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도시적인 삶 - 무지개떡 건축 탐사 프로젝트
황두진 글.사진 / 반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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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떡 건축이라는 말이 낯설다. 수직적인 건축 공간 안에 일하고 거주하는 공간을 함께 두자는 건축형식이라고 한다. 무지개 떡처럼 층층이 다른 색을 가진 것처럼 다른 기능을 가진 층을 한 건물에 두는 것을 말한다. 주상복합이나 상가아파트라는 말이 유사하다. 저자가 말하는 가장 도시적인 삶이란 왕복 2시간 걸려 직장에 가고 다시 집에 와서 쉬는 삶보다, 아래층에서 일하고 윗층으로 쉬러 올라가는 구조가 더 합리적이지 않겠냐는 것인데, 꽤 설득력있다. 과거 무지개떡 건축(직주근접) 형식으로 지어진 건물을 찾아 속속들이 그 구조와 외관, 거리와의 관계맺기 등을 살펴본다.

건축에 대한 개념을 알지 못해도 친절한 저자의 설명에 따라 읽으면 이해가 되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무지개떡 건축을 세 가지로 나누어 고찰한다. 2층 한옥상가와 같은 단독형, 타워팰리스처럼 단지 결합형, 세운상가, 낙원상가, 유진상가와 같이 시장결합형 무지개 떡 건축이다. 그리고 마지막 편에서는 해외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무지개떡 건축을 살펴본다. 

상가아파트는 개화기에 등장한 2층한옥부터 시작되지만 본격적 것은 1930년대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인 충정아파트부터 시작한다. 당시는 최고급의 현대적 아파트였겠지만, 사진상으로 보았을 때 관리가 소홀하여 미관상 재개발되어야할 건물처럼 보인다. 충정아파트처럼 도로와 면해있는 상가 아파트들이 충정로를 포함한 서대문 일대와 홍제동, 용산에 몰려 있다. 단지결합형 아파트는 1970년대 들어선 고은 아파트, 연화아파트, 홍파아파트, 반포주공노선상가 아파트와 타워팰리스에 이른다. 시장결합형은 대표적은로 세운상가와 낙원빌딩이 있는데 50년정도 된 건물이라 낡고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의견이 팽배해 재개발을 추진하려다가 리모델링하는 것으로 유지하기로 결정되었단다. 시드니의 상가주택으로 놀랍게도 오페라하우스주변의 아파트들이다. 관광객과 거주인들과 상인들이 복작거리며 시끄러울텐데 설계상으로 잘 극복한 모습이 신기하다. 

저자가 사라져 가는 아파트를 찾아 자료를 검색하고, 소설이나 영화의 배경에서 디테일을 찾아보고, 발로 뛰어 건물을 찾아 사진을 찍고 입주자들을 만나 증언을 듣고 인터뷰한 내용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이 책이 역사적 자료로 남을 가치가 있어 보이는 증거이다.  또한 읽다보면 답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저자가 그 마음을 헤아렸는지 부록으로 답사 코스를 짜주고 있다. 종로, 충정로, 홍제, 용산의 4코스를 찾아 읽은 내용을 확인해보는 즐거움을 가져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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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시집 - 오감도와 날개 그리고 권태 윤동주가 사랑한 시인
이상 지음 / 스타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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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대학 다닐 때 혜화동에 '오감도'라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외관도 제법 훌륭하고 양식을 파는 레스토랑으로 격식이 있는 식당이었다. 그 때 이상의 시 '오감도'와 소설 '날개'를 읽었으니 아주 오래 전 일이다. 아주 짧게 살다간 이상의 작품을 한 곳에 모았다는 것 만으로 이 책이 특별하다.

이상은 1910년에 태어나 1937년에 돌아가셨으니 27년을 살다간 것이다. 그 것도 23살에 폐결핵에 걸려 회복되지 않은 채 계속 고생스럽게 살다 간 것 같다. 그림도 잘 그리고, 건축설계도 하고, 문학작품도 쓰는 팔방미인형 천재이다. 일제 강점기에 학교에 다녀서인지 일본어처럼 띄어쓰기를 하지 않은 그의 시는 한번 읽었다가 다시 돌아가 다시 끊어 읽으면 좀 다른 뜻으로 읽혀지기도 한다. 건축설계와 관계된 조감도나 건축무한육면각체와 같은 제목은 시의 제목으로 낯설지만 의미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책의 구성은 1부 미발표 유고 시들, 13인의 아해가~로 시작되는 오감도 제1호를 비롯한 15호까지, 조감도, 무제, 이상한 가역반응이 있고, 2부는 역단, 삼차각설계도, 위독, 영화로도 만들어진 건축무한육면각체, 기타 시들을 수록했다. 3부는 유명한 소설 '날개'와 수필 '권태'가 있다. 

