 금리를 올릴 것 같지는 않으나, 미국 금리와 2%차이가 나있고, 국채 20%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어서 이들이 매도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2024년에는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가 내릴 것 같으면 미리 사두고 오를 것 같으면 미리 팔아두면 된다. 롤링효과를 노려 2023년 하반기는 매수하고, 2023년과 2024년초에는 팔 기회를 노린다. 매도 후 다시 매수할 타이밍을 기다린다. 단기적으로 변화가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금리가 내릴 것이므로 계속 보유한다.

주식투자에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오히려 기본 설명이 길고, 계속 반복설명하고 있어서 본격적인 투자전략이 나오기까지 지루하다. 투자전략에 관해서도 좀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고 파는지 실례를 들어 설명했으면 더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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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강용수 지음 / 유노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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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생은 고통이다." 24

독일의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1788~1860)의 말이다. 언뜻 불교 사상인가 싶다. 태어나서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 인간의 삶은 고통 그 자체다. 오직 해탈을 통해서만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통스러운 인간의 인생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알아보자.

책은 5장으로 되어있다. 인생이 왜 괴로운가, 왜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하는가, 무엇으로 내면을 채워야 하는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가, 어디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가이다. 총 30개의 키워드를 제시하며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설명한다. 고통, 욕망, 고독과 같은 염세적인 것도 있지만, 행복, 만족, 자존감과 같은 긍정적인 것도 있고, 연애, 결혼, 독서, 글쓰기와 같은 현실적인 조언이 되는 주제도 있다.

왜 마흔인가? 마흔이 되면, 인생에 대해 진지해진다. 출세,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던 20-30대와는 달리 계속 그렇게 살아야하는 것인지,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숙고해야하는 시기다. 마흔 이후에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쇼펜하우어는 세상에 태어난 것이 고통이지만 죽을 때까지의 시간을 잘 견뎌야한다고 한다. 인간은 욕망이 충족되지 않아서 고통스러운데, 욕망은 채울 수 없는 갈증과 같아서 하나를 충족시키면 다른 것들이 또 기다리고 있다. 이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면 욕망의 크기를 줄여야한다. 욕망의 최대 만족은 권태이고 최대결핍은 고통이다. 욕망이 충족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결핍이 만족되는 순간이 행복이고, 만족 상태가 길어지면 권태이다. 따라서 결핍과 행복 그리고 권태가 무한히 반복되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할까? 쇼펜하우어는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줄이고, 남과의 비교로 인한 질투를 경계하고, 큰 희망을 걸지 말고, 세상에 거짓이 많다는 것을 알라고 조언한다. 단순하고 단조롭게 사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 지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정신적인 소양을 갖춰야하는데, 고전을 숙독하며 사상가들과 대화하고, 자신의 사유를 글로 쓰고, 예술 중에서 특히 음악을 들으라고 권한다. 음악은 깊은 감동을 주는데, 그리스 비극 예술은 카타르시스를 가져온다. 음악과 그리스 비극에 관한 부분은 니체와 바그너가 영향을 받은 부분이기도 하다.

사랑에 관한 생각을 보면, 다윈이나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가 떠오른다. 인간은 죽음으로 끊어지는 생명의 의지를 자식을 낳아 연장한다. 사랑의 목적은 2세를 낳기 위함일 뿐 정신적인 교감이 바탕인 연애란 없다. 그저 환상일뿐이다. 사랑은 종족보존을 위한 자연의 기만이다. 자연에 속아 결혼하고 그것이 기만임을 알게 되고 고달픈 현실에 후회하게 된다. 출산이 목적인 성적인 사랑은 다음 세대를 만드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쇼펜하우어는 한명의 친구도 없이 혼자 지냈다. 애완견 아트만만 곁을 지켰다. 자신의 삶을 합리화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관계에서 고슴도치처럼 일정 거리를 지키라는데, 너무 가까우면 상처를 줄수도 입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기처럼 혼자있는 법을 익혀라.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굳이 다른 사람과 만나 희생할 필요가 없다. 고독을 견딜 능력이 있는 사람은 혼자서도 충분하다. 관계를 줄이면 자신만의 자유와 욕구를 회복한다. 행복을 자기 안에서 찾아야한다고 역설한다.

19세기 철학자의 이야기가 현재의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된다. 지나친 경쟁 속에서 사회가 정해놓은 잣대에 맞추어 최선을 다해왔으니 이제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즐기라고 한다. 머리 속에만 존재하는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를 즐겁게 살라고 하니 현실은 치열해도 마음을 편히 갖도록 도와준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설명하면서 서양 철학과 신화는 물론 불교와 공자의 말씀도 인용한다. 해박한 지식과 깨달음이 있는 글이다. 인생은 고통이라는 염세적인 사상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깊이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려한 쇼펜하우어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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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나라, 가난한 세계 -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떻게 고쳐 나갈까? 10대를 위한 세상 제대로 알기 1
구정은.이지선 지음 / 북카라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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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나라, 가난한 나라는 구분해 본 적이 있어도, 세계가 가난하다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다. 현재 부의 편중이 심화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심해질 것이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를 돌보고 함께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이 제목에 담겨 있어서 한참을 생각했다.

