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처음 만나는 서양철학사 - 서양 철학의 개념을 짚어주는 교양 철학 안내서
피플앤북스 편집부 지음 / 피플앤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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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철학의 흐름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책이 있으면 했다. 각 철학 사상이 역사상 어떻게 생겨나고 사라졌으며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간단하면서도 개괄적으로 설명하는 책말이다. 마침 이 책이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켜 준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서양 철학사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각 시대의 철학가들을 중심으로 여러 사상을 알기 쉽고 간단하게 설명한다. 각 장은 한 사람의 철학자를 중심으로 당대의 사회상과 여타의 철학자들 소개는 물론, 후대에 끼친 영향도 소개하기 때문에, 역사의 흐름 속에서 철학을 이해하기에 좋다. 고대 그리스 최초의 철학자 '탈레스'부터 '소크라테스'를 거쳐, 중세 '토마스 아퀴나스', 근대의 '베이컨' '데카르트'와 '헤겔', '니체', '샤르트르'와 '하버마스'까지 총 30명의 철학자를 만나볼 수 있다.

고대와 근현대의 철학 사상은 여러 책을 통해 많이 접해본 까닭에 중세 부분의 정리를 흥미있게 읽었다. 서양의 중세는 철학에 있어서 암흑의 시대다. 신 중심의 종교에 의지하는 중세 철학은 아이러니하게도 4-5세기에 기독교를 탄압한 로마제국의 아우구스티누스의 교부철학에서 비롯되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대와 근대의 철학을 잇는 교부철학의 대부로 신학 뿐 아니라 다양한 학문 분야에 걸쳐 117권의 방대한 저서를 남겼다. 그의 철학은 놀랍게도 데카르트보다 먼저 존재론을 언급했고, 프로이트보다 먼저 무의식을 분석했으며, 중세 철학의 대표자인 13세기 토마스 아퀴나스는 물론 현대 신학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그의 저서 중 유명한 것으로는 <자유의지론>, <고백론>, <신국론>, <삼위일체론>, <그리스도교 교양>, <교사론>, <은총과 자유의지>이 있다.

중세 십자군 전쟁(11세기 말~13세기 말)에 대한 정리 역시 중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십자군 전쟁은 유럽세계가 이슬람 세계에 반격하기 위해 교황의 명령으로 로마귀족이 참여하며 시작되었다. 이 전쟁은 200년간 지속되었는데, 성지순례를 위해 에루살렘을 탈환하고자함이 표면적인 이유였고, 사실은 아랍인의 무역권을 뺏고자하는 목적이 숨겨져 있었다. 1차를 제외하고 모두 실패하였으므로, 교황권이 후퇴하고 국왕의 힘이 강화되어 중앙집권화되었고, 도시상업이 발달하였으며, 이슬람 문화와의 접촉으로 당시까지 낙후된 유럽의 문화수준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결국 중세는 1347년 흑사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으며 신에 대한 회의심을 계기로 종교개혁과 인간중심의 르네상스 운동과 과학혁명이 대두하며 서서히 막을 내린다.

이 책은 30명의 철학자를 각각 4-5장의 분량으로 간략히 요약하고 있다. 핵심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기 때문에 교과서적인 느낌이 강하다. 따라서 자세한 철학사상을 알고자 한다면, 관련 독서를 통해 보충할 수 있겠다. 그러나 서양철학사의 뼈대를 잡고 싶다면 일독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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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작심, 이루지 못할 꿈은 없다 - 해도 된다! 고졸 CEO 강남구의 유쾌한 승부수
강남구 지음 / 더블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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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가 두렵겠지만 내가 포기하지 않는 한 내 인생도 절대로 실패하지 않습니다(프롤로그에서)."

선천적으로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처음 만난 사람과 얘기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 사람에게 영업이란 거창해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 성공하겠다는 간절한 소망과 실행력이 있다면 따라올 자가 없다. 이 책의 저자가 그런 사람이다. 머리로 하고 싶은 것을 불도저 같은 힘으로 현실화해내는 사람이다.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자.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안녕하세요 강남구입니다, 2부. 90년생 CEO강남구의 유쾌한 승부수, 3부. 포브스가 선정한 차세대 리더 강남구의 작심.

