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명화로 읽는 독일 프로이센 역사 ㅣ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5
나카노 교코 지음, 조사연 옮김 / 한경arte / 2023년 6월
평점 :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 5권이다. 저자는 이미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왕조, 부르봉 왕조, 영국의 왕조, 러시아 로마노프왕조를 저술했다.
프로이센은 15세기 폴란드의 속국이었다. 이 지역은 독일기사단령이었는데 기사단 총장이었던 프리드리히 1세의 선조가 이 지역을 호엔촐레른가의 공국으로 삼으며 왕조의 터를 잡았다.
1701년부터 1918년까지 217년간 존속했던 독일의 프로이센 왕조는 9명의 왕이 왕위를 이어갔다. 그런데 왕의 이름이 서로 비슷해서 백성들이 왕의 외모나 특징을 잡아서 별명으로 불렀다는데 매우 흥미롭다. 프리드리히 1세는 '구부러진 프리츠'로 초라한 외모였고, 빌헬름 1세는 '군인왕'으로 폭력적이긴 했지만 이민을 장려하고 군비를 늘려 세력을 키웠다. 프리드리히 2세는 독일인이 가장 존경하는 '대왕'이다. 후세가 없어서 대왕의 조카인 빌헬름2세가 왕위를 이었는데 '뚱보난봉꾼'이라는 별명처럼 게으르고 여자를 밝혔다. 빌헬름 3세는 말주변이 없어서 '부정사왕'이라 불리었는데 당시 유럽을 주름잡던 나폴레옹에게 패했다. 부정사왕의 장남은 '넙치'로 독일을 공업국으로 발전시킨 인물이었고, 차남인 '희수염왕'은 비스마르크 철혈재상과 함께 독일제국을 만든다. 그의 아들 프리츠는 병으로 요절하였고, '마지막 황제'인 빌헬름2세는 카이저 수염을 한 오만한 성품이었으나 1918년 1차세계대전 후 네덜란드로 망명해서 82세까지 장수하였다.
생각보다 간단한 역사이고 왕위계승을 둘러싼 갈등이나 음모, 살해와 같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없다. 역시 독일답게 담백하다. 가장 인상적인 왕은 프리드리히 대왕인데, 동성애자로 온화하고 예술가적인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오스트리아와의 7년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기적이자 행운이었는데, 오스트리아 편이었던 러시아가 엘리자베타 여제가 죽고 표트르 3세가 오르며 프로이센 팬임을 자처하며 공격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당시 강대국인 프랑스를 흠모하여서 궁중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한 것은 그의 한계다.
프로이센 왕조의 왕은 물론 가족들과 신하들의 초상화는 물론 세태를 비꼬는 그림까지 다 볼 수 있어서 프로이센 역사가 가까워진 느낌이다. '구부러진 프리츠' 초대왕 프리드리히 1세의 초상화를 보니 당대에 동경의 대상이었던 화려한 프랑스 루이14세 옷과 유사하다. 화려한 숄 안에는 갑옷을 입고 당당하게 서있지만 궁정화가 바이데만의 미화일뿐 초대 왕의 외모는 초라했다. 안톤 그라프가 그린 <프리드리히 대왕>은 큰 눈의 온화함이 묻어나온다. 히틀러가 이 초상화를 지하 참호벽에 걸어 두었다니 존경하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산책 중인 루이제 왕비와 두 아들>은 어눌한 '부정사왕'의 아내 루이제 왕비와 왕위를 계승한 장남과 차남의 어린 시절 모습을 미화해 그렸는데, 영국의 다이애나비와 두 아들을 연상케한다. 프란츠 폰 렌바흐의 <비스마르크>는 철혈재상의 단호한 모습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190cm 100kg가 넘는 거구였다고 하는데 빌헬름1세와 어깨를 맞대어 독일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카리스마가 품어나온다. 외교로 통일을 이루려했던 왕과 전쟁을 통해 성사시키려했던 비스마르크는 서로 의견차이는 있었지만, 프로이센 중심의 독일제국을 건설하자는 목표가 같았기에 서로 깊이 신뢰하였다.
프로이센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다면 검색해서 미리 보고 읽으면 좋을 책이다. 독일지역에서 일어난 30년 전쟁, 7년 전쟁, 혈연이나 혼인으로 연결되어 있는 유럽의 왕조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좀 당황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각주에 간단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명화와 연관지어 비교적 쉽게 217년의 프로이센 왕조의 역사를 훑어보기에 좋은 책이다. 읽으며 더 관심이 가는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이 있다면 깊이있는 책을 찾아 읽으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