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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시의 미래 - 인문학자가 직접 탐사한 대한민국 임장 보고서
김시덕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일본 이야기>로 알게 저자의 이 책은 좀 의외다. 일본 역사학자로 알고 있었는데 '임장 보고서'나 '2024 부동산 대전환'이라는 표지의 말에 저자의 정체성이 바뀐 것인지 의아하다. "한국의 이곳 저곳을 답사하고 비교하는 도시문헌학자(6)"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 이야기>처럼 이 책 역시 직접 발로 찾아다니며 이해한 우리나라 도시의 미래는 어떠할지 궁금하다.
책은 2부로 되어있다. 1부 한국도시의 미래를 예측하는 핵심으로 국제정세, 3대 메가시티와 소권역, 인구, 교통에 대해 설명하고, 2부 한국도시의 미래에서는 3대 메가시티와 소권역을 포함한 전국 9개 지역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핵심을 책 서두에 13개로 정리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눈에 띄는 것은 지방소멸을 우려해서 신도시를 만들면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 생각하는 과거의 경험에서 벗어나 기존 도심을 압축도시화하자는 주장이다. 재개발지역 용적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겠다. 또한 용산미군부지를 큰 공원으로 만들기보다 상업지구나 아파트를 지어 거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다른 도시에 작은 공원들을 많이 만들자는 제안이 설득력있다. 과거 큰 공원을 지어 주변 집값만 올린 서울숲을 반면교사 삼아야한다는 조언이 일리있다.
미래 한국 도시는 3대 메가시티와 몇 개의 소권역으로 집중될 것이다. 이는 현재의 행정구역을 넘나드는 지역구분이다. 3대 메가시티에는 대서울권, 중부권, 동남권이 있다. 이는 1977년 박정희 정권때 이미 결정지어졌다. 서울을 중심으로한 '대서울권'은 아파트, 호수, 백화점을 중심으로한 강남의 확장으로 1기 신도시 분당, 일산과 2기 신도시 광교, 동탄, 고덕, 아산으로 확대되었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은 북한에서 가장 먼 지역으로 방위산업과 기간산업을 위치시켰다.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중부권'은 현재 미완성 상태로 도시들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다. 소권역은 6개로 대구, 구미, 김천 소권과 동부내륙 소권, 전북서부소권, 전남 서부 소권, 동해안 소권, 제주 소권으로 나눈다.
부동산 관점에서 봤을 때 강남을 대체할 곳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쇼킹하다. 서울의 핵심지역인 강남은 미래에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이를 대체할 곳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일본 도쿄의 핵심지역이 버블 전과 다름없이 높은 집값을 유지하고 있고, 뉴욕의 집값 역시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강남이 이에 해당될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세종시 이전으로 정부기관이 차츰 이전하면 서울의 인구집중이 약화되며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저자는 대통령과 국회가 세종시로 이전하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며, 박정희 정권 때 계획한 수도이전 계획이 강력히 진행되었다면 서울은 지금같이 강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국제정세는 한국 도시의 운명을 결정해왔다는 관점은 우리가 분단국가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국가 안보를 위해 수도를 세종으로 옮긴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서울 강북의 발전을 억제하고 강남을 개발하고, 방위산업과 기간산업을 동남권에 배치한 것이 구식 무기를 사용하던 시대에 북한에 맞선 대응이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이제 신무기의 개발로 우리나라 전역이 표적이 되므로 큰 의미는 없어지고, 오히려 북한과 10km거리에 있는 파주에 첨단 공장이 들어서는 시대가 되었다.
소권 중에서 제주도권의 대중교통에 대한 설명에 공감한다. 제주도는 섬을 순환하는 철도도 없고, 버스체계도 불편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여러번 시도가 있었고 무산 되었다. 일제강점기인 1927년에 세운 철도 계획이 무산되었고, 1977년 철도 계획도 무산되었고, 1982년 모노레일 부설 계획까지 모두 무산되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제주도를 여행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늘어나는 중국관광객을 위해서뿐 아니라 제주도 내 지역간의 발전을 위해서 최근 성산읍에 제 2공항 건립에 대해 저자는 찬성한다. 내부 교통체계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공항 건설은 조심스러워보인다.
개발의 바람이 불면 전부 쓸어버리고 건물을 올리는 현 행정이 좀 안타깝다. 옛 것을 보존하는 것이 새 것을 짓는 것만큼 중요할 수도 있다. 저자가 사진으로 담아 놓은 철거될 지역의 사진이나 현대사에서 사라진 화전민 집터와 같은 사진은 역사자료로 남게될지도 모를 일이다.
도시의 역사와 미래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끊임없이 바뀌는 지도 위의 풍경과 그 아래 숨어있는 국토개발 계획과 정치가나 행정가의 표를 의식한 주장들을 읽을 수 있다. 조선시대나 일제강점기 시대의 자료부터 현재의 자료와 답사하며 찍은 사진까지 망라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도 흥미를 유지시켜준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저자의 관점에 동의하지만, 앞으로 예기치 못한 변화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