21살에 티몬의 최연소 팀장, 22살에 억대연봉으로 그루폰 한국지사의 최연소 본부장으로 스카우트, 24살에 아이엔지 스토리라는 진로교육사업 창업, 군 복무 중 독서실 브랜드 '작심'을 론칭했다. 고등학교 졸업후 대학 가는 친구들과는 달리 성공에 목표를 두고 열심히 살아왔을 저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창업이 목표였으나 경영을 배우기 위해 들어간 티몬에서 저자는 가장 소통을 잘하고 영업을 잘 하는 사람을 관찰하며 영업을 배웠다. 그가 티몬에서 영업 1등을 계속 유지했던 비결은 한 가게를 적게는 60회에서 많게는 100회 넘게 계약이 될 때까지 방문하고, 영업하려는 카페나 식당이 바쁜 시간에는 함께 도와주는 '감성 영업'때문이다.

창업한 독서실 사업이 업계 1등을 차지하게 된 비결 역시 조금 독특하다. 교육열에 있어서는 서울에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지방에서 시작하여 브랜드 힘과 자본력을 키운 뒤 비교적 수월하게 서울 입성에 성공했다. 4년 만에 전국 400곳의 매장을 갖출 정도로 성장한 이유는 단순히 공간을 대여하는 독서실의 개념에서 벗어나 인강을 연결하여 자기주도 학습을 원하는 학생부터 취업준비 중인 성인에 이르기까지 학원을 대체하는 공간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홍콩 진출은 아직 초기 단계로 보인다. 대교 홍콩 법인과 협약하여 홍콩에 매장 개설 및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 책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들어간 회사에서 영업 1위를 하다가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 경위와 현재의 성공에 대해 자서전처럼 서술하고 있다. '원래 그래'라는 말에 '왜'로 응수하면 치밀하게 물어보고 아니면 고쳐야하는 성격, 같은 길을 가기 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바닥에서부터 경험으로 깨우쳐 배우는 스타일이 저자의 성공 비결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잘 파악하고 있고, 약점보다는 강점을 더 발전시켜나갈 줄 안다. 또한, 성공에 이르러 허세를 버리고 여유와 겸손을 유지하는 것도 성공비결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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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사피엔스 - 인공지능, 초지능 인간이 온다
김수형.AI 강국 보고서 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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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 중 한 에피소드를 보면, 임신한 아내가 사고로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다 남편이 인터넷에 남긴 모든 흔적을 딥러닝한 AI를 인간의 형상으로 만든 남편을 구매한다. 목소리며 사고방식과 유머까지 남편과 아주 유사한 그 유사인간 덕분에 아내의 우울증은 잠시 사라졌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유사인간이 원래 남편을 흉내낼 뿐이라는 한계를 느낀다. 이 영국드라마는 AI가 인간을 대신할 수도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그리고 인간이 이 AI에 많이 의존하게 될 것임을 얘기한다. 현재의 AI에 대한 연구는 어디쯤 와 있으며 미래에 무엇을 대비해야할까?

책은 '사피엔스'와 '비욘드 사피엔스(AI, 인공지능)'의 2개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1부 사피엔스에서는 현재 물류, 제조, 금융, 의료, 마케팅, 법률 등 다방면에서 시행되고 있는 AI의 활약을 짤막짤막하게 설명하고 해당 기업을 예로 들어준다. 2부 비욘드 사피엔스에서는 AI토피아의 세계를 상상하고, 미래 국가 경쟁력이 AI에 달려 있음을 강조한다.

현재 AI에서 앞서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다. 특히 중국정부가 2020년 3월 '신기건 정책'을 선언하며, AI와 IT분야에 5,900조(우리나라 디지털 뉴딜 예산의 100배에 달한다)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은 놀랄 일이다. 이미 중국은 2019년 AI분야에서만 45만 건의 엄청난 양의 특허를 취득하였고, 논문의 수도 압도적으로 많이 냈으며, 2017년부터 2030년까지 미국을 넘어 세계 AI혁신 중심국가가 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코로나를 통제하기 위해 안면인식술을 사용하였다는 뉴스가 중국의 앞선 AI기술발전을 보여주는 일례이다.

AI가 현재 우리가 하는 일에 결합되는 순간, 속도는 빨라지고, 규모는 커지고, 정확도가 높아진다. 인간보다 더 우수한 AI에게 일을 내주면, 그 자리에 있던 인간은 어떠한 일을 해야할까? 아마존이 그답을 알려준다. 아마존은 물류에 이용되는 키바(Kiva)가 사람을 대신해서 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던 직원들에게 8천억을 들여 IT분야 교육을 시켜주고, 업무 재배치를 계획 중이다. 이러한 기업의 노력만 있다면, AI의 출현이 두렵기만 한 것은 아닐텐데, 어느 정도의 기업이 이렇게 대응할지는 의문이다.

