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쓰기 - 삶의 의미화 에세이 작법, 개정 증보판 세상 모든 글쓰기 (알에이치코리아 )
이정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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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인생에 대한 경험치가 축적된 작가가 일상에서 맞닥드리는 사물이나 현상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장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일정한 형식없이 자유롭게 쓰면 되는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정한 형식을 갖추어야한다고 한다. 이론과 실제를 배워보자.

책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수필 입문자를 위한 기본 지식, 2장 좋은 수필의 6가지 조건, 3장 수필, 어떻게 써야할까? 친절하게도 목차에 소제목의 내용을 한 줄 요약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미리 알고 읽을 수 있다.

수필에 대한 기본지식을 상당히 공들여 설명하고 있다. 수필의 정의와 다양한 종류의 수필을 소개하면서, 저자의 작품과 다른 수필가의 작품을 실어 놓아서 독자가 이론과 실재를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양한 수필의 종류 중에서 시비와 선악을 가리는 '비평수필'은 옳고 그름을 직설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그 판단과 감정을 독자가 느끼도록 쓴다고 설명하며 박문하의 <어떤 왕진>(1961)을 제시한다. 짧은 이 수필로 '비평수필'이 무엇인지 금방 이해할 수 있다. 돈 없는 사람은 수의사에게, 돈 많은 집 개는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부조리한 상황을 저자는 절제된 비유로 끝을 맺어 긴 여운을 남긴다. 그러나, 독자는 이미 화가 치밀어 오르는 마음을 잠시 진정시켜야할 정도다. 일상의 평범한 이야기로 시작해 말미에 이르러 주제가 클라이맥스로 오르는 상황에서 저자보다 독자가 더 그 상황 속에 몰입되어 판단하게 된다.

좋은 수필의 조건은 의외로 엄격하다. 언어는 품위가 있어야 하고, 문장은 꾸밈이 화려하지 않은 간결하고, 소박하고, 평이해야 하며, 감정을 원색적으로 드러내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허구인 소설과는 다르게 수필에는 작가의 품격과 인격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표현에 있어서는 자유롭게 다양한 비유법과 강조법, 변화법을 사용하여 작가의 생각을 독자에게 직설적이지 않게 전달하면 된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일상 속에서 수필의 소재를 찾아 내 철학과 사상을 어떻게 연결해 내느냐는 것이다. 서정숙의 <풍경과 바람>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을 소재로 엄마의 바람에 흔들리는 일생을 연결하는 것은 쉬워보이지 않는다. 훈련이 필요하겠다. 좋은 수필을 많이 읽고 따라해 보고 늘 일상을 예사로이 봐서는 이러한 작품이 나오기 힘들겠다.

아무래도 가장 궁금했던 수필 쓰는 방법에 대한 설명에서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개인적으로 수필이라는 장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귀납적 서술방식'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앞에 구체적 소재를 나열하고 말미에 가서 주제를 암시하는 '귀납적 방식'은 결론부터 말하고 이유나 근거를 대는 '연역적 방식'의 글에 익숙한 나로서는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주제가 말미에 폭발하듯 드러나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참고' 읽어야하는 것에 익숙치 않았다. 수필을 읽을 때 여유있는 마음이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은 절제되고 단정한 느낌이다. 저자가 수필을 쓰듯 그렇게 수필에 대한 설명과 수필 쓰는 방법을 설명할 때도 절제와 단정하게 쓴 것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좋은 수필집들을 곳곳에서 소개하고 있어서 수필을 차근히 읽어보려 계획한다. 수필에 대해 궁금한 사람과 쓰는 법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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