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잼 쉬운 일본어 첫걸음 - 아주 쉽게 따라하는 일본어 표현의 모든 것 잼잼 쉬운 첫걸음
이원준 지음 / 반석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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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를 독학 중이다. 회화책이나 실용적인 표현을 모아놓은 책을 하나 선택해서 외워보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책이 적합해보인다. 아주 쉽게 따라하는 일본어 표현의 모든 것, 일본어 초급에서 중급회화까지 마스터할 수 있다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책은 8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만남, 교제, 유창한 대화, 감정, 일상, 교통과 통신, 여행과 출장, 긴급상황에 쓸 수 있는 표현들을 제시한다. 8개의 파트를 챕터로 나누고 다시 유닛별로 세분화해서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떤 표현을 쓸 수 있는지 제시한다. 시원시원하게 큰 글씨로 우리말 문장, 일본어 문장, 요미카타, 한글발음표기까지 있어서 일본어를 모르는 초보자도 이 책으로 연습이 가능하도록 했다.

각 상황별 표현은 기본적인 수준이고, 문장은 큰 글씨로 한 줄을 넘어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현실에서 바로 쓸 수 있는 표현들이어서 실용적이다. 반말부터 존경어까지 상황에 따라 문장으로 익힐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어 문법을 공부하다보면 겸양어, 존칭어는 문법 뒷부분에서 다루기 때문에 공부하기를 미루게 되는데, 실제 회화에서는 바로바로 써야하므로 일본어 능력과 상관없이 그냥 외워서 상황에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기본 회화에서 문법을 따지는 것이 별 의미가 없기도 하다.

이 책은 단어와 문법정리가 따로 되어있지 않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뭔가 분석해서 익히기보다 여러 번 소리내서 읽고 외우라는 의도인 듯하다. 학습자로서도 문장만 나열한 편이 보기에 더 편하다. 문장을 소리내어 연습할 때에 원어민을 따라 흉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각 챕터에는 QR코드가 있어서 원어민 녹음을 바로바로 들을 수 있다. 연속해서 듣고자한다면 홈페이지에서 MP3 전체를 다운받을 수 있다.

간단한 일상회화는 물론 여행 가서 요구하거나 표현할 수 있는 말들을 익힐 수 있다. 긴급상황에서 쓸 수있는 말들도 포함되어 있어서 다양한 상황하에서 바로바로 쓸 수 있어 매우 실용적이다. 조금더 구체적으로 상황을 묘사한다든지 요구하는 표현은 없다. 다음 단계의 교재를 이용해야할 것이다.

일본어 초급 회화교재를 고민하고 있다면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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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독일 프로이센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5
나카노 교코 지음, 조사연 옮김 / 한경arte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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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 5권이다. 저자는 이미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왕조, 부르봉 왕조, 영국의 왕조, 러시아 로마노프왕조를 저술했다.

프로이센은 15세기 폴란드의 속국이었다. 이 지역은 독일기사단령이었는데 기사단 총장이었던 프리드리히 1세의 선조가 이 지역을 호엔촐레른가의 공국으로 삼으며 왕조의 터를 잡았다.

1701년부터 1918년까지 217년간 존속했던 독일의 프로이센 왕조는 9명의 왕이 왕위를 이어갔다. 그런데 왕의 이름이 서로 비슷해서 백성들이 왕의 외모나 특징을 잡아서 별명으로 불렀다는데 매우 흥미롭다. 프리드리히 1세는 '구부러진 프리츠'로 초라한 외모였고, 빌헬름 1세는 '군인왕'으로 폭력적이긴 했지만 이민을 장려하고 군비를 늘려 세력을 키웠다. 프리드리히 2세는 독일인이 가장 존경하는 '대왕'이다. 후세가 없어서 대왕의 조카인 빌헬름2세가 왕위를 이었는데 '뚱보난봉꾼'이라는 별명처럼 게으르고 여자를 밝혔다. 빌헬름 3세는 말주변이 없어서 '부정사왕'이라 불리었는데 당시 유럽을 주름잡던 나폴레옹에게 패했다. 부정사왕의 장남은 '넙치'로 독일을 공업국으로 발전시킨 인물이었고, 차남인 '희수염왕'은 비스마르크 철혈재상과 함께 독일제국을 만든다. 그의 아들 프리츠는 병으로 요절하였고, '마지막 황제'인 빌헬름2세는 카이저 수염을 한 오만한 성품이었으나 1918년 1차세계대전 후 네덜란드로 망명해서 82세까지 장수하였다.

생각보다 간단한 역사이고 왕위계승을 둘러싼 갈등이나 음모, 살해와 같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없다. 역시 독일답게 담백하다. 가장 인상적인 왕은 프리드리히 대왕인데, 동성애자로 온화하고 예술가적인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오스트리아와의 7년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기적이자 행운이었는데, 오스트리아 편이었던 러시아가 엘리자베타 여제가 죽고 표트르 3세가 오르며 프로이센 팬임을 자처하며 공격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당시 강대국인 프랑스를 흠모하여서 궁중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한 것은 그의 한계다.