이 책에서 그리는 미래의 AI토피아는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연상시킨다. 공장의 불량률은 제로에 가깝고, 풍년과 흉년이 없어 농가들의 가격폭등과 폭락으로 인한 고민도 없어지고, 자율주행차가 다니며, 집안일은 모두 AI집사가 알아서 해주며, 아파서 병원을 가기보다 미리 예방해주므로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완벽해 보이는 미래도 AI를 통제할 법과 AI를 조종하는 사람들의 윤리적 기준을 엄격히 제한하지 않으면 위험에 처하게 된다. 나아가 예상치 못한 AI의 반란도 두려움으로 남는다.

AI가 국가경쟁력이 되는 미래를 위해 저자들은 정부차원에서 AI와 데이터 관련 업무를 통합해 '지능데이터부'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앞으로 AI가 산업은 물론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고 이를 전체로 통솔할 컨트롤 타워의 기능을 할 정부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AI 산업에 필요한 인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인재유출이 심하게 일어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라는 사실이 놀랍다. 정부나 기업은 AI 관련 인재들을 오래 머물도록 할 방안을 모색해야할 것이다. 2018년에서 2022년까지 AI관련 인력이 1만명이나 부족하다고 하니, 자녀의 장래 직업으로 고려해봐도 좋겠다.

MBN의 AI강국보고서 팀이 만든 이 책은 요지만 간단히 설명하고 있어 읽기도 쉽고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 좋다. 현재와 미래의 인공지능관련 산업에 관심이 있거나 투자공부를 하고 있다면 일독해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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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인문학 - 도시를 둘러싼 역사 · 예술 · 미래의 풍경
노은주.임형남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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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도시뿐 아니라 해외의 도시를 걷는다는 것은 묘한 긴장감과 함께 떨림을 준다.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과 작은 샛길이라도 발견하면 반가워 큰 웃음을 웃게 된다. 새로운 곳을 알고 싶고 가고 싶지만 현재의 코로나 시국에서는 실천할 수 없는 일이니, 건축가 부부가 여러군데 돌아본 도시를 통해 가슴떨림을 간접으로 느껴보자.

책은 3장으로 되어 있다. 도시를 둘러싼 역사, 예술, 미래에 대해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먼저 나누고, 건축물과 연결지어 풀어 나간다. 영화나 음악, 고전, 미술, 여행과 같은 이야기를 건축과 연결지어 설명하는 건축가 부부의 생각이 참신하다. 전 세계 13개 국가, 21개 도시를 소개하는데, 터키 이스탄불의 하기아 소피아 성당, 중국 후난성의 미로집 장구잉촌, 터키 코니아의 카라반 사라이와 같은 몇 개의 건축물을 제외하고는 주로 현대 건축물을 다루고 있어 현대 건축물의 경향을 느낄 수 있다.

역사와 엮은 터키 코니아의 '카라반 사라이'는 흥미롭다. 터키에는 과거 실크로드를 따라 낙타를 타고 가던 대상들이 쉬는 휴게소인 '카라반사라이'들이 남아 있는데, 저자는 패키지 여행 중 휴게소에서 잠깐 본 것을 돌아와 확인하는데, 그 이름이 '술탄 한'이며, 13세기 셀주크튀르크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터키에서 가장 큰 것이었다. 짧은 시간에 본 건물이지만, 다른 여행객들은 제대로 보기나 했을까 싶다. 흰색의 아치 건물과 이슬람교 기도실인 모스크가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실크로드는 중국에서 서쪽으로 로마까지 이어지는 비단길인데, 터키는 육상실크로드의 종착점이자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는 해상실크로드의 출발점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실크로드를 따라 사막을 가로질러 긴 장정에서 보이는 건축물을 통해 과거 대상의 이동경로를 체험해보는 것도 즐거움이겠다.

