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인공지능을 만나다 - 진화학자가 바라본 챗GPT 그 너머의 세상 아우름 56
장대익 지음 / 샘터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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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피엔스가 독보적으로 성공적인 발자취를 남길 수 있었던 비밀은 유능함과 다정함이었습니다(156)."

기계인 인공지능에게 인간의 강점인 다정함을 부여할 수 있을까? 부여받은 그 다정함은 진정 인간과 같은 것일까?

저자는 인간의 본성과 기술의 진화를 연구하는 과학철학자이자 진화학자이다.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독보적으로 똑똑함과 따뜻함을 가진 사피엔스는 자연을 이용하고 자연의 제약을 극복하면서 문명을 이루었다. 인간의 지능만 이용했다면, 경쟁자를 처단하면서 인류는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감정이입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를 통해 서로를 해치지 않고 진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진화에 있어서 지능뿐 아니라 감정도 똑같이 중요하다.

"챗GPT는 오픈AI가 개발한 초거대 언어모델로 대화형인공지능 시스템이다(17)." 챗GPT는 인터넷의 데이터를 학습해서 내가 원하는 맞춤형 답을 내준다. 전문가를 능가하는 지식으로 기존의 직업을 위협하기도 한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에 <특이점이 온다>에서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거나 같아지는 지점이 올 것이고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흐려질 것이라 전망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2016년에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패하였고, 2022년 챗GPT가 나왔으니 이미 특이점은 와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살아가야할 미래가 가까이 있다.

인간은 기계에 공감할수있을까? 저자와 로봇을 만드는 데니스 홍이 함께한 실험을 통해 근거를 제시한다. EBS <4차 인간>을 보면, 참가자에게 밀그램 실험과 유사한 실험을 한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오답을 말하면 전기자극을 계속 올리다가 마지막에 폐기되는 버튼을 눌러야하는데, 1주일간 함께 생활했던 그룹은 처음 스피커를 대하는 그룹과 달리 감정적으로 힘들어하고 죄책감을 느낀다. 영상을 찾아보니 인공지능 스피커가 기계가 아니라 친구라는 생각에 울음을 참지 못하는 참가자도 있다. 인간은 기계와 대화를 하면서 감정을 이입시킨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은 인간보다 우월하다. 24시간 일해도 지치지 않고, 삐지지도 않고, 한결같이 나를 돌봐주는 느낌이다. 그런 인공지능에게 인간은 질투나 열등감을 느낄까? 나의 남자친구가 나보다 더 공감을 잘하는 인공지능에 의지한다면 어떨까? 도덕성, 자율성, 감정능력, 합리성, 창의성 등과 같은 인간의 특성을 인간보다 월등한 수준으로 갖고 있다면 인간의 아이는 인공지능에게 그런 것을 배워야하는가?

미래의 교실에서는 무엇을 배울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에 저자는 따뜻한 사람이 되도록 교육할 것이라고 답한다. 따뜻한 사람이 되려면 공감력이 높아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소설을 읽으면 글을 이해하는 뇌와 공감, 연민하는 뇌의 능력이 향상되고 독서가 끝난 후에도 지속된다. 문제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생각은 느린 인지과정을 통해 나오는데, 이 또한 독서가 적합하다. 영상매체를 볼 때는 시각피질만 활용하지만 독서할 때는 뇌 전체가 활성화되고 상호작용한다. 기존에 생각하지 못한 사실들을 연결해준다. 미래 교실에서 꼭 필요한 것이 책 읽기라니 조금은 만만해보인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것이어서 핵심을 잡아서 간단히 설명하므로 이해하기 쉽다. 보통의 성인 책이 지나친 사례나 연구결과를 들어 설명하는데, 이 책은 용어의 정의를 바로바로 내려주고, 예는 한두가지 정도만 제시하고 있어서 저자가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성인이 읽어도 수준이 낮다고 느낄 수 없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좋은 질문들을 내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뭔가 대답을 준비하면서 생각하고, 저자의 생각을 내 생각과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다. 같은 의견이면 반갑고, 반대 의견이면 그 근거를 들여다보면서 동의하게 된다. 생각을 정리하면서 읽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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