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춘추시대에 공자가 있었다면, 전국시대에 맹자가 있다. 춘추전국시대는 중국역사에서 혼란의 시대이다. 혼란이 시작되는 시기의 공자는 제후들에게 인의로 다스리기를 주장하며 자신을 등용해주면 잘 보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미 침략 전쟁이 한창이던 전국시대의 맹자는 공자의 인의 왕도정치를 계승하지만, 좀더 과격해진다. 왕이 정치를 못하면 쫓아낼 수 있다는 역성혁명을 주장한다. 그러나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침략전쟁을 일삼는 제후들에게 공맹의 사상은 너무 이상적이었까? 공자도 맹자도 제대로 관직에 올라 쓰임을 받지 못하고, 후임을 가르치는 일로 일생을 다했다. 공자는 <논어>를 통해, 맹자는 <맹자> 7편을 통해 그 사상을 전하고 있다. 공맹사상으로 묶어부르는 유가에서 맹자의 사상을 만화로 만나볼 수 있어 반갑다.
책은 맹자의 일생과 양혜왕편, 공손추편, 등문공편, 이루편, 만장편, 고자편, 진심편으로 되어있다. 저자 채지충(1948-)은 대만의 만화가이다. 15세에 전문 만화가가 되어 지금까지도 활동 중이다. 동양사상, 중국 설화와 기담을 재창작한 작품들이 45개국에 번역되었다.
'맹모삼천지교'를 통해 맹자의 어머니가 세번 이사하면서 맹자의 교육에 힘썼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공동묘지 근처에서, 시장으로, 학교로 세 번 이사를 하며 맹자의 일생을 소개한다.
역성혁명에 관한 주장은 양혜왕편에서 찾을 수 있다. 제나라 선왕이 맹자에게 신하인 탕과 무는 폭정을 하는 걸과 주를 죽였는데 신하가 임금을 죽여도 되느냐고 묻는다. 맹자는 백성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임금은 죽여도 된다고 말한다. "저는 무왕이 독부인 주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그가 임금을 살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백성에게 폭정을 일삼던 주왕은 임금이 아니라 그저 지아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임금이 인의로 정치를 하지 못하면 쫓아낼 수 있다는 맹자의 정치철학이 현대에도 살아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가능하지만, 중국인들이 독재를 시작한 시진핑을 끌어내릴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루편 하 제 8장에서 "사람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아야 비로소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일반인은 물론이고, 특히 정치인들이 새겨 들어야할 말이다. 정치권에 있으면서 사리사욕을 챙기다 스스로 망가질 뿐 아니라 나라마저 위태롭게하는 인물들이 있기때문이다.
맹자가 말하는 인의는 무엇일까? 고자편에 보면 "인은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마음이요, 의는 사람이 나아갈 큰 길이다." 사람이 닭과 개를 잃으면 찾을 줄 알면서 본심을 놓치고는 찾을 줄 모른다. 학문을 통해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다.
진심편에서 군자의 세가지 즐거움을 이야기하는데 부모 건재하고 형제 우애로움이 첫 번째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굽어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두 번째요, 천하의 뛰어난 인재를 가르치는 것이 세 번째이다. 왕노릇하는 것은 들어가 있지 않다. 부귀와 영화는 자기 본성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맹자 자신의 모습을 군자에 빗대어 한 말이 아닐까한다. 정치에 욕심이 있었을 텐데 이루어지지 않으니 후학을 키우는 것에 만족한 것이 아닐까한다.
맹자를 공부하기 위해 어려운 한자를 찾아 뜻을 이해하고 문장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식으로 풀어나가서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좋은 책이다. 만화로 맹자시대의 집이나 옷차림, 마을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며 상상할 수 있어서 좋다. 글밥이 많은 것도 아니고 대사나 지문이 빽빽한 것도 아닌데 <맹자> 한 권을 120쪽의 만화로 표현해내는 저자의 저력이 대단할 뿐이다. 가끔씩 터지는 유머는 기본이다. 핵심적인 이야기만 담고 있어서 알차다.
깊이있게 <맹자>를 공부하기 전에 읽으면 좋을 입문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