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
찰스 디킨스 외 지음, 이주현 옮김 / B612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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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은 찰스 디킨스(1812-1870)가 세 편의 단편을 쓰고, 동시대 다섯 작가들이 각 한 편씩 쓴 단편을 모은 책이다. 디킨스가 처음과 끝을 장식하여 이야기가 이어진다. 중간의 여섯 단편은 닥터 메리골드가 딸에게 줄 책 속에 넣을 이야기들로 처방전 형식으로 되어있다.

닥터 메리골드는 떠돌이 행상인이다. 그의 이름에 닥터가 들어가는 것은 길 위에서 태어난 자신의 출생을 도와준 의사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아버지가 지어주었다. 닥터 메리골드는 아버지처럼 수레에서 생활하며 행상을 한다. 결혼을 하고 딸 소피가 태어나지만, 아내가 힘들 때마다 딸 소피에게 폭행을 가하고 아이는 죽고 만다. 아내도 강에 투신해 죽는다. 닥터는 청각과 언어장애가 있는 소녀를 의붓딸로 데리고 있는 밈에게서 멜빵을 주고 데려와 딸 소피처럼 키운다. 글을 가르쳐 주고 16세가 되자 2년간 농아시설에 보내 지적으로 성장한 사람이 되도록한다. 딸아이가 돌아오기 전에 아무도 읽은 적 없는 이야기를 책으로 선물하고자 한다. 이야기의 처음과 끝이 이어지면서 따뜻한 마음을 가진 닥터 메리골드와 의붓딸이 행복한 끝을 맺는다.

중간에 실린 여섯 가지 이야기는 19세기 영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원수가 된 집의 딸을 얻고자 사랑의 묘약을 잘 못 쓴 이야기, 모임에서 시선을 끌기 위한 신사들을 위해 수수께끼를 만들어 파는 남자의 이야기, 리어왕과 세 딸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 금괴를 옮기는 업무를 맡은 은행원과 이를 뺏으려는 사람의 이야기, 재판에 나타나 살인자를 유죄판결하려는 살해당한 유령의 이야기, 돈으로 사랑을 사려는 자와 진정한 사랑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신화나 전설처럼 믿기 어려운 환상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추리소설처럼 사건의 진상을 밝혀나가는 스릴과 박진감이 넘치는 현대물도 있다.

슬픈 유머가 곳곳에 있다. 주인공 이름이 닥터이지만 닥터와는 거리가 먼 잡상인 메리골드의 가난한 삶이 애잔하다. 닥터가 행상으로 물건을 팔 때 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으며 강매를 하고, 그나마 사려고 하는 사람이 없을 때면 말이 청산유수로 많아지면서 가격을 계속 내리며 요란하게 선전할 때 왠지 서글프다. 사랑하는 딸을 잃고 멜빵 하나만 주면 데리고 가도 된다는 밈에게서 청각장애와 언어장애인 아이를 입양하는 대목도 슬프다.

짧은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작가의 작품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짧은 양에 응축된 이야기가 흠잡을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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