병적인 지식인의 모습이 이상의 시와 소설, 수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의 시는 발표 당시에도 난해하기로 유명했지만 세월이 지나 지금 읽으면, 잘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말부터 한자어, 영어, 불어, 숫자, 기호가 마구 들어 있어서 여러번 읽어도 그런가보다 정도의 이해를 할 수 있다. 해설이나 각주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날개'는 하루종일 방에서 소일하다가 아내가 준 돈으로 외출하게 되면서 겨드랑이의 날개를 느끼며 비약해 보자는 병약한 나에 대한 이야기다. 아내는 내객을 받아 생긴 돈으로 생계를 꾸며 간다. 도시의 빡빡한 방으로 가득찬 집의 구조가 인상적이다. 반면 '권태'는 시골에서 하루를 보내는 나의 권태로운 관찰을 쓰고 있다. 

이상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권 소장해두고 꺼내 읽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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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인도 읽는 우주여행 가이드북
닐 코민스 지음, 박아람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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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희한한 책도 다 있다. 아직 우주 탐사선과 국제우주정거장이 존재할 뿐일 텐데 일반인이 우주여행을 갈 수 있단 말인가? 간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가서 무엇을 보며, 돌아와서 어떻게 재적응해야할까?란 의문에 답을 줄 책이다. 우주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는 일반인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일단 여행이니까.

저자는 천체물리학과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NASA의 특별연구원으로 은하의 진화에 대해 연구하는 과학자이다. 일반 대중을 위한 강연과 책도 써서인지 이 책도 쉽지 않은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그런데로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썼다.   

우선, 우주에서 인간이 여행을 갈 수 있는 범위는 그리 넓지 못하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이기도 하거니와 경로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 곳은 소행성군(아모르군, 아폴로군, 아텐군...)과 혜성, 지구의 위성인 달과 화성의 두 위성과 화성이다. 화성을 가려면 편도로 5~10개월 걸린다고 한다.

우주여행의 종류는 7가지가 있다. 가장 짧게 다녀 올 수 있는 준궤도 여행은 30분~2시간 정도 걸리는데 지구를 한 바퀴 돌며 무중량체험을 하고 내려오는 여행이다. 우주정거장 여행은 편도 3일~1주일 걸리고, 달 여행은 현재 문제점이 있는데, 장비를 계속 버리고 도달해야하므로 비효율적이므로 재사용할 방법을 찾아야할 것이다. 소행성과 혜성 여행, 트로이 소행성 여행은 몇 달에서 1년이 걸린다. 화성과 화성의 두 위성(포보스, 데이모스) 여행은 착륙과 이륙이 어려우므로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우주여행을 위해 가기 전 시뮬레이션을 통한 훈련이 필요한데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여행을 할 수 없고 통과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통과했더라도 우주여행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정신적으로 고립적이기 보다 다른 사람과 잘 어울려야 우울증에 빠지지 않을 수 있고, 신체적으로 극심한 가속도와 감속도를 견뎌야하고, 멀미와 지속되는 소음으로 인한 불면과, 칼슘소실로 인한 골다공증과 충치발생의 우려가 있고, 근육손실로 인한 허약함으로 자세도 구부정해진다. 거리감과 균형감각을 잃게되고, 좁은 공간에서 생활해야하므로 폐소공포와 타인의 작은 습관과 냄새도 스트레스 원인이 된다. 또한, 우주에서 발생하는 방사선, 운석의 충돌, 빛,  DNA를 손상시킬수도 있는 자외선, X선, 감마선과 같은 전자기 복사도 있다. 상당히 두렵다. 이러한 요인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 또한 대단하다. 과학이 발달해서 장비가 좋아진다면 우주선과 우주복의 개선으로 이러한 불안요소들이 해소된다면 그 때 가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우주세계에 발을 딛어 보고, 우주에서 유영도 즐기며, 달의 분화구에서 스노우 보드 같은 스포츠도 즐기고, 기이한 지형을 사진도 찍고, 화성에 서서 녹슨 주황색 하늘을 지켜보는 것은 감동적인 경험일 것 같다. 물론 지구로 돌아와서 다시 중력을 느끼며 우주에 적응했던 몸과 마음을 다스려야하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말이다. 우주여행자와 가장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남극대륙이나 잠수함을 오래 탄 사람들이라고 한다. 

우주에 대해 아주 새로운 것들을 많이 접하게 되어 읽는 내내 즐거웠다. 우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를 줄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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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어사전 - 소소한 행복을 살피는 당신을 위한 66개의 일상어 사전
김상득 지음 / 오픈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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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늘 행복할 수만은 없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사는게 너무 바빠서 그럴 여유조차 없다면 작은 행복과 유머로 가득 찬 이 수필집을 권해본다. 

