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욘드 사피엔스 - 인공지능, 초지능 인간이 온다
김수형.AI 강국 보고서 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평점 :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 중 한 에피소드를 보면, 임신한 아내가 사고로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다 남편이 인터넷에 남긴 모든 흔적을 딥러닝한 AI를 인간의 형상으로 만든 남편을 구매한다. 목소리며 사고방식과 유머까지 남편과 아주 유사한 그 유사인간 덕분에 아내의 우울증은 잠시 사라졌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유사인간이 원래 남편을 흉내낼 뿐이라는 한계를 느낀다. 이 영국드라마는 AI가 인간을 대신할 수도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그리고 인간이 이 AI에 많이 의존하게 될 것임을 얘기한다. 현재의 AI에 대한 연구는 어디쯤 와 있으며 미래에 무엇을 대비해야할까?
책은 '사피엔스'와 '비욘드 사피엔스(AI, 인공지능)'의 2개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1부 사피엔스에서는 현재 물류, 제조, 금융, 의료, 마케팅, 법률 등 다방면에서 시행되고 있는 AI의 활약을 짤막짤막하게 설명하고 해당 기업을 예로 들어준다. 2부 비욘드 사피엔스에서는 AI토피아의 세계를 상상하고, 미래 국가 경쟁력이 AI에 달려 있음을 강조한다.
현재 AI에서 앞서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다. 특히 중국정부가 2020년 3월 '신기건 정책'을 선언하며, AI와 IT분야에 5,900조(우리나라 디지털 뉴딜 예산의 100배에 달한다)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은 놀랄 일이다. 이미 중국은 2019년 AI분야에서만 45만 건의 엄청난 양의 특허를 취득하였고, 논문의 수도 압도적으로 많이 냈으며, 2017년부터 2030년까지 미국을 넘어 세계 AI혁신 중심국가가 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코로나를 통제하기 위해 안면인식술을 사용하였다는 뉴스가 중국의 앞선 AI기술발전을 보여주는 일례이다.
AI가 현재 우리가 하는 일에 결합되는 순간, 속도는 빨라지고, 규모는 커지고, 정확도가 높아진다. 인간보다 더 우수한 AI에게 일을 내주면, 그 자리에 있던 인간은 어떠한 일을 해야할까? 아마존이 그답을 알려준다. 아마존은 물류에 이용되는 키바(Kiva)가 사람을 대신해서 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던 직원들에게 8천억을 들여 IT분야 교육을 시켜주고, 업무 재배치를 계획 중이다. 이러한 기업의 노력만 있다면, AI의 출현이 두렵기만 한 것은 아닐텐데, 어느 정도의 기업이 이렇게 대응할지는 의문이다.
이 책에서 그리는 미래의 AI토피아는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연상시킨다. 공장의 불량률은 제로에 가깝고, 풍년과 흉년이 없어 농가들의 가격폭등과 폭락으로 인한 고민도 없어지고, 자율주행차가 다니며, 집안일은 모두 AI집사가 알아서 해주며, 아파서 병원을 가기보다 미리 예방해주므로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완벽해 보이는 미래도 AI를 통제할 법과 AI를 조종하는 사람들의 윤리적 기준을 엄격히 제한하지 않으면 위험에 처하게 된다. 나아가 예상치 못한 AI의 반란도 두려움으로 남는다.
AI가 국가경쟁력이 되는 미래를 위해 저자들은 정부차원에서 AI와 데이터 관련 업무를 통합해 '지능데이터부'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앞으로 AI가 산업은 물론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고 이를 전체로 통솔할 컨트롤 타워의 기능을 할 정부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AI 산업에 필요한 인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인재유출이 심하게 일어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라는 사실이 놀랍다. 정부나 기업은 AI 관련 인재들을 오래 머물도록 할 방안을 모색해야할 것이다. 2018년에서 2022년까지 AI관련 인력이 1만명이나 부족하다고 하니, 자녀의 장래 직업으로 고려해봐도 좋겠다.
MBN의 AI강국보고서 팀이 만든 이 책은 요지만 간단히 설명하고 있어 읽기도 쉽고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 좋다. 현재와 미래의 인공지능관련 산업에 관심이 있거나 투자공부를 하고 있다면 일독해야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