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섬산 20 - 감성과 정보를 한 권에 담은
신준범 지음, 주민욱 사진 / 조선뉴스프레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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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섬에 있는 산을 오를 때는 바다를 느낄 수 있어 특별하다. 녹음이 짙고 나무가 빽빽한 여름에는 바다의 내음을 느끼다가, 산 정산에 이르러 확 트인 바다를 보는 시원함이 있다. 여름을 제외한 계절에는 바다를 보면서 산을 오르면 육지와는 다른 풍경의 즐거움이 있다. 아름다운 해변가를 만나는 것은 덤이다.

책은 20개의 인천 섬산을 소개한다. 구성은 섬 이름을 따라 가나다순으로 배치했지만, 섬의 특성에 따라 차로 갈 수 있는 섬, 북한조망이 가능한 섬, 모래해변이 아름다운 섬, 백패킹을 위한 섬, 산행이 즐거운 섬으로 나누었다. 또한, 숙박여부에 따라 당일치기, 1박2일, 2박3일 섬, 여행사를 이용하면 좋을 섬으로 제시해서 일정을 짜기에 편리하도록 하였다.

각 장마다 첫 장에는 교통편은 물론, 산의 높이와 매력, 주의사항, 산행 난이도를 별점으로 표시하여 한 눈에 섬을 파악하도록 했다. 각 장의 뒷편에는 일정 설명과 등산지도는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 매우 유익한 정보이다.

저자는 월간 산의 취재팀장으로 등산기자라는 독특한 직함과 종주 내역이 인상적이다. 사진기자들의 이력 또한 전문 산악인 수준이다.

세 명의 사진기자가 촬영한 사진이 인상적인데, 사진만 보아도 섬의 분위기를 바로 알수 있다. 갓파른 돌산인지, 완만하게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는 산인지, 모래사장을 밟으며 걸을 수 있는 산인지, 데크가 잘 갖춰져 있는 산인지,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산인지, 산보다 해안의 풍경이 더 아름다운지, 인적드문 산인지를 보여준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섬산의 공통점은 바다에 둘러싸인 풍경으로 어느 계절이든 푸르다.

사진을 먼저 훑어보면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굴업도의 첫장 사진이다. 가을 억새가 빼곡한 길을 세 명의 백패커가 걸어가는 풍경이 가슴 설렌다. <폭풍의 언덕>을 떠올리게 하는 '개머리언덕'은 바람과 바다향기와 풀냄새가 황량하면서 아름답다고 표현하는데 꽤나 문학적이어서 한 번 가보고 싶어진다. 등산지도를 보니 동서로 길어서 서쪽 끝에 백패킹 명소인 개머리언덕이 있고, 동북쪽 끝에 연평산과 덕물산이 있다. 덕물산은 높이가 137m밖에 안되지만, 가파른 흙길과 바윗길을 올라야해서 산행 난이도가 별2개이다. 인천항에서 70km 떨어진 굴업도는 배를 타고 3시간 혹은 4시간을 가야하는 이 섬이 한때 핵폐기장이 될 뻔했다거나, 대기업의 골프장과 리조트가 세워질 뻔 했으나 무산되어서 현재의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에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사진만으로도 아름다운데 직접 대면하면 어떠할지 두근거린다.

차로 갈 수 있는 섬 중에 무의도는 서울에서 접근하기가 비교적 쉽겠다. 2019년에 영종도와 무의도 사이에 무의대교가 생기면서,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버스로 20분이면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에 도착한다. 무의도는 '춤추는 옷 섬'이라는 뜻인데, 안개 낀 날 배에서 보면 아름다운 춤사위인 듯하다하여 붙여졌다. 호룡곡산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산이 있고, 북파공작원 훈련장소인 실미도, 산책하기 좋은 소무의도, 모래해변과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도록 한 데크길로 유명한 하나개해변, 백패킹 성지인 세렝게티까지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다. 하산하고나서 영종도 을왕리해수욕장에서 회를 먹거나 카페에서 즐길 수도 있겠다.

여행사를 이용하면 좋을 세 개의 섬은 인천항에서 100km 떨어져 2시간 배를 타야하는 연평도, 200km 떨어져 4시간 정도 배를 타야하는 백령도와 대청도이다. 연평도와 백령도는 걸어서 둘러보기에 넓고, 출입통제구역이 많아 차량으로 둘러보는 것이 효율적이다. 대청도역시 걸어서 둘러보기 어렵다. 여행사를 통하면, 배편, 숙소, 식당 예약과 차량이동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조언은 실속있다.