저자에 관한 소개가 많지 않아서 책 속에서 묘사된 저자를 정리하자면 저자는 대머리의 각진 얼굴을 한 중년의 남자이다. 천식으로 마스크를 쓰는 마스크 친화적인 외모를 갖고 있다. 경상도에서 태어나 자라고 독신주의자였으나, 결혼 해 아들이 둘이다. 결혼정보회사에 다니면서 에세이와 칼럼을 쓰고 있다. 저자의 주변 인물로는 무엇이든 다 아는 '안다'형과 아내 그리고 아주 가끔 아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다른 사람을 웃기고 싶은 욕망이 깊은 사람이다. 하지만 책 속에서 아내와 문학 작품의 구절을 인용하는 대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책 제목이 사전이니 만큼 단어를 제목으로 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간 후에 그 뜻을 마지막에 정리한다. 글쓰기가 어렵다고 쓰고 있지만 첫 문장부터 독자의 마음을 한 눈에 사로잡아 두 번째, 세 번째, 마지막 문장까지 읽게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관찰과 성찰, 소소한 일화들이 아주 재미있다. 처음에 미소를 짓게 하는 웃음으로 읽기 시작해서, 중간에 의미 심장한 통찰력 담긴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 두 세줄은 역시 '푸흡'하고 웃게 하는 책이다. 

저자가 정의하는 행복어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맛이란 먹지 않은 음식에 있다. 짜장면을 먹으면 짬뽕이 그립고, 짬뽕을 먹으면 짜장이 그립기 때문에 맛있는 것이다. 짬짜면이 맛이 없는 것은 이런 그리움이 없기 때문이란다. 어릴 때는 약간 말을 더듬는 말더듬이였지만, 지금은 문자로 소통하는 시대의 손더듬이라고 자칭한다. 추억은 옛날이 되어버린 오늘이며, 친구는 자꾸 사라지는 사람들이고, 프로포즈는 이미 수락된 청혼이란다.

마지막 편까지 어느 하나 소홀하다는 느낌이 없는 꽉 찬 글이다. 읽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행복해지는 느낌이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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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 90%는 간 때문이다 - 최고(最古)의 한의학서『황제내경』에서 찾은 간 건강법
우중차오 지음, 이은정 옮김, 선재광 감수 / 다온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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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장기라고 불리는 간은 문제가 생길 때까지 전혀 아프거나 이상증상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스스로 재생하는 기능이 있어서 간의 일부 잘랐다 하더라도 움직이고, 다시 원래의 크기로 재생되기도 한단다. 이러한 간이 거의 모든 병의 원인이라는 제목이 흥미롭다.


중국의 국가급 명의라는 저자는 가장 오래된 한의학서인 '황제내경'을 근거로 이 책을 썼다. 간에 대해 설명해 주는 1장이 가장 흥미로웠고 계절별 간 건강법, 간에 좋은 음식, 경혈, 운동법, 생활습관, 이상징후와 개선법에 대해 설명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한의학과 유사한 부분이 많아서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중간중간 서양의학에서 불리는 이름과 증상을 첨언하여서 이해를 돕기도 했다.


우선 간은 소설(소통과 배설)기능과 혈을 저장하는 장혈기능을 한다. 서양의학은 해독과 배설 작용이라고 부른다. 인간이 활동하고 있을 때에 피는 심장을 통해 몸 전체로 공급되지만, 잠을 자거나 쉬고 있을 때는 혈액양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간으로 들어와 저장된다고 한다. 그래서 간은 체중의 2%를 차지하는 상당히 큰 내장 기관이다. 소통은 소화와 생식을 의미하며, 배설은 독이나 노폐물을 몸에 쌓아 두지 않고 몸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간은 신체 여러 기관과 연관되어 있는데, 간담상조(간과 쓸개는 서로 돕는다), 간신동원(신장과 근원이 같다), 간화범폐(간화가 크면 폐를 가린다), 근육을 주관하고, 정서와 심리를 통제하며, 화를 주관하고, 눈은 간의 상태를 나타내며, 손발톱의 이상은 간혈이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다른 기관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보니 병의 90%는 간이 문제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간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상적인 것 몇 개를 소개하자면, 아침 공복이나 취침전 공복에 꿀물을 한 잔 씩 마시면 간을 보호해서 수명이 길어진다고 한다. 또한, 머리빗기를 하루 3번 매회 100번씩 나무빗이나 손가락으로 해주어도 간기능이 좋아진다고 한다. 화학약품 범벅인 염색은 3개월 간격으로 해야하고, 손톱은 흡수를 잘하므로 네일케어도 바람직하지 않단다. 혈액이 부족해서 눈꺼풀 떨림이나 근육경련이 있을 때는 오축(소,개,양,돼지,달)의 간을 먹으면 좋다. 생리통, 생리불순에 삼음교혈을 눌러주면 좋다.


중국의 한의학이 현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이 엿보이는 책이다. 서양의학도 염두에 두고 있고, 구하기 힘든 약재 대신 일상의 식단을 제시하고, 경혈도 간단한 그림으로 보여 주고 있어서 참고가 많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증상이 있을 때에는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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