책은 4장으로 되어있다. 1장 부자나라, 가난한 나라, 2장 세계가 도와야한다는 생각, 3장 원조의 사례와 흐름, 4장 좋은 원조, 나쁜 원조?다.

이 책은 10대를 위한 책이다. 시야를 우리나라에서 세계로 넓혀준다.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는 물론, 가난한 나라가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OECD회원국을 포함한 부자나라들의 원조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나라의 자립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분석하고, 국제사회의 원조가 가난한 나라의 실질적인 자립을 위한 것인지 짚어본다.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는 정치, 전쟁, 기후문제가 있다. 오랜 식민통치하에서 수탈당한 국토와 국민들은 제대로 된 지도자를 내지 못하고 독립한 후에도 부패한 독재자가 국가의 부를 차지한다. 또한 외부의 침략이나 현 정부에 불만을 품는 반군의 등장으로 인해 내전에 휩싸이게 되고, 국민들은 난민이 된다. 원조 없이는 살아가기가 어렵다. 게다가 기후문제는 농업중심의 가난한 나라의 식량문제로 이어져 굶어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유민이 된다. 소말리아와 아프가니스탄이 그렇다. 식민지배를 받았고, 독립 후에도 내전이 끊이지 않는데다가 건조하고 황량한 지대로 식량위기를 겪고 있다.

과연 원조국들은 선량한 마음으로 가난한 나라를 돕는가? 선진국은 원조에 대한 댓가로 자신들의 물건을 팔 시장으로 여기거나 댓가를 기대하기도 한다. 중국의 아프리카 원조는 노골적이다. 현지 경제를 살리기보다 중국기업이 중국자본으로 중국노동자를 대거 투입하여 인프라사업을 진행하고, 혹여 빌려준 차관을 갚지 못하면 점령해버린다. 이렇게 해서는 원조를 받는 나라가 자립하기 어렵다. 오히려 중국의 원조는 새로운 제국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

원조는 받는 나라가 가난에서 벗어나 자립하기 위한 디딤돌이 되어야한다. 디딤돌을 딛고 가난의 강을 건너 벗어나도록 해야한다. 원조로 산업을 일으키고 학교를 짓고 병원을 지을 수 있는 힘을 키우게 해야한다. 그러나 실제로 원조받는 나라의 의견은 무시된 채 원조국이 일방적으로 무엇이 필요할 것이라 추측하고 지원하는 것은 효과도 없고,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불쌍함을 강조한 아이들의 모습을 광고로 이용하여 기부금을 모으는 것은 인종주의와 결합하여 특정 인종의 이미지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한다. 감정에만 호소하기보다 좀더 이성에 호소하고 희망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

기후문제에 있어서 국제적인 행동이 약해 보인다. 가난한 나라는 농업에 의지하는데, 기후위기에 닥쳐 식량난에 시달린다. 탄소배출량에 있어서 미국과 중국, 유럽이 전세계의 50%이상을 차지한다. 이들 국가들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부국을 위해 쓰는 기술을 환경을 위한 기술에 얼마나 이용하여야한다. 무엇보다 국제기구에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미국의 태도가 불안정하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환경보호에 우호적이었다가 적대적이었다가를 반복하는데, 국가의 실리를 떠나 세계를 생각해야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원조를 받는 나라 명단에서 빠진 것이 2000년이었고, 2010년부터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되었다. 생각보다 최근이다. 원조 찬반론에 대해, 가난한 나라가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서 함께 잘 살 수 있어야한다는 의견에 찬성한다. 우리나라가 가난에서 빠져 나왔듯 다른 나라도 빠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는 긴급구호든 잘살 수 있게해주는 개발원조든 도움이 필요하다면 손을 잡아줘야한다.

다행히 다양한 국제기구들이 존재한다. 구호활동을 하는 유엔 산하조직은 유엔난민기구, 세계식량계획, 유니세프 등 비정부기구로 세계 4만개가 넘는 국제구호기구들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인종, 종교, 정치성향을 떠나 누구나 아프면 치료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전쟁터에서 아이들을 지원한다. 월드비전은 한국전쟁 때 종군기자인 밥 피어스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시작되었는데 현재 국제민간구호단체가 되어 활발히 활동중이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간결하고 명확하게 설명한다. 용어의 개념 설명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어서 설명조로 들리지 않는 것도 좋은 점이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어서 글씨도 크고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과 사진으로 이해를 돕는 것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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