이 책은 처음부터 차례로 읽어도 좋지만, 먼저 사진을 훑어본 다음 마음에 드는 섬산을 자세히 읽어보는 것도 좋고, 테마별로 추천하는 섬산에서 마음에 드는 곳을 찍어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각 장마다 맨 뒤에 배치한 등산지도를 함께 보며 본문을 읽으면, 저자가 이 섬의 어디를 설명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인천에 있는 섬산 20개를 모은 것도 참신한 시도인데다가 섬과 산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의외로 육지와 연결된 섬이 많아 진입 장벽이 어렵지 않지만, 가끔은 배를 타고 두세시간 달려 도착한 곳의 산을 올라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겠다.

섬산을 설명하는 저자의 설명이 구태의연하지 않다. 문학적인 표현뿐 아니라 지면에 좁은데도 중요한 정보를 다 배치하고 설명한다. 각 섬산에 찍힌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의 이야기도 전해주는 식이 독특하다. 무엇보다 섬산을 방문할 사람들에게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주민들이 잠든 밤에 시끄럽지 않도록 당부하는 말을 앞에 배치하여서 저자가 섬산을 아끼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글과 사진이 상당한 수준인데다 내용도 알차게 잘 만든 책이다. 곁에 두고 섬산 여행에 참고할 필수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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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4
존 스타인벡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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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존 스타인벡(1902-1968)은 미국의 사실주의 작가이다. 1920년 스탠퍼드대학교 영문과에 입학했으나 생활고로 중퇴하였고, 뉴욕에서 기자를 하다가 그의 기사가 개관적인 사실보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해고된 후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나갔다. 1929년 첫 소설 <황금배>를 시작으로, <생쥐와 인간>(1937)이 연극으로 상연되고 인기를 얻었다. <분노의 포도>(1939)로 퓰리처상을 받으며 사실주의 대표작가로 자리매김한다. 1952년 <에덴의 동쪽>이 영화화 되고, 1961년 <불만의 겨울>을 발표한 후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이 책 <진주>(1947)는 멕시코 민담을 소재로 하였다.

바닷가 마을 움막집에 사는 키노와 후아나에게는 아기 코요티토가 있다. 어느 날 아침 아들이 전갈에 물리자 후아나는 입으로 상처의 독을 빨아내고 치료를 위해 의사를 찾아간다. 의사는 400년간 키노의 종족을 지배했던 종족이다. 키노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한다. 다음 날 크고 아름다운 진주를 발견한 키노는 아이와 가족의 미래를 꿈꾼다. 이웃 사람들도 각자 그 진주가 자신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지 상상한다. 그러나 상황은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추격자들에 의해 아들이 죽자 키노는 돌아와 진주를 바다에 던져버린다.

진주를 팔아 자신과 가족의 꿈을 이루려는 키노와 불행한 일을 가져오는 진주를 제거하려는 아내의 갈등은 키노가 아내를 폭행하는 장면에서 고조된다. 이후 이야기는 아내의 불길한 예감대로 진행되면서 진주를 지키기 위해 키노가 살인을 하고, 도망을 치며 아들까지 잃게 되면서 비극으로 치닫는다. 전갈에 물린 아이를 보고 어쩔 줄 몰라하던 키노보다 곧바로 입으로 독을 빨아 아이를 진정시킨 현명한 아내의 말을 들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돈을 쫓는 사람들의 이중성이 드러난다. 조용한 마을이었지만 노골적으로 키노의 진주를 노리는 침입자나 습격자들이 생겨나고, 사람 대접도 하지 않았던 의사가 태도를 180도 바꾸어 직접 방문하기까지 한다. 최고의 진주임을 알면서도 감정사들이 거짓말을 하며 가격을 후려치는 비열한 모습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키노 자신도 진주에 대한 집착에 눈이 멀어 진주를 돌려놓으려는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만다.

운좋게 발견한 진주가 키노와 가족의 삶을 바꾸어놓았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키노는 한 여름 밤의 꿈에서 깨어난 수준이 아니라 악몽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가장 소중한 아들을 잃었고, 마을 사람들을 의심하게 되었고,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 남편으로 남았다. 진주가 있었던 곳으로 돌아갔듯 키노의 가족도 자신의 집이 있던 곳으로 돌아왔지만 상황은 전혀 달라졌고 과거는 돌이킬 수 없어지고 말았다.

