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 로또부터 진화까지, 우연한 일들의 법칙
데이비드 핸드 지음, 전대호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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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는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뉴턴이 세상과 우주는 수리적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한 것에 반기를 든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를 중심으로 하는 코펜하겐 해석은 인과론적으로 해석하지 못하는 일들에 대해 무작위적인 확률로 예측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코펜하겐 해석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우연의 확률에 반박하며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세상의 변화는 인과율이 작동한다고 주장하며 한 말이다. 주사위를 던진다는 의미는 확률을 설명할 때 등장하는 상징이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이 회의적이었던 우연의 확률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 데이비드 핸드는 영국인이다. 수학과 명예교수이기도 하고, 통계학계에서 저명한 인물이다. 유럽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알고리즘 매매 헤지펀드 중 하나인 윈턴캐피털매니지먼트의 고문이다. 그는 통계학을 우리 일상과 연결지어 쉽게 전달한다.

왜 우리는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불편하게 생각할까?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과 결과를 이해해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면 미래가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상상해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 과거에는 우연의 일을 이해하기 위해 미신, 종교, 예언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우연과 가능성을 수치화할 수 있다는 생각(확률)은 우주가 결정론적이라는 세계관과 함께 나타났다. 비록 아인슈타인은 "당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는 신을 믿는 반면, 나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세계의 완전한 법칙과 질서를 믿는다. 양자이론이 일단 큰 성공을 거뒀다 하더라도, 나는 주사위 놀이를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현재 우연은 고유한 법칙을 따르고 그 법칙은 확률론의 토대를 이룬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신은 우연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에밀 보렐은 확률이 아주 낮은 사건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렐의 법칙>을 내세웠지만, 우연의 법칙은 이를 전면 부정한다.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이 일어나고, 계속 일어난다. 확률이 0에 가까운 일도 일어난다. 이러한 우연을 설명하는 5가지 법칙은 필연성의 법칙, 아주 큰 수의 법칙, 선택의 법칙, 확률 지렛대의 법칙, 충분함의 법칙이다.

무슨 일인가는 반드시 일어난다 필연성의 법칙, 아주 많은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아주 큰 수의 법칙, 무엇을 주목할 것인가를 사후에 선택한다는 선택의 법칙. 조건의 미세한 조정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확률지렛대의 법칙, 소수점 아래 무한대 자리까지 동일한 두 측정값은 없지만 현실세계에서는 매우 유사한 두 측정값을 보통 동일하다고 간주하는 충분함의 법칙을 간과하기 때문에 놀라운 사건들과 마주치게 된다. "우연의 법칙에 따르면 개연성이 극도로 낮다고 생각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 틀렸기 때문이다. 이때 오류를 바로해 수정하면 낮은 줄 알았던 그 사건의 개연성이 실은 높은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282)."

우연의 법칙은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어 보인다. 인간의 존재에 대해 다윈의 진화론을 아주 큰수의 법칙과 선택의 법칙으로 설명하는 것은 흥미롭다. 진화론은 아주 오랜시간(아주 큰 수의 법칙) 환경에 적합하도록 변이된 개체(선택의 법칙)가 보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지구가 태양을 돈다고 말한 코페르니쿠스의 말은 지구가 우주의 존재에서 특별할 것이 없으며, 인류 역시 평범한 존재로 강등시켰다는 지적이 날카롭다. 지구가 태양계의 중심이아니라 일부임을, 똑같은 원리에 의해 움직이고 존재하는 행성임을, 우리 우주는 특별하지 않음을 깨닫게한다.

우연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해 역사적으로 변화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저자가 말한 5가지의 우연의 법칙은 거의 모든 세상과 우주에 관한 일을 설명할 수 있어 보인다. 과학의 발전으로 이 책이 비판받게 되는 날이 오겠지만 꽤 설득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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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을 깨는 사고력
양첸룽 지음, 오드리 탕 구술, 이에스더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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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발생했을 때 대만은 마스크 앱으로 마스크의 재고 상황을 파악해 구매하도록 했다. 긴 줄을 서거나 매점매석을 하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큰 소란없이 대처했다. 이를 실행시킨 장관이 오드리 탕이다. 조금 더 검색을 해보니 사실 마스크 앱은 한국인이 먼저 개발한 것을 대만에서 발전시켰고 당시 디지털 장관인 오드리 탕이 승인해서 사용한 것이므로 아이디어 자체가 완전히 그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민의 입장에서 불편함을 해소시키기 위해 발빠르게 마스크 판매처인 약국을 방문해 조언을 듣고 해결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 책상에서만 업무를 처리하지 않는다. 현장에 답이 있다.