프로이센 왕조의 왕은 물론 가족들과 신하들의 초상화는 물론 세태를 비꼬는 그림까지 다 볼 수 있어서 프로이센 역사가 가까워진 느낌이다. '구부러진 프리츠' 초대왕 프리드리히 1세의 초상화를 보니 당대에 동경의 대상이었던 화려한 프랑스 루이14세 옷과 유사하다. 화려한 숄 안에는 갑옷을 입고 당당하게 서있지만 궁정화가 바이데만의 미화일뿐 초대 왕의 외모는 초라했다. 안톤 그라프가 그린 <프리드리히 대왕>은 큰 눈의 온화함이 묻어나온다. 히틀러가 이 초상화를 지하 참호벽에 걸어 두었다니 존경하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산책 중인 루이제 왕비와 두 아들>은 어눌한 '부정사왕'의 아내 루이제 왕비와 왕위를 계승한 장남과 차남의 어린 시절 모습을 미화해 그렸는데, 영국의 다이애나비와 두 아들을 연상케한다. 프란츠 폰 렌바흐의 <비스마르크>는 철혈재상의 단호한 모습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190cm 100kg가 넘는 거구였다고 하는데 빌헬름1세와 어깨를 맞대어 독일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카리스마가 품어나온다. 외교로 통일을 이루려했던 왕과 전쟁을 통해 성사시키려했던 비스마르크는 서로 의견차이는 있었지만, 프로이센 중심의 독일제국을 건설하자는 목표가 같았기에 서로 깊이 신뢰하였다.

프로이센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다면 검색해서 미리 보고 읽으면 좋을 책이다. 독일지역에서 일어난 30년 전쟁, 7년 전쟁, 혈연이나 혼인으로 연결되어 있는 유럽의 왕조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좀 당황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각주에 간단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명화와 연관지어 비교적 쉽게 217년의 프로이센 왕조의 역사를 훑어보기에 좋은 책이다. 읽으며 더 관심이 가는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이 있다면 깊이있는 책을 찾아 읽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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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일본어 JLPT N3 (일본어능력시험) 실전모의고사 - 최신 기출경향 반영|무료 교재 MP3, 폰 안에 쏙! 회차별 단어/문형집, JLPT N5/N4 필수 단어/문형집 제공|무료 회독용 답안지 해커스 일본어 JLPT (일본어능력시험) 실전모의고사
해커스 JLPT 연구소 지음 / 해커스어학연구소(Hackers)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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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JLPT를 본 적이 없어서 알아보니 보통 N3부터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험 유형이 어떤지 알기 위해 해커스 JLPT N3 실전모의고사를 선택했다.

구성은 5회분 모의고사 문제집과 해설집으로 되어있다. 문제집에는 본격적인 모의고사를 보기 전에 시험에 관해 알아야할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시험은 1교시에 언어지식(문자, 어휘, 문법)과 독해를 먼저 보고, 2교시에 청해를 본다.