140여 쪽 밖에 되지 않는 짧은 분량인데 주인공들과 함께 고난을 겪은 듯 힘들다. 조용한 가족에게 진주라는 파문이 일며 일파만파로 일이 커지고 상황은 악화일로를 치달으며 비극의 결말을 맺는 게 안타깝다. 묵직한 이야기에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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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찾은 말의 내공 - 5,000년 시간을 뛰어 넘는 인생 고수들의 대화 전략
린이 지음, 송은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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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커뮤니케이션학 박사이다. 중국 팟캐스트에서 고전 속 말과 글에서 대화법의 정수를 소개한 것이 높은 청취율을 기록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이 책은 그 중 50편을 소개한 것이다.

책은 10장의 주제 아래 각 5가지씩 총 50가지의 말하는 법을 설명한다. 1장 말은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끌어들이는 것, 2장 어떻게 해야 말의 내공을 키울 기를 수 있을까, 3장 틈이 있고 유연해야 말이 단단해진다, 4장 상대에 맞춰 다듬어져야 말다운 말이다, 5장 보통의 말로 비범하게 말하는 것이 화술이다, 6장 대화는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서 시작한다, 7장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해야 할 말을 하라, 8장 어떻게 해야 대화를 장악할 수 있을까, 9장 원칙이 있어야 말이 휘청대지 않는다, 10장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역사를 결정했다. 각 장의 제목으로 어떻게 말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미리 예상할 수 있다.

인용하는 고전은 사기, 춘추, 좌전, 전국책, 진서, 신당서, 송사, 자치통감과 같은 역사서이다.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말을 하느냐에 따라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과거의 상황을 빌어 현대의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화법을 소개하는 것이 흥미롭다.

진심을 전달하는 것만이 유일한 말의 기술일까? 상대에 맞춰야 한다. 진시황이 초를 치기 위해 이신과 왕전에게 얼마의 군대가 필요한지를 각각 물었다. 이신은 20만이면 충분하다하고, 왕전은 60만이라했다. 진시황은 늙은 왕전이 겁쟁이가 되었다며 이신에게 적을 치도록 한다. 그러나 패배하고 돌아온 후 왕전에게 부탁한다. 왕전은 자신이 전쟁에 나가는 댓가로 비옥한 땅과 좋은 집, 연못과 정원이 있는 저택을 달라고 여러 번 요청한다. 이는 진시황이 의심이 많아 모든 군을 지휘하는 왕전이 배신할 지도 모른다고 오해할까봐 진나라에서 자손대대로 오래 살겠다는의지를 보인 것이다. 의심이 많은 상대에게는 진심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상대가 의심을 하지 않고 믿을 수 있도록 하는 말을 해야한다.

논리가 통하지 않는 경우에 상대의 논리를 그대로 돌려주는 화법은 <사기>의 '골계열전'에서 배운다. 서문표가 업성이라는 곳의 집정관으로 파견되자 관리들이 아닌 마을의 장로들에게 고충을 묻는다. 해마다 '하백의 신부를 바치는 일'이 고통스러운데, 무당과 관리들이 백성의 재물을 착취하고, 아름다운 딸을 바치게 한다. 서문표는 강의 신부를 바치는 날에 신부가 될 여인이 충분히 아름답지 않으니 하백에게 며칠만 기다려 달라고 전하도록 무당을 강으로 보낸다. 다음 제자들을 보내고, 삼로를 보내고, 다음으로 정연과 관리들을 보내려하자 모두 용서를 빌었고, 다음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서문표는 외지에서 온 사람이라 풍습을 존중하면서 위트를 내서 다시는 무당과 관리가 미신을 앞세워 백성을 해치고 사리사욕을 일삼지 못하도록 했다. 자신들이 당해봐야 정신차리게 되니 서문표의 해결이 현명하다.

이야기에 몰두해서 읽다보면 하고자 하는 말이 뭐였는지 잠시 헤맬 즈음 저자가 간단히 하고자하는 말을 반복해서 마무리한다. 중국 고전에서 나오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말을 해서 성공하고 실패하게 되는지 깨닫게 하는 책이다. 서양의 자기계발서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어떤 논리로 말을 해야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반면, 이 책은 고전의 이야기를 통해 방법을 스스로 깨달아야하는 점이 다르다.

한 번 읽어서는 잘 알 수 없고, 몇 번 더 읽어야 고전의 이야기와 현대인이 알아야할 말의 기술을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다. 자기계발서라기 보다 중국 고전의 다양한 이야기를 즐기는데 더 빠지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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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마자 보이는 세계지리 사전
이찬희 지음 / 보누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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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지리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땅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3)."