오드리 탕(1981-)은 심장병 때문에 14살에 학교를 중퇴하고, 독학으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배웠다. 16살에 중국어 기사 검색 엔진 스타트업을 세우고, 나중에는 국내외 유명 기업에 입사해 일했고, 20대에 원격근무를 시작했다. 24살에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았고, 2016년 35세에 최연소 대만 디지털 장관으로 임명된다. 정규적인 교육을 받지 않고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일하는 방법을 깨우친 특이한 이력의 인물이다.

오드리 탕은 공유와 학습을 통해 서로 다른 시간대의 사람들이 함께 연구와 개발을 모으면 강력해진다고 조언한다. 소셜텍스트에서 8년간 원격근무를 했는데, 어떻게 각자의 나라에서 함께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오드리 탕의 동료들은 9개의 시간대에 생활하고 있었지만 스케줄과 각자의 일을 공유하고, 필요한 것은 학습해서 업무를 진행시켰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일하지 않는것으로 인식하는 직장생활과는 상당히 다른 업무방식이다. 모든 것이 공유되어 있으므로 내게 부족한 것을 배워 발전시킬 수 있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하루 딱 두 번 라인을 확인한다. 채팅창에서 끝없이 길어지는 대화를 피하기 위해 이메일을 이용한다. 시간을 관리하는데 '포모도로 기법'을 실천하는데, 25분 일하고 5분 쉬는 방식을 네 번 반복하는 사이클로 집중력있게 일한다. 또한 '수면기억법'은 자기 전 90분간 지식을 전하는 자료들을 읽고 10시에 잠에 들고 5시 반에 일어나 자기 전에 읽었던 것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메모하는 방법이다. 시간을 너무 느슨하게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정규학교도 중퇴하고 일반적으로 승진을 두고 경쟁하는 회사에서 일한 것도 아니다. 독학으로 관심가는 철학공부를 하였고, 프로그램 언어를 개발하고, 모두가 서로의 업무를 볼 수 있는 원격근무를 하였다. 주인처럼 공부하고 일했기 때문에 조직의 장이 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했을지 궁금했다.

역시 국가 기관에 소속되었어도 조직의 위계질서의 전통에 매몰되지 않고 독자적인 조직 관리능력을 보여준다. 회의를 이끄는 법을 예로 들자면, '집중대화기법'이 실행력을 높인다. 본격적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각자 사안에 대한 느낌이 어떤지, 어떤 객관적 사실이 그런 느낌을 갖게 했는지를 자유분방하게 이야기한 후 '대략적 합의'에 도달한다. 공통의 경험이 있어야 대략적 합의에 도달하기 쉽기 때문에 경험이 없다면, 직접 경험한 후 회의에 참석한다. 완벽한 방법에 도달하기 위한 의미없는 회의가 여러번 이어지기 보다 빠르게 실행할 수 있겠다.

오드리 탕은 미래의 생활에 대해서도 선형적이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초중고대로 이어지는 선형적인 교육과정이 아닌 비선형적 교육과정, 한줄을 읽고 다음 줄을 읽는 독서가 아닌 키워드를 따라 읽는 독서, 9시에서 6시까지 일하는 선형 경제가 아닌 이동하며 일도 하고 놀기도 하는 노마드 경제생활, 층층시하의 결제를 받는 구조가 아닌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문제해결을 찾는 수평적 조직, 선형적 사고 대신 공간적 사고를 제시한다.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디지털 독재에 대한 우려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디지털 독재란 소수 컴퓨터 과학자들이 자료처리 능력을 장악하여서 다수의 저소득층과 힘없는 지식인층과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다. 국가를 초월한 이러한 기업의 독점적 네트워크 집권은 미래를 암담하게 할 수 있다. 분산을 통해 이를 방지해야하는데, 일례로 플랫폼 안에서 사람들의 상호작용 방식은 플랫폼 주인이 아닌 사용자들이 결정해야한다. 또한 사용자가 알고리즘이나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규범을 만들고 따라야한다. 현재 메타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이나 빅테크 기업의 폐쇄적 운영을 비판한다. 공동창조와 공동작업만이 인류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길이다. 내 창조는 당신의 창조를 박탈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다음 창조를 더 쉽게 하기 위해서 이루어져야한다. 저작권이나 특허권이 의미없어진다. 과연 오드리 탕이 지향하는 미래가 될 것인지 의문이다.