토익과는 다르게 언어지식을 묻는 문제가 50% 정도 차지하고 있다. 한자를 음독, 훈독으로 읽는 것부터 문맥에 맞는 어휘를 고르기 위해 단어만 외울 것이 아니라 문장 속에서 외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문법문제에서 독특한 것은 주어진 단어들을 배열해 문장을 만드는 것인데, 어릴 때 학습지로 해본 스타일이라 낯설지 않다. 독해는 단문과 중장문 이해는 물론, 빠르게 스캔해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문제도 있는데 독해의 여러 능력을 테스트한다. 청해는 토익과 반대로 그림이 맨 뒤에 배치되는 것이 특이하다. 두 사람의 대화나 한 사람의 말을 듣고 답을 고르는 것은 같다. 이렇게 문제 풀기 전에 각 유형별 시험 문제를 하나씩 예를 들어 보여주고 설명해주니 처음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해설집의 구성이 마음에 든다. 한 페이지 왼쪽에는 시험문제를, 오른쪽에는 해석을 두어서 해설집만 있으면 원문을 뒤적거릴 일없이 바로 공부하기에 편리하다. 또한 꼭 알아야할 어휘와 문법을 간단히 설명하므로 아는지 확인하고 넘어가기에 좋다. 특히 부록으로 JLPT N5, N4필수단어와 문형을 제공하고 있어서 이미 숙지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이 실전모의고사 책은 이미 JLPT 시험을 준비해온 사람들이 시험장 가기 전에 최종 점검으로 필요하지만, 처음 시험을 치르는 사람들에게도 해설집을 가지고 꼼꼼히 정리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한 교재이기도 하다. 수험자 용도에 맞게 잘 이용하면 좋을 교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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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잔혹사편 - 벗겼다, 세상이 감춰온 비극의 순간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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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펴낸 tvN제작팀은 코로나19로 여행을 갈 수 없는 시청자들을 위해 여행지의 숨겨진 역사를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제작했고 이를 책으로 냈다고 밝힌다. 인간의 잔혹한 면을 파헤치는 과거의 역사뿐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감추고 있는 역사사실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책은 10장으로 되어있다. 유럽의 마녀사냥, 미국 서부개척사, 아프리카의 블러드 다이아몬드, 독일의 홀로코스트, 베트남의 킬링필드, 이란의 히잡혁명, 체르노빌의 원전폭발, 인류멸망 시그널, 미국 총기사건이다. 제목만 봐도 역사에서 살벌하고 잔혹한 일들이 벌어졌음을 상상할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낯선 대륙인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이야기 초반에 보여주는 사진부터 섬짓하다. 뚝 잘린 손에 다이아몬드 반지가 끼워져있다. 그리고 '결혼하는 손을 위해 또 다른 손은 잘려 나가고 있다'는 알쏭달쏭한 광고문구를 던진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는 다이아몬드가 상당량 매장되어 있고, 이는 국민에게 부를 가져다 주는 자원이 아닌 영국의 약탈과 정부 지도층의 부정부패의 수단이다. 특히 시에라리온은 최상급의 다이아가 매장되어있는데 다이아몬드회사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광고로 20세기 시에라리온에서 나오는 다이아몬드 채굴권을 독점한다. 영국의 착취와 사리사욕을 채우는 부패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반군 포데이 산코가 내전을 시작하지만 누구도 국민을 위하지 않는다. 반군은 국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방해하고 반군에 의지하도록 손발을 자르는 만행을 저지른다. 심각한 것은 손발을 자르는 자들이 마약에 취한 소년병(7-14세)들이라는 사실이 더 끔찍하다. UN의 안이한 개입으로 더욱 악화되지만 마침내 정치적 안정을 찾는다. 그러나 이미 전쟁에 투입된 소년병과 손발이 잘린 사람들이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시에라리온은 현재 문맹율도 높고 기반시설도 열악해서 최빈국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처음 제시한 사진이 이렇게 끔찍한 역사를 통해 피묻은 다이아몬드 소비 금지 캠페인이었음을 알게 되니 아름답고 비싼 다이아몬드가 그리 아름답고 가치있어 보이지 않는다. 최상급 다이아몬드 매장국임에도 외세의 착취와 나라를 말아먹는 지도자들의 어리석고 잔혹한 역사다. 2000년에서야 이러한 사실이 세상에 밝혀졌다니 참 오랫동안 감춰져 있었다.

코로나19를 지나오면서 동물과 인간사이를 오가는 인수공통 감염병에 대한 설명도 매우 흥미롭다. 원숭이 두창이 이미 1958년에 밝혀졌으나 1970년에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사람에게 전파되었고 2022년 코로나가 끝날 무럽 영국에서 시작하여 여러 나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종간 장벽을 뛰어 넘는 인수 공통감염병은 시대를 따라 변이로 나타나고 이에 대항할 면역력이 없는 인간은 빠른 시간에 전파 감염되며 결국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 온몸에서 피를 쏟으며 죽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최근 코로나19역시 박쥐가 숙주인데, 박쥐를 욕할 것이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한 인간으로 인해 살 곳을 잃은 박쥐가 인간마을에 접근하게 되고, 가지고 있던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옮긴다는 것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문제는 인간의 욕심이다.

환경과 관련하여 산업혁명 이후 급속히 오르고 있는 지구의 평균기온 그래프는 가히 충격적이다. 기온이 수직으로 치솟고 있고 이상기온으로 2019년 발생한 호주의 산불을 예로 설명하는데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인도양의 동서는 기온차가 있지만, 2019년 2도의 기온차는 심각한 기상이변을 불러일으켰다. 인도양을 중심으로 동쪽의 호주에서는 고기압이 형성되어 가뭄과 대형 산불로 이어지며 6개월 이상 계속되다가 우박폭풍과 폭우로 화재는 진압되었지만, 홍수로 재난이 지속된다. 반면에 인도양 서쪽의 아프리카 동부에는 엄청난 비가 내려 이재민과 사망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벌어지고 메뚜기떼로 작물이 사라진다. 동아시아까지 영향을 미치는데, 중국에 홍수를, 일본 규슈에 폭우를 가져온 후 우리나라에 최장기간인 54일간의 장마를 가져왔다. 인도양뿐 아니라 앞으로 어느 대양의 어느 대륙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렇게 재난도 문제지만,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북극이 녹으면서 바이러스가 봉인해제되어 전염병이 창궐하고, 태양열을 반사하던 얼음판이 역할을 하지 못하고 녹아내리면 지구 전체의 해수면이 상승해 지구가 잠길 수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우리의 노력없이 재앙을 막을 수없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또한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는 댓가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되니 두렵다. 머리말도 에필로그도 없는 책이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밝히는 각 장의 충격적인 사실에 무엇을 더 보탤 것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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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3 - 일본 속 한국의 흔적을 찾아서! 다채로운 일본 문화 세 번째 이야기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3
이경수.강상규.동아시아 사랑방 포럼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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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다르게 보이고, 알아야 다르게 볼 수 있다. 다르게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13)."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일본문화에 대해 편견을 버리고 다르게 보면 숨어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일본문화 시리즈로 벌써 3권째다.

