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강용수 지음 / 유노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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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생은 고통이다." 24

독일의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1788~1860)의 말이다. 언뜻 불교 사상인가 싶다. 태어나서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 인간의 삶은 고통 그 자체다. 오직 해탈을 통해서만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통스러운 인간의 인생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알아보자.

책은 5장으로 되어있다. 인생이 왜 괴로운가, 왜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하는가, 무엇으로 내면을 채워야 하는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가, 어디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가이다. 총 30개의 키워드를 제시하며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설명한다. 고통, 욕망, 고독과 같은 염세적인 것도 있지만, 행복, 만족, 자존감과 같은 긍정적인 것도 있고, 연애, 결혼, 독서, 글쓰기와 같은 현실적인 조언이 되는 주제도 있다.

왜 마흔인가? 마흔이 되면, 인생에 대해 진지해진다. 출세,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던 20-30대와는 달리 계속 그렇게 살아야하는 것인지,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숙고해야하는 시기다. 마흔 이후에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쇼펜하우어는 세상에 태어난 것이 고통이지만 죽을 때까지의 시간을 잘 견뎌야한다고 한다. 인간은 욕망이 충족되지 않아서 고통스러운데, 욕망은 채울 수 없는 갈증과 같아서 하나를 충족시키면 다른 것들이 또 기다리고 있다. 이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면 욕망의 크기를 줄여야한다. 욕망의 최대 만족은 권태이고 최대결핍은 고통이다. 욕망이 충족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결핍이 만족되는 순간이 행복이고, 만족 상태가 길어지면 권태이다. 따라서 결핍과 행복 그리고 권태가 무한히 반복되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할까? 쇼펜하우어는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줄이고, 남과의 비교로 인한 질투를 경계하고, 큰 희망을 걸지 말고, 세상에 거짓이 많다는 것을 알라고 조언한다. 단순하고 단조롭게 사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 지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정신적인 소양을 갖춰야하는데, 고전을 숙독하며 사상가들과 대화하고, 자신의 사유를 글로 쓰고, 예술 중에서 특히 음악을 들으라고 권한다. 음악은 깊은 감동을 주는데, 그리스 비극 예술은 카타르시스를 가져온다. 음악과 그리스 비극에 관한 부분은 니체와 바그너가 영향을 받은 부분이기도 하다.

사랑에 관한 생각을 보면, 다윈이나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가 떠오른다. 인간은 죽음으로 끊어지는 생명의 의지를 자식을 낳아 연장한다. 사랑의 목적은 2세를 낳기 위함일 뿐 정신적인 교감이 바탕인 연애란 없다. 그저 환상일뿐이다. 사랑은 종족보존을 위한 자연의 기만이다. 자연에 속아 결혼하고 그것이 기만임을 알게 되고 고달픈 현실에 후회하게 된다. 출산이 목적인 성적인 사랑은 다음 세대를 만드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쇼펜하우어는 한명의 친구도 없이 혼자 지냈다. 애완견 아트만만 곁을 지켰다. 자신의 삶을 합리화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관계에서 고슴도치처럼 일정 거리를 지키라는데, 너무 가까우면 상처를 줄수도 입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기처럼 혼자있는 법을 익혀라.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굳이 다른 사람과 만나 희생할 필요가 없다. 고독을 견딜 능력이 있는 사람은 혼자서도 충분하다. 관계를 줄이면 자신만의 자유와 욕구를 회복한다. 행복을 자기 안에서 찾아야한다고 역설한다.

19세기 철학자의 이야기가 현재의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된다. 지나친 경쟁 속에서 사회가 정해놓은 잣대에 맞추어 최선을 다해왔으니 이제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즐기라고 한다. 머리 속에만 존재하는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를 즐겁게 살라고 하니 현실은 치열해도 마음을 편히 갖도록 도와준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설명하면서 서양 철학과 신화는 물론 불교와 공자의 말씀도 인용한다. 해박한 지식과 깨달음이 있는 글이다. 인생은 고통이라는 염세적인 사상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깊이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려한 쇼펜하우어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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