오드리 탕은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선뜻 하기 어려운 방식을 과감하게 시행하고 성공한다. 그의 사고방식을 따르고자 한다면 일독할 책이다. 개인의 성공뿐 아니라 기업과 조직의 효율적인 업무진행을 위해서도 배워야할 점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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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양장) - 무소유 삶을 살다 가신 성철·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메시지
김세중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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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은 물질과 정신, 밖과 안 모두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일일 것입니다. 어느 하나에도 얽매이지 않고 텅 비어있는 비움이란 무슨 일을 하되 얽매이지 않는 의식이며 그것이 진정한 비움입니다(8)."

이 책은 성철스님(1912-1993)과 법정 스님(1932-2010)의 행동과 말씀을 담은 책이다. 성철스님 입적 30년을 맞아 <무소유>와 <무소유의 향기>를 합본하였다.

성철 큰스님은 진리를 추구하는데 절 밖 세상일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유명인이나 정치가가 찾아와도 3천배를 하지 않으면 만나주지 않았고, 화두를 붙잡고 8년 장좌불와와 10년 동구불출을 실천하였다. 반면, 법정스님은 70년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시고 대중과 소통하시는데 거침이 없었다. 두 분은 스무살 차이로 진리를 탐구하는 스타일이 이렇게 다르지만, 무소유의 정신을 공유한다.

성철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라는 모호한 문구로 유명하다. 선문답은 은유와 반어, 역설이어서 말 그대로는 이해해서도 안되고 말 뒤에 숨은 뜻을 이해해야한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의 오해가 생산되기도 한다. 직접 손으로 기워 입은 누더기 승복과 양말에 고무신을 신고 하루 두끼 음식은 아주 조촐함은 성철스님의 무소유를 그대로 보여준다.

성철스님은 화두 하나를 가지고 참선에 몰두하는 선종 계통이었기에 제자에게 경전을 읽으며 공부하는 것을 권하지 않았다. 비록 자신은 많은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장경각'에는 수천 권의 장서가 있었고, 유학자 집안 출신으로 공맹의 동양사상은 물론, 서양물리학, 수학, 범어와 영어까지 공부하였다.

언뜻 봐서는 이해가지 않는 문구들이 시선을 끈다. 먼저, '불교에는 구제사업이 없다'. 나보다 못한 사람이 불쌍해서 도와주는 것은 잘못이다. 남을 동정하는 것은 남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은 다 같은 부처인데 단지 세상에 나타난 모습이나 사회적 처지가 다를 뿐이다. 부처님을 대하듯 한없이 존경하는 마음으로 소외된 이웃을 돌보아야할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자비이고 사랑이다. 또한 '불교에 용서란 없다'. 용서란 상대보다 내가 더 우월하다는 것이다. 나 먼저 나 자신을 용서(참회)함으로써 나에게 상처 준 자를 사랑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어야한다. 깨달음을 주는 말씀이다.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글귀도 있다. 사람은 늘 변화하는 존재이므로 함부로 누군가를 비난하고 판단하면 안된다. 그렇게 하는 것은 낡은 자로써 현재의 그 사람을 재는 일이다. 그 사람의 내부에 어떤 변화가 일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벌써 다른 사람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법정스님은 적게 말하라고 하신다. 시끄러운 세상에 자신의 소리까지 보태지 말라고 당부한다. 불교경전에서 말이 적으면 어리석음이 지헤로 바뀐다 한다. 우리는 말을 통해 나를 과시하고 상대를 비하하며 만족감을 느끼고 싶어 말을 참지 못한다. 침묵의 시간을 참지 못한다. 깨달음을 외부에서 찾지 말고 자신의 내면에서 찾으라.