책은 6개 대륙인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중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와 극지방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지리적으로 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이를 통제할 수 있다. 산유국이 유가를 쥐고 흔들듯, 중국은 요소수를 무기화한다. 러시아는 유럽 국가들에게 천연가스를 무기화하고, 러-우 전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이 줄어들자 밀값 폭등으로 수입국인 유럽이 곤란을 겪는다. 코로나의 근원지를 재조사하자했던 호주에게 중국이 석탄수입금지를 내놓았지만 결국 최대 석탄소비국인 중국이 제 발 찍은 꼴이 되어 석탄부족으로 공장이 돌아가지 않고 전기 공급이 않되자 다시 수입을 허가한다. 자원의 이동은 이제 국제적이고 막강한 자원보유국은 강력한 힘을 가진다.

건조기후지역의 카스피해와 아랄해에 관한 설명은 흥미롭다. 이 두 호수는 수자원으로서뿐만 아니라 석유와 가스가 풍부하다. 카스피해를 주변국은 '바다'로 부르며 접해있는 해안선만큼을 소유했다고 주장하거나, '호수'로 부르며 1/n을 하자고 주장한다. 원래 카스피해에 접한 나라는 소련과 이란뿐이었으나, 소련의 붕괴로 여러나라로 분리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이란,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이 모여 결국 바다로 합의했다. 반면 아랄해는 목화산업으로 엄청난 물을 사용하자 아랄해로 들어가는 물이 줄어들어 있어서 안타깝다.

중세의 십자군 전쟁에 관한 사실을 책 여러 군데에서 찾을 수 있다. 십자군 전쟁에서 유럽 국가들이 내세운 명분은 성지탈환이다. 당시 예루살렘을 이슬람이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은 유대교, 크리스트교, 이슬람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세 종교의 성지가 더없이 성스러워야하는데 분쟁의 한 가운데 있는 것이 안타깝다. 성지탈환이 명분이지만, 숨겨진 내막에는 향신료 후추가 있었다. 당시 후추는 인도에서 수입했는데 유럽과 인도 중간길목을 이슬람 국가들이 장악하고 있어서 인도와의 무역로를 확보하려는 숨겨진 목적이 있었다. 십자군 전쟁이 실패로 끝나고, 대서양을 넘어 인도로 가려했으나 결국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이다.

미국이 강대국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지리적으로 설명된다. 신기조산대가 지나가는 곳에 석유와 천연가스가 많고, 고기 조산대에는 석탄이 엄청나고, 안정된 평야에는 철광석 등의 광물이 많다. 이 모든 것을 갖춘 곳이 미국이다. 동쪽에 고기조산대 애팔래치아 산맥이, 서쪽에 신기조산대 로키산맥이, 그 사이에 중앙 대평원이 있고, 남서부만 사막지대이다. 사막지대도 1930년대 경제 대공황 때 뉴딜정책으로 콜로라도강에 후버댐을 만들어 이 지역에 물을 공급하였고, 지금의 라스베이거스는 사막 한가운데에 화려한 도시가 되었다. 태평양과 대서양이 방패가 되어 외부인들이 쉽게 침입하기 어려웠지만 현대에 미국이 밖으로 나가기에 이롭고, 미국 내 수많은 강을 이용한 물자 이동이 용이해서 미국은 뭐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축복받은 나라이다.

북극과 남극 중, 어디가 더 추울까? 남극이 더 춥다. 북극은 바다이고 남극은 평균 해발 고도가 2,500m인 대륙이다. 모든 대륙 중 평균 해발 고도가 가장 높은 곳이어서 지구에서 가장 기온이 낮다. 남극 대륙은 세계 어느 나라의 소유도 아닌 중립지대로 과학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하기로 조약을 맺었다. 북극은 지구 온난화로 쇄빙선 없이도 화물선이 이동할 수있게 되었다.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가장 동쪽에 있는 부산이 세계적 해상 요충지가 될 수도 있다니 반갑기도 하면서 씁쓸하다. 인류가 남극 상공에 오존층이 뚫린 것을 발견하고 프레온 가스 사용을 줄여 오존층을 회복시킨 것처럼, 지구 온난화도 극복해야할 텐데 말이다.

