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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인문학 - 도시를 둘러싼 역사 · 예술 · 미래의 풍경
노은주.임형남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의 도시뿐 아니라 해외의 도시를 걷는다는 것은 묘한 긴장감과 함께 떨림을 준다.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과 작은 샛길이라도 발견하면 반가워 큰 웃음을 웃게 된다. 새로운 곳을 알고 싶고 가고 싶지만 현재의 코로나 시국에서는 실천할 수 없는 일이니, 건축가 부부가 여러군데 돌아본 도시를 통해 가슴떨림을 간접으로 느껴보자.
책은 3장으로 되어 있다. 도시를 둘러싼 역사, 예술, 미래에 대해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먼저 나누고, 건축물과 연결지어 풀어 나간다. 영화나 음악, 고전, 미술, 여행과 같은 이야기를 건축과 연결지어 설명하는 건축가 부부의 생각이 참신하다. 전 세계 13개 국가, 21개 도시를 소개하는데, 터키 이스탄불의 하기아 소피아 성당, 중국 후난성의 미로집 장구잉촌, 터키 코니아의 카라반 사라이와 같은 몇 개의 건축물을 제외하고는 주로 현대 건축물을 다루고 있어 현대 건축물의 경향을 느낄 수 있다.
역사와 엮은 터키 코니아의 '카라반 사라이'는 흥미롭다. 터키에는 과거 실크로드를 따라 낙타를 타고 가던 대상들이 쉬는 휴게소인 '카라반사라이'들이 남아 있는데, 저자는 패키지 여행 중 휴게소에서 잠깐 본 것을 돌아와 확인하는데, 그 이름이 '술탄 한'이며, 13세기 셀주크튀르크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터키에서 가장 큰 것이었다. 짧은 시간에 본 건물이지만, 다른 여행객들은 제대로 보기나 했을까 싶다. 흰색의 아치 건물과 이슬람교 기도실인 모스크가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실크로드는 중국에서 서쪽으로 로마까지 이어지는 비단길인데, 터키는 육상실크로드의 종착점이자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는 해상실크로드의 출발점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실크로드를 따라 사막을 가로질러 긴 장정에서 보이는 건축물을 통해 과거 대상의 이동경로를 체험해보는 것도 즐거움이겠다.
무엇보다 가까운 일본의 나오시마섬은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버려진 섬에서 예술의 섬으로 거듭난 일본 가가와현의 나오시마섬은 건축, 조각, 예술 작품이 모인 곳이다. 터미널은 2010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세지마 가즈요의 작품이고, 이 곳이 고향인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작품을 볼 수 있으며, 그 유명한 안도 다다오가 20년이상 관여하고 있는 체류형 미술관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과 땅속 미술관 '지추 미술관', '이우환 미술관'까지 볼 수 있고, 작업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 섬에 대해 더 알아보니 인천공항에서 다카마쓰까지 직항이 있고, 배타고 나오시마섬으로 가서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기에 좋다고 한다. 이 섬에서 숙박을 하며 미술관과 박물관을 여유롭게 둘러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미래의 도시인 미국 서니베일에 있는 구글 사옥, 멘로파크의 페이스북 사옥, 도너츠모양의 애플 사옥은 모두 어마어마한 규모는 물론 독특한 건물로 미래산업과 미래 건축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흥미롭다. 세계적인 4차산업 기업답게 독창적이면서도 사람을 위하는 건축철학이 부럽다.
도시를 방문하기 전에 그 도시의 역사와 예술작품, 유적지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공부하고 가지만, 건축물에 대해서는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건축가들의 인문학과 건축물에 대한 설명이 그득한 이 책을 통해 도시여행에서 관심두어야할 관점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사진도 많고 글도 재미있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