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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마자 보이는 세계지리 사전
이찬희 지음 / 보누스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지리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땅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3)."
책은 6개 대륙인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중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와 극지방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지리적으로 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이를 통제할 수 있다. 산유국이 유가를 쥐고 흔들듯, 중국은 요소수를 무기화한다. 러시아는 유럽 국가들에게 천연가스를 무기화하고, 러-우 전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이 줄어들자 밀값 폭등으로 수입국인 유럽이 곤란을 겪는다. 코로나의 근원지를 재조사하자했던 호주에게 중국이 석탄수입금지를 내놓았지만 결국 최대 석탄소비국인 중국이 제 발 찍은 꼴이 되어 석탄부족으로 공장이 돌아가지 않고 전기 공급이 않되자 다시 수입을 허가한다. 자원의 이동은 이제 국제적이고 막강한 자원보유국은 강력한 힘을 가진다.
건조기후지역의 카스피해와 아랄해에 관한 설명은 흥미롭다. 이 두 호수는 수자원으로서뿐만 아니라 석유와 가스가 풍부하다. 카스피해를 주변국은 '바다'로 부르며 접해있는 해안선만큼을 소유했다고 주장하거나, '호수'로 부르며 1/n을 하자고 주장한다. 원래 카스피해에 접한 나라는 소련과 이란뿐이었으나, 소련의 붕괴로 여러나라로 분리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이란,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이 모여 결국 바다로 합의했다. 반면 아랄해는 목화산업으로 엄청난 물을 사용하자 아랄해로 들어가는 물이 줄어들어 있어서 안타깝다.
중세의 십자군 전쟁에 관한 사실을 책 여러 군데에서 찾을 수 있다. 십자군 전쟁에서 유럽 국가들이 내세운 명분은 성지탈환이다. 당시 예루살렘을 이슬람이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은 유대교, 크리스트교, 이슬람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세 종교의 성지가 더없이 성스러워야하는데 분쟁의 한 가운데 있는 것이 안타깝다. 성지탈환이 명분이지만, 숨겨진 내막에는 향신료 후추가 있었다. 당시 후추는 인도에서 수입했는데 유럽과 인도 중간길목을 이슬람 국가들이 장악하고 있어서 인도와의 무역로를 확보하려는 숨겨진 목적이 있었다. 십자군 전쟁이 실패로 끝나고, 대서양을 넘어 인도로 가려했으나 결국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이다.
미국이 강대국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지리적으로 설명된다. 신기조산대가 지나가는 곳에 석유와 천연가스가 많고, 고기 조산대에는 석탄이 엄청나고, 안정된 평야에는 철광석 등의 광물이 많다. 이 모든 것을 갖춘 곳이 미국이다. 동쪽에 고기조산대 애팔래치아 산맥이, 서쪽에 신기조산대 로키산맥이, 그 사이에 중앙 대평원이 있고, 남서부만 사막지대이다. 사막지대도 1930년대 경제 대공황 때 뉴딜정책으로 콜로라도강에 후버댐을 만들어 이 지역에 물을 공급하였고, 지금의 라스베이거스는 사막 한가운데에 화려한 도시가 되었다. 태평양과 대서양이 방패가 되어 외부인들이 쉽게 침입하기 어려웠지만 현대에 미국이 밖으로 나가기에 이롭고, 미국 내 수많은 강을 이용한 물자 이동이 용이해서 미국은 뭐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축복받은 나라이다.
북극과 남극 중, 어디가 더 추울까? 남극이 더 춥다. 북극은 바다이고 남극은 평균 해발 고도가 2,500m인 대륙이다. 모든 대륙 중 평균 해발 고도가 가장 높은 곳이어서 지구에서 가장 기온이 낮다. 남극 대륙은 세계 어느 나라의 소유도 아닌 중립지대로 과학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하기로 조약을 맺었다. 북극은 지구 온난화로 쇄빙선 없이도 화물선이 이동할 수있게 되었다.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가장 동쪽에 있는 부산이 세계적 해상 요충지가 될 수도 있다니 반갑기도 하면서 씁쓸하다. 인류가 남극 상공에 오존층이 뚫린 것을 발견하고 프레온 가스 사용을 줄여 오존층을 회복시킨 것처럼, 지구 온난화도 극복해야할 텐데 말이다.
지리적 요소는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낸다. 다른 문화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면, 지리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네팔의 천장혹은 조장이라는 장례문화는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묻지 않고 고원의 들판에 두어 새들이 쪼아먹게 한다. 이는 고원지대에 화장할 목재가 부족하고 매장할 토지도 부족하기 때문이지 야만인의 문화라고 해서는 안된다.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의 쉬운 버전이라고 보면 좋을 책이다. 고등학교 지리 선생님이 쓰신 책이라 차근차근 개념부터 잘 잡아주고 지리가 우리의 생활과 국제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해준다. 사하라 사막의 고운 모래가 무역풍에 날아가 아마존 열대 우림을 만들어 준다는 거시적인 사실을 통해 우리나라에 한정되기보다 지구적으로 세계를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