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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
나무 외 지음 / 세나북스 / 2017년 12월
평점 :
알고 지내던 일본계 미국 아줌마가 자기는 아이가 대학에 가고 나면 일본 소도시에서 살 계획이라고 포부를 알려 줬었다. 남편과 늦게 결혼한데다가 아이도 늦게 가졌고 해외에 돌아다니며 살았기 때문에 부부가 정착해 살고 싶은 곳을 정하는데 공을 들였다고 했다. 나이가 많아 자주 아플 것을 우려해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취미인 옷 만들기 위한 시설이 옆에 있어야 하고, 너무 번잡하지 않은 곳이어야 한다고 소개했었다. 일본에서 여생을 살면 어떨까? 궁금했었는데 이 책에 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구성은 4장으로 되어 있다. 일본에서 공부하며 일하며 사는 이야기, 사랑하며 사는 이야기, 일본에서의 생활, 그 외의 이야기다. 짤막한 에세이로 20개가 실려있는데, 저마다 다른 이유로 일본에 가고, 어느 정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으며 일본에 정착하고, 다시 돌아와 현재 무엇을 하며 사는지 혹은 아직도 일본에서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유명인들의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잔잔하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글쓴이들이 일본에 가게 된 동기는 서로 다르다. 뭔가 한국에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 생활의 권태 때문에, 직장에서 끊임없이 소모되기만 하고 채워지지 않는 고단함때문에, 1년 정도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을 경험해보기 위해, 혹은 일본인과 결혼했기 때문에 등 다양하다. 글쓴이들은 일본이 우리와 비슷한 듯 다르다고 한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지나쳐서 자신의 행동을 조심하고 주변환경을 살피다 보니 그게 지나쳐서 소극적인 성향에 있다고 하는 반면, 타인에게 무관심하기 때문에 담배를 피며 아이에게 햄버거를 먹이는 아기 엄마를 어느 누구도 질책의 눈으로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사는 곳이 어디든 자기 자신에게 새로운 도전을 주고, 시험해보고, 새로운 방향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인상적이다. 또한 일본에 대해 우리가 갖는 괜한 편견과 거리감을 어느 정도 허물고 따스하게 바라보는 관점이라, 읽고 나면 일본이 좋아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