사람의 삶이 괴로운 것은 소유에 집착하는 비이성적인 열정 때문이다. 오는 것은 막지 말고, 떠나는 것은 붙잡지 말라. 빈 곳에서 진정함이 메아리친다. 얽매이지 않는 것이 비움이다. 진리를 찾기 위해 종교를 믿기 시작했으나 종교에 얽매이면 집착으로 향하는 길이다. 행복에 매달리지도 불행을 피하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라. 그러면서 맑은 정신으로 자신을 지켜보라. 비우고 낮추며 자신을 성찰한다.

꽃의 아름다움에 이 꽃이 저꽃보다 예쁘다고 우열을 정하는 건 인간밖에 없다. 꽃은 그저 자신의 아름다움을 성실히 수행할 뿐이다. 그러면서 다른 풀이나 나무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인데 인간은 굳이 평가를 한다. 인간이 인간을 평가하듯이 말이다. 각자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각자 존중되어야할 존재이다. 새삼 깨닫는다. 이러한 말씀은 2003년에 일본 그룹 SMAP가 발표한 <세상에 하나뿐인 꽃>의 가사를 그대로 떠올리게 한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얼마나 위안이 되는 노래인지 들으며 매료되었는데 불교의 철학이었다.

행복은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최근에 읽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불교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확실해보인다. 과거와 미래는 실존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의 나를 삶의 전부로 느껴라. 지나간 것(과거)을 쫓아가지 말고, 오지 않는 것(미래)을 바라지 말라.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렸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현재도 잘 관찰해 보면 순간순간 변해가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여기'를 살도록 노력하라<중부경전>. 삶은 매순간 경이로 가득차 있는데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현재를 낭비해서는 안된다.

두 스님의 말씀을 한 권으로 만나 볼 수 있어서 좋은 책이다. 불교도는 아니지만 깨달음이 있고 통찰이 있는 책이라 곁에 두고 읽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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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뉴스 3단계 집중전략 - 일본어능력 배양 및 JPT / JLPT 고득점 완벽대비
이용진 외 지음, 가와모토 요타 감수 / JH Press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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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쉐도잉은 물론 지문을 싹 다 외웠다고 하는 경우를 본다. 드라마든 뉴스든 원어민의 발음과 억양을 스토리의 맥락 속에서 듣는 것은 따라하기도 좋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높은 레벨의 학습자만 공부할 것 같은 NHK 뉴스를 이 책은 초, 중, 상급으로 나누어 3단계로 공부할 수 있게 했다.

책은 초급1, 2, 중급, 상급으로 구성되어 있고, 부록으로 <실락원>과 <설국>의 영화대사를 실었다. 각 급에 따른 공부방법이 다른데, 초급은 따라 읽으며 뜻을 이해하는 연습을, 중급은 빈 칸을 넣어가며 중요 어휘들을 캐치해 내는 연습을, 상급은 전체를 딕테이션하는 연습을 하도록 짜여졌다. 수준에 맞게 구성되어 있어서 자료를 따로 구하지 않고 뉴스로 일관되게 연습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책날개에 쓰여진 대로 원음만 반복해 듣는 것만으로 초급도 고급 일본어 정복이 가능하겠다.

뉴스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스포츠, 기상예보, 인터뷰 등 뉴스에서 다루는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드론과 전자정부에 관한 최신 뉴스도 있어서 비교적 오래되지 않은 것을 다룬다. 중간에 아주 작기는 하지만 뉴스 화면 캡쳐도 있어서 뉴스가 어떤 분위기의 내용을 전하는지 알려준다.

책의 레이아웃이 그리 세련되지는 않다. 여분이 많은 편인데도 글씨 폰트가 작은 편이고, 각 급마다 일련번호를 새로 매기고, 다시 주황색으로 이어지는 일련번호를 매기고 있어 혼란스럽다. 차라리 mp3목차와 같이 초급부터 부록까지 일련번호를 이어가는 편이 찾아보기에 더 편하겠다.

mp3의 원음은 아나운서 소리, 인터뷰 소리, 배경에서 들리는 소음까지도 함께 들린다. 기존의 듣기 연습 교재와 전혀 다르다. 소음이 있는 듣기평가를 하는 느낌이다. 영화의 대사 역시 영화에서 추출한 것이라 배우의 목소리뿐 아니라 음악이나 효과음이 그대로 살아있어 장면을 유추할 수 있다. <설국>은 종종 중간에 소리가 끊겨 스크립트에 의존해야하지만, <실락원>의 음질은 비교적 듣기 편하다.