지리적 요소는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낸다. 다른 문화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면, 지리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네팔의 천장혹은 조장이라는 장례문화는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묻지 않고 고원의 들판에 두어 새들이 쪼아먹게 한다. 이는 고원지대에 화장할 목재가 부족하고 매장할 토지도 부족하기 때문이지 야만인의 문화라고 해서는 안된다.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의 쉬운 버전이라고 보면 좋을 책이다. 고등학교 지리 선생님이 쓰신 책이라 차근차근 개념부터 잘 잡아주고 지리가 우리의 생활과 국제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해준다. 사하라 사막의 고운 모래가 무역풍에 날아가 아마존 열대 우림을 만들어 준다는 거시적인 사실을 통해 우리나라에 한정되기보다 지구적으로 세계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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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2 : 맹자 - 난세의 철학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2
채지충 지음, 이신지 옮김 / 들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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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춘추시대에 공자가 있었다면, 전국시대에 맹자가 있다. 춘추전국시대는 중국역사에서 혼란의 시대이다. 혼란이 시작되는 시기의 공자는 제후들에게 인의로 다스리기를 주장하며 자신을 등용해주면 잘 보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미 침략 전쟁이 한창이던 전국시대의 맹자는 공자의 인의 왕도정치를 계승하지만, 좀더 과격해진다. 왕이 정치를 못하면 쫓아낼 수 있다는 역성혁명을 주장한다. 그러나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침략전쟁을 일삼는 제후들에게 공맹의 사상은 너무 이상적이었까? 공자도 맹자도 제대로 관직에 올라 쓰임을 받지 못하고, 후임을 가르치는 일로 일생을 다했다. 공자는 <논어>를 통해, 맹자는 <맹자> 7편을 통해 그 사상을 전하고 있다. 공맹사상으로 묶어부르는 유가에서 맹자의 사상을 만화로 만나볼 수 있어 반갑다.

책은 맹자의 일생과 양혜왕편, 공손추편, 등문공편, 이루편, 만장편, 고자편, 진심편으로 되어있다. 저자 채지충(1948-)은 대만의 만화가이다. 15세에 전문 만화가가 되어 지금까지도 활동 중이다. 동양사상, 중국 설화와 기담을 재창작한 작품들이 45개국에 번역되었다.

'맹모삼천지교'를 통해 맹자의 어머니가 세번 이사하면서 맹자의 교육에 힘썼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공동묘지 근처에서, 시장으로, 학교로 세 번 이사를 하며 맹자의 일생을 소개한다.

역성혁명에 관한 주장은 양혜왕편에서 찾을 수 있다. 제나라 선왕이 맹자에게 신하인 탕과 무는 폭정을 하는 걸과 주를 죽였는데 신하가 임금을 죽여도 되느냐고 묻는다. 맹자는 백성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임금은 죽여도 된다고 말한다. "저는 무왕이 독부인 주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그가 임금을 살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백성에게 폭정을 일삼던 주왕은 임금이 아니라 그저 지아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임금이 인의로 정치를 하지 못하면 쫓아낼 수 있다는 맹자의 정치철학이 현대에도 살아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가능하지만, 중국인들이 독재를 시작한 시진핑을 끌어내릴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루편 하 제 8장에서 "사람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아야 비로소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일반인은 물론이고, 특히 정치인들이 새겨 들어야할 말이다. 정치권에 있으면서 사리사욕을 챙기다 스스로 망가질 뿐 아니라 나라마저 위태롭게하는 인물들이 있기때문이다.

맹자가 말하는 인의는 무엇일까? 고자편에 보면 "인은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마음이요, 의는 사람이 나아갈 큰 길이다." 사람이 닭과 개를 잃으면 찾을 줄 알면서 본심을 놓치고는 찾을 줄 모른다. 학문을 통해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다.

진심편에서 군자의 세가지 즐거움을 이야기하는데 부모 건재하고 형제 우애로움이 첫 번째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굽어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두 번째요, 천하의 뛰어난 인재를 가르치는 것이 세 번째이다. 왕노릇하는 것은 들어가 있지 않다. 부귀와 영화는 자기 본성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맹자 자신의 모습을 군자에 빗대어 한 말이 아닐까한다. 정치에 욕심이 있었을 텐데 이루어지지 않으니 후학을 키우는 것에 만족한 것이 아닐까한다.

맹자를 공부하기 위해 어려운 한자를 찾아 뜻을 이해하고 문장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식으로 풀어나가서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좋은 책이다. 만화로 맹자시대의 집이나 옷차림, 마을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며 상상할 수 있어서 좋다. 글밥이 많은 것도 아니고 대사나 지문이 빽빽한 것도 아닌데 <맹자> 한 권을 120쪽의 만화로 표현해내는 저자의 저력이 대단할 뿐이다. 가끔씩 터지는 유머는 기본이다. 핵심적인 이야기만 담고 있어서 알차다.

깊이있게 <맹자>를 공부하기 전에 읽으면 좋을 입문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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