무엇보다 가까운 일본의 나오시마섬은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버려진 섬에서 예술의 섬으로 거듭난 일본 가가와현의 나오시마섬은 건축, 조각, 예술 작품이 모인 곳이다. 터미널은 2010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세지마 가즈요의 작품이고, 이 곳이 고향인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작품을 볼 수 있으며, 그 유명한 안도 다다오가 20년이상 관여하고 있는 체류형 미술관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과 땅속 미술관 '지추 미술관', '이우환 미술관'까지 볼 수 있고, 작업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 섬에 대해 더 알아보니 인천공항에서 다카마쓰까지 직항이 있고, 배타고 나오시마섬으로 가서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기에 좋다고 한다. 이 섬에서 숙박을 하며 미술관과 박물관을 여유롭게 둘러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미래의 도시인 미국 서니베일에 있는 구글 사옥, 멘로파크의 페이스북 사옥, 도너츠모양의 애플 사옥은 모두 어마어마한 규모는 물론 독특한 건물로 미래산업과 미래 건축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흥미롭다. 세계적인 4차산업 기업답게 독창적이면서도 사람을 위하는 건축철학이 부럽다.

도시를 방문하기 전에 그 도시의 역사와 예술작품, 유적지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공부하고 가지만, 건축물에 대해서는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건축가들의 인문학과 건축물에 대한 설명이 그득한 이 책을 통해 도시여행에서 관심두어야할 관점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사진도 많고 글도 재미있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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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쓰기 - 삶의 의미화 에세이 작법, 개정 증보판 세상 모든 글쓰기 (알에이치코리아 )
이정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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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수필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인생에 대한 경험치가 축적된 작가가 일상에서 맞닥드리는 사물이나 현상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장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일정한 형식없이 자유롭게 쓰면 되는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정한 형식을 갖추어야한다고 한다. 이론과 실제를 배워보자.

책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수필 입문자를 위한 기본 지식, 2장 좋은 수필의 6가지 조건, 3장 수필, 어떻게 써야할까? 친절하게도 목차에 소제목의 내용을 한 줄 요약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미리 알고 읽을 수 있다.

수필에 대한 기본지식을 상당히 공들여 설명하고 있다. 수필의 정의와 다양한 종류의 수필을 소개하면서, 저자의 작품과 다른 수필가의 작품을 실어 놓아서 독자가 이론과 실재를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양한 수필의 종류 중에서 시비와 선악을 가리는 '비평수필'은 옳고 그름을 직설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그 판단과 감정을 독자가 느끼도록 쓴다고 설명하며 박문하의 <어떤 왕진>(1961)을 제시한다. 짧은 이 수필로 '비평수필'이 무엇인지 금방 이해할 수 있다. 돈 없는 사람은 수의사에게, 돈 많은 집 개는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부조리한 상황을 저자는 절제된 비유로 끝을 맺어 긴 여운을 남긴다. 그러나, 독자는 이미 화가 치밀어 오르는 마음을 잠시 진정시켜야할 정도다. 일상의 평범한 이야기로 시작해 말미에 이르러 주제가 클라이맥스로 오르는 상황에서 저자보다 독자가 더 그 상황 속에 몰입되어 판단하게 된다.

좋은 수필의 조건은 의외로 엄격하다. 언어는 품위가 있어야 하고, 문장은 꾸밈이 화려하지 않은 간결하고, 소박하고, 평이해야 하며, 감정을 원색적으로 드러내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허구인 소설과는 다르게 수필에는 작가의 품격과 인격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표현에 있어서는 자유롭게 다양한 비유법과 강조법, 변화법을 사용하여 작가의 생각을 독자에게 직설적이지 않게 전달하면 된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일상 속에서 수필의 소재를 찾아 내 철학과 사상을 어떻게 연결해 내느냐는 것이다. 서정숙의 <풍경과 바람>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을 소재로 엄마의 바람에 흔들리는 일생을 연결하는 것은 쉬워보이지 않는다. 훈련이 필요하겠다. 좋은 수필을 많이 읽고 따라해 보고 늘 일상을 예사로이 봐서는 이러한 작품이 나오기 힘들겠다.

아무래도 가장 궁금했던 수필 쓰는 방법에 대한 설명에서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개인적으로 수필이라는 장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귀납적 서술방식'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앞에 구체적 소재를 나열하고 말미에 가서 주제를 암시하는 '귀납적 방식'은 결론부터 말하고 이유나 근거를 대는 '연역적 방식'의 글에 익숙한 나로서는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주제가 말미에 폭발하듯 드러나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참고' 읽어야하는 것에 익숙치 않았다. 수필을 읽을 때 여유있는 마음이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은 절제되고 단정한 느낌이다. 저자가 수필을 쓰듯 그렇게 수필에 대한 설명과 수필 쓰는 방법을 설명할 때도 절제와 단정하게 쓴 것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좋은 수필집들을 곳곳에서 소개하고 있어서 수필을 차근히 읽어보려 계획한다. 수필에 대해 궁금한 사람과 쓰는 법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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