일본어의 어휘와 문장을 어느 정도 익혔다면, 유창하게 듣고 말하는 연습을 하고 싶어진다. 동화책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의태어, 의성어를 배우기에 좋지만, 어느 정도 공부하면 어른들의 이야기로 공부하고 싶어진다. 초급이지만 성인학습자가 듣기 연습을 하기에 좋은 교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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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철학 입문 - 후설에서 데리다까지 북캠퍼스 지식 포디움 시리즈 2
토마스 렌취 지음, 이원석 옮김 / 북캠퍼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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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살고 있는 지금, 지난 20세기의 철학사상을 정리하면 좋을 것 같아 선택한 책이다. 철학 입문책으로 두께가 얇아 접근이 쉬울 것으로 보인다.

책은 12장으로 되어있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시기의 철학자들의 사상 변화로 20세기에는 다양한 철학사상이 드러난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키르케고르, 마르크스, 퍼스, 니체, 프레게, 프로이트, 아인슈타인과 같은 사상가들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고 성찰적 혁명을 일으킨다. 시대적으로 20세기에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과 냉전시대, 소비에트 붕괴화와 세계화와 같은 사건들이 발생했고, 철학은 이에 영향을 받는다. 20세기 철학은 실존 철학, 마르크스주의, 프래그머티즘, 급진적 문화비판, 논리적 언어분석, 정신분석, 물리학의 상대성이론이 주도했다.

몇몇 철학자를 살펴보자. 후설(1859-1958)의 현상학은 세계의 모든 현상을 그것이 무엇이든 그 본질을 제한 없이 분석하는 새로운 철학 방법론이다. 우체통을 연구하고 잉크병과 성냥갑을 분석하게 했다니 인간에 집중된 대상을 사물에까지 넓힌 방법론이 특이하다. 후설의 제자인 하이데거(1889-1976)의 존재론은 <존재와 시간>에서 세계-내-존재로 현존재가 사유의 중심이었으나, 전회 후 존재 자체가 사유의 중심이된다. 실존철학과 실존주의는 20세기 철학에서 중요한 흐름인데, 기르케고르, 하이데거, 야스퍼스, 샤르트르, 카뮈가 핵심이다. 대표적으로 샤르트르는 후설의 현상학과 하이데거의 실존분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헤겔의 젼증법으로 연결하고, 카뮈는 샤르트르와 마르크주의를 비판하고 독재를 비판한다. 러셀이 천재라 불렀던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분석철학은 전후기에 따라 달라짐을 소개한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으로 유명한 한나 아렌트는 스스로를 정치 이론가라 생각했다.

수많은 철학자의 이름과 간략한 사상을 소개한다. 철학자의 수는 많은데, 사상의 심오함을 짧게 요약하다보니 무슨 의미인지 책 속에서 잠시 길을 잃기도 한다. 한 철학자가 다음 철학자에게 영향을 주고 변증법적으로 발전을 시켜 21세기에 이른다.

친절하지 않은 책이다. 번역서이긴 하지만, 철학자나 철학용어에 관한 설명을 주석으로 달아주었으면 좋았겠다. "라스크는 신칸트주의의 헤겔화를 실행하며 철학적 범주 자체의 역사, 즉 사변철학의 역사를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주요 작업들을 마무리하고 존재의 역사에 대한 하이데거의 성찰을 예고한다(20)" 이는 칸트를 이어받은 서남학파의 라스크를 설명하는 문장이다. 칸트의 철학을 이해해야 서남학파의 특성을 이해할텐데 이 책만으로는 부족하다. 또한,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철학 용어는 보통 따로 주석을 달아 설명해주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아 사전을 찾아봐야한다. 현전성(지금, 여기 존재하는 것), 프락시스(실행), 아프리오리(경험에 앞섬), 아포리아(난관)와 같은 단어는 본문에 자주 나오는데 사전적 뜻뿐 아니라 철학적 의미를 이해해야 사상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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