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섬산 20 - 감성과 정보를 한 권에 담은
신준범 지음, 주민욱 사진 / 조선뉴스프레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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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섬에 있는 산을 오를 때는 바다를 느낄 수 있어 특별하다. 녹음이 짙고 나무가 빽빽한 여름에는 바다의 내음을 느끼다가, 산 정산에 이르러 확 트인 바다를 보는 시원함이 있다. 여름을 제외한 계절에는 바다를 보면서 산을 오르면 육지와는 다른 풍경의 즐거움이 있다. 아름다운 해변가를 만나는 것은 덤이다.

책은 20개의 인천 섬산을 소개한다. 구성은 섬 이름을 따라 가나다순으로 배치했지만, 섬의 특성에 따라 차로 갈 수 있는 섬, 북한조망이 가능한 섬, 모래해변이 아름다운 섬, 백패킹을 위한 섬, 산행이 즐거운 섬으로 나누었다. 또한, 숙박여부에 따라 당일치기, 1박2일, 2박3일 섬, 여행사를 이용하면 좋을 섬으로 제시해서 일정을 짜기에 편리하도록 하였다.

각 장마다 첫 장에는 교통편은 물론, 산의 높이와 매력, 주의사항, 산행 난이도를 별점으로 표시하여 한 눈에 섬을 파악하도록 했다. 각 장의 뒷편에는 일정 설명과 등산지도는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 매우 유익한 정보이다.

저자는 월간 산의 취재팀장으로 등산기자라는 독특한 직함과 종주 내역이 인상적이다. 사진기자들의 이력 또한 전문 산악인 수준이다.

세 명의 사진기자가 촬영한 사진이 인상적인데, 사진만 보아도 섬의 분위기를 바로 알수 있다. 갓파른 돌산인지, 완만하게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는 산인지, 모래사장을 밟으며 걸을 수 있는 산인지, 데크가 잘 갖춰져 있는 산인지,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산인지, 산보다 해안의 풍경이 더 아름다운지, 인적드문 산인지를 보여준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섬산의 공통점은 바다에 둘러싸인 풍경으로 어느 계절이든 푸르다.

사진을 먼저 훑어보면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굴업도의 첫장 사진이다. 가을 억새가 빼곡한 길을 세 명의 백패커가 걸어가는 풍경이 가슴 설렌다. <폭풍의 언덕>을 떠올리게 하는 '개머리언덕'은 바람과 바다향기와 풀냄새가 황량하면서 아름답다고 표현하는데 꽤나 문학적이어서 한 번 가보고 싶어진다. 등산지도를 보니 동서로 길어서 서쪽 끝에 백패킹 명소인 개머리언덕이 있고, 동북쪽 끝에 연평산과 덕물산이 있다. 덕물산은 높이가 137m밖에 안되지만, 가파른 흙길과 바윗길을 올라야해서 산행 난이도가 별2개이다. 인천항에서 70km 떨어진 굴업도는 배를 타고 3시간 혹은 4시간을 가야하는 이 섬이 한때 핵폐기장이 될 뻔했다거나, 대기업의 골프장과 리조트가 세워질 뻔 했으나 무산되어서 현재의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에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사진만으로도 아름다운데 직접 대면하면 어떠할지 두근거린다.

차로 갈 수 있는 섬 중에 무의도는 서울에서 접근하기가 비교적 쉽겠다. 2019년에 영종도와 무의도 사이에 무의대교가 생기면서,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버스로 20분이면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에 도착한다. 무의도는 '춤추는 옷 섬'이라는 뜻인데, 안개 낀 날 배에서 보면 아름다운 춤사위인 듯하다하여 붙여졌다. 호룡곡산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산이 있고, 북파공작원 훈련장소인 실미도, 산책하기 좋은 소무의도, 모래해변과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도록 한 데크길로 유명한 하나개해변, 백패킹 성지인 세렝게티까지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다. 하산하고나서 영종도 을왕리해수욕장에서 회를 먹거나 카페에서 즐길 수도 있겠다.

여행사를 이용하면 좋을 세 개의 섬은 인천항에서 100km 떨어져 2시간 배를 타야하는 연평도, 200km 떨어져 4시간 정도 배를 타야하는 백령도와 대청도이다. 연평도와 백령도는 걸어서 둘러보기에 넓고, 출입통제구역이 많아 차량으로 둘러보는 것이 효율적이다. 대청도역시 걸어서 둘러보기 어렵다. 여행사를 통하면, 배편, 숙소, 식당 예약과 차량이동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조언은 실속있다.

이 책은 처음부터 차례로 읽어도 좋지만, 먼저 사진을 훑어본 다음 마음에 드는 섬산을 자세히 읽어보는 것도 좋고, 테마별로 추천하는 섬산에서 마음에 드는 곳을 찍어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각 장마다 맨 뒤에 배치한 등산지도를 함께 보며 본문을 읽으면, 저자가 이 섬의 어디를 설명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인천에 있는 섬산 20개를 모은 것도 참신한 시도인데다가 섬과 산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의외로 육지와 연결된 섬이 많아 진입 장벽이 어렵지 않지만, 가끔은 배를 타고 두세시간 달려 도착한 곳의 산을 올라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겠다.

섬산을 설명하는 저자의 설명이 구태의연하지 않다. 문학적인 표현뿐 아니라 지면에 좁은데도 중요한 정보를 다 배치하고 설명한다. 각 섬산에 찍힌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의 이야기도 전해주는 식이 독특하다. 무엇보다 섬산을 방문할 사람들에게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주민들이 잠든 밤에 시끄럽지 않도록 당부하는 말을 앞에 배치하여서 저자가 섬산을 아끼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글과 사진이 상당한 수준인데다 내용도 알차게 잘 만든 책이다. 곁에 두고 섬산 여행에 참고할 필수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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