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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찾은 말의 내공 - 5,000년 시간을 뛰어 넘는 인생 고수들의 대화 전략
린이 지음, 송은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저자는 커뮤니케이션학 박사이다. 중국 팟캐스트에서 고전 속 말과 글에서 대화법의 정수를 소개한 것이 높은 청취율을 기록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이 책은 그 중 50편을 소개한 것이다.
책은 10장의 주제 아래 각 5가지씩 총 50가지의 말하는 법을 설명한다. 1장 말은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끌어들이는 것, 2장 어떻게 해야 말의 내공을 키울 기를 수 있을까, 3장 틈이 있고 유연해야 말이 단단해진다, 4장 상대에 맞춰 다듬어져야 말다운 말이다, 5장 보통의 말로 비범하게 말하는 것이 화술이다, 6장 대화는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서 시작한다, 7장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해야 할 말을 하라, 8장 어떻게 해야 대화를 장악할 수 있을까, 9장 원칙이 있어야 말이 휘청대지 않는다, 10장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역사를 결정했다. 각 장의 제목으로 어떻게 말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미리 예상할 수 있다.
인용하는 고전은 사기, 춘추, 좌전, 전국책, 진서, 신당서, 송사, 자치통감과 같은 역사서이다.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말을 하느냐에 따라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과거의 상황을 빌어 현대의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화법을 소개하는 것이 흥미롭다.
진심을 전달하는 것만이 유일한 말의 기술일까? 상대에 맞춰야 한다. 진시황이 초를 치기 위해 이신과 왕전에게 얼마의 군대가 필요한지를 각각 물었다. 이신은 20만이면 충분하다하고, 왕전은 60만이라했다. 진시황은 늙은 왕전이 겁쟁이가 되었다며 이신에게 적을 치도록 한다. 그러나 패배하고 돌아온 후 왕전에게 부탁한다. 왕전은 자신이 전쟁에 나가는 댓가로 비옥한 땅과 좋은 집, 연못과 정원이 있는 저택을 달라고 여러 번 요청한다. 이는 진시황이 의심이 많아 모든 군을 지휘하는 왕전이 배신할 지도 모른다고 오해할까봐 진나라에서 자손대대로 오래 살겠다는의지를 보인 것이다. 의심이 많은 상대에게는 진심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상대가 의심을 하지 않고 믿을 수 있도록 하는 말을 해야한다.
논리가 통하지 않는 경우에 상대의 논리를 그대로 돌려주는 화법은 <사기>의 '골계열전'에서 배운다. 서문표가 업성이라는 곳의 집정관으로 파견되자 관리들이 아닌 마을의 장로들에게 고충을 묻는다. 해마다 '하백의 신부를 바치는 일'이 고통스러운데, 무당과 관리들이 백성의 재물을 착취하고, 아름다운 딸을 바치게 한다. 서문표는 강의 신부를 바치는 날에 신부가 될 여인이 충분히 아름답지 않으니 하백에게 며칠만 기다려 달라고 전하도록 무당을 강으로 보낸다. 다음 제자들을 보내고, 삼로를 보내고, 다음으로 정연과 관리들을 보내려하자 모두 용서를 빌었고, 다음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서문표는 외지에서 온 사람이라 풍습을 존중하면서 위트를 내서 다시는 무당과 관리가 미신을 앞세워 백성을 해치고 사리사욕을 일삼지 못하도록 했다. 자신들이 당해봐야 정신차리게 되니 서문표의 해결이 현명하다.
이야기에 몰두해서 읽다보면 하고자 하는 말이 뭐였는지 잠시 헤맬 즈음 저자가 간단히 하고자하는 말을 반복해서 마무리한다. 중국 고전에서 나오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말을 해서 성공하고 실패하게 되는지 깨닫게 하는 책이다. 서양의 자기계발서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어떤 논리로 말을 해야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반면, 이 책은 고전의 이야기를 통해 방법을 스스로 깨달아야하는 점이 다르다.
한 번 읽어서는 잘 알 수 없고, 몇 번 더 읽어야 고전의 이야기와 현대인이 알아야할 말의 기술을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다. 자기계발서라기 보다 중국 고전의 다양한 이야기를 즐기는데 더 빠지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