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3 - 일본 속 한국의 흔적을 찾아서! 다채로운 일본 문화 세 번째 이야기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3
이경수.강상규.동아시아 사랑방 포럼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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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다르게 보이고, 알아야 다르게 볼 수 있다. 다르게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13)."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일본문화에 대해 편견을 버리고 다르게 보면 숨어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일본문화 시리즈로 벌써 3권째다.

5개의 주제인 교육과 일상, 역사와 정치, 문화와 정서, 강점, 관광대국의 매력, 일본 속 한국에 대해서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의 53명이 쓴 글을 모았다. 한국인과 일본인 저자로 구성되어 있고, 다양한 현장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쓴 글이므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개인의 느낌과 통찰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20대 대학생의 일본 대학 경험부터 탈아를 꿈꿨던 일본의 근대사 이야기까지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한 에세이를 담고 있다.

가장 통찰력있는 에세이 중 하나는 일본이 왜 과거사에 사죄하지 않는가에 관한 것이다. 영화 <밀양>을 빗대어 설명하는데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밀양>에서 아들을 납치해 살해한 범인을 면회하러간 준이 엄마는 범인이 하나님의 용서를 받았고 준이 엄마도 하나님을 받아들여 기쁘다는 말에 아연실색한다. 피해자인 자신이 용서하지 않았는데 범인은 하나님의 용서를 받았으므로 더이상 사과하거나 미안해할 게 없다는 태도다. 2차세계대전 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1951)으로 미국이 나서서 일부동남아 국가에 한해 배상하였고,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중국과 한국은 배제하였다. 미국이 다 알아서 했으므로 정작 가해자인 일본은 동아시아국가들에게 반성이나 화해의 제스처를 할 필요가 없다. 준이 엄마는 범인을 만나고 나와 기절했지만, 국가간의 사죄는 응당 받아야하지 않을까. 그래야 응어리진 감정을 풀고 미래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화에 있어서 서양인을 대하던 조선과 일본의 차이는 일본의 급속한 발전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일본의 외교는 철저히 국익 중심인 반면 조선은 정통 한족에 대한 충성심이 일편단심이었다. 세상의 중심이 중국에서 서양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일본은 세계의 중심이 중국에서 서양으로 바뀌었음을 파악한 순간 서양의 문물을 전해줄 네덜란드인을 세지마에 한정시켜 난학을 통해 근대화를 이루고, 중국인을 경쟁시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한다. 그러나 조선은 이미 명이 청으로 바뀔 때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삼전도의 굴욕을 당했는데, 새로운 시류를 전혀 읽지 못했다. 지금도 자국위주의 외교가 아닌 타국의 눈치를 보는 외교가 자행되고 있는 건 아닌지 한다.

폭격을 피해 기차를 타고 소개지로 보내지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니 CS 루이스의 소설 <사자와 마녀와 옷장>이 떠오른다. 도시에 사는 네 명의 아이들은 폭격을 피해 시골에 사는 먼 친척에게 보내져 전쟁이 끝날때까지 머무르게 된다. 같은 2차 세계대전이 배경이지만, 영국은 독일의 폭격이 한창이었고, 일본은 미국의 공습을 피할 수 없었다. 열악한 전시에 부모들이 아이들만은 살리겠다는 의지는 동서양이 동일해보인다.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는데, <이웃집 토토로>의 오래된 집에서 문을 열자 흩어지는 검댕이와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의 가마 할아범 아래서 일하는 손발 달린 검댕이가 같은 검댕이인줄 처음 알게 되었다. 미미여사의 <안주>에도 검은 덩어리 '구로스케'가 등장하는데, 사람의 손이 닿으면 몸이 상하는 존재다. 무사부부가 떠나고 그들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채 집을 지킨다고 한다. 사실 검댕이는 '이로리'라는 마루 한가운데 있는 불을 지피는 곳에서 발생하는 재에서 왔다. 의인화해서 여러 작품에 등장하는 존재라 이로리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는 어떤 존재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일본에 가면 검댕이 캐릭터를 이용한 소품을 찾아봐야겠다.

지난 시리즈에 비해 상당히 전문적이고 심도있는 글이 많아졌다. 그러나 유사한 주제는 묶어서 좀더 길고 깊이있게 쓴다면 <국화와 칼>이나 <일본의 굴레>가 부럽지 않은 책이 될 것이다. 제공된 사진 역시 크기를 키워서 사진이 주는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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