5개의 주제인 교육과 일상, 역사와 정치, 문화와 정서, 강점, 관광대국의 매력, 일본 속 한국에 대해서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의 53명이 쓴 글을 모았다. 한국인과 일본인 저자로 구성되어 있고, 다양한 현장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쓴 글이므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개인의 느낌과 통찰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20대 대학생의 일본 대학 경험부터 탈아를 꿈꿨던 일본의 근대사 이야기까지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한 에세이를 담고 있다.

가장 통찰력있는 에세이 중 하나는 일본이 왜 과거사에 사죄하지 않는가에 관한 것이다. 영화 <밀양>을 빗대어 설명하는데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밀양>에서 아들을 납치해 살해한 범인을 면회하러간 준이 엄마는 범인이 하나님의 용서를 받았고 준이 엄마도 하나님을 받아들여 기쁘다는 말에 아연실색한다. 피해자인 자신이 용서하지 않았는데 범인은 하나님의 용서를 받았으므로 더이상 사과하거나 미안해할 게 없다는 태도다. 2차세계대전 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1951)으로 미국이 나서서 일부동남아 국가에 한해 배상하였고,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중국과 한국은 배제하였다. 미국이 다 알아서 했으므로 정작 가해자인 일본은 동아시아국가들에게 반성이나 화해의 제스처를 할 필요가 없다. 준이 엄마는 범인을 만나고 나와 기절했지만, 국가간의 사죄는 응당 받아야하지 않을까. 그래야 응어리진 감정을 풀고 미래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화에 있어서 서양인을 대하던 조선과 일본의 차이는 일본의 급속한 발전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일본의 외교는 철저히 국익 중심인 반면 조선은 정통 한족에 대한 충성심이 일편단심이었다. 세상의 중심이 중국에서 서양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일본은 세계의 중심이 중국에서 서양으로 바뀌었음을 파악한 순간 서양의 문물을 전해줄 네덜란드인을 세지마에 한정시켜 난학을 통해 근대화를 이루고, 중국인을 경쟁시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한다. 그러나 조선은 이미 명이 청으로 바뀔 때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삼전도의 굴욕을 당했는데, 새로운 시류를 전혀 읽지 못했다. 지금도 자국위주의 외교가 아닌 타국의 눈치를 보는 외교가 자행되고 있는 건 아닌지 한다.

폭격을 피해 기차를 타고 소개지로 보내지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니 CS 루이스의 소설 <사자와 마녀와 옷장>이 떠오른다. 도시에 사는 네 명의 아이들은 폭격을 피해 시골에 사는 먼 친척에게 보내져 전쟁이 끝날때까지 머무르게 된다. 같은 2차 세계대전이 배경이지만, 영국은 독일의 폭격이 한창이었고, 일본은 미국의 공습을 피할 수 없었다. 열악한 전시에 부모들이 아이들만은 살리겠다는 의지는 동서양이 동일해보인다.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는데, <이웃집 토토로>의 오래된 집에서 문을 열자 흩어지는 검댕이와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의 가마 할아범 아래서 일하는 손발 달린 검댕이가 같은 검댕이인줄 처음 알게 되었다. 미미여사의 <안주>에도 검은 덩어리 '구로스케'가 등장하는데, 사람의 손이 닿으면 몸이 상하는 존재다. 무사부부가 떠나고 그들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채 집을 지킨다고 한다. 사실 검댕이는 '이로리'라는 마루 한가운데 있는 불을 지피는 곳에서 발생하는 재에서 왔다. 의인화해서 여러 작품에 등장하는 존재라 이로리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는 어떤 존재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일본에 가면 검댕이 캐릭터를 이용한 소품을 찾아봐야겠다.

지난 시리즈에 비해 상당히 전문적이고 심도있는 글이 많아졌다. 그러나 유사한 주제는 묶어서 좀더 길고 깊이있게 쓴다면 <국화와 칼>이나 <일본의 굴레>가 부럽지 않은 책이 될 것이다. 제공된 사진 역시 크기를 키워서 사진이 주는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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