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양장) - 무소유 삶을 살다 가신 성철·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메시지
김세중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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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은 물질과 정신, 밖과 안 모두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일일 것입니다. 어느 하나에도 얽매이지 않고 텅 비어있는 비움이란 무슨 일을 하되 얽매이지 않는 의식이며 그것이 진정한 비움입니다(8)."

이 책은 성철스님(1912-1993)과 법정 스님(1932-2010)의 행동과 말씀을 담은 책이다. 성철스님 입적 30년을 맞아 <무소유>와 <무소유의 향기>를 합본하였다.

성철 큰스님은 진리를 추구하는데 절 밖 세상일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유명인이나 정치가가 찾아와도 3천배를 하지 않으면 만나주지 않았고, 화두를 붙잡고 8년 장좌불와와 10년 동구불출을 실천하였다. 반면, 법정스님은 70년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시고 대중과 소통하시는데 거침이 없었다. 두 분은 스무살 차이로 진리를 탐구하는 스타일이 이렇게 다르지만, 무소유의 정신을 공유한다.

성철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라는 모호한 문구로 유명하다. 선문답은 은유와 반어, 역설이어서 말 그대로는 이해해서도 안되고 말 뒤에 숨은 뜻을 이해해야한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의 오해가 생산되기도 한다. 직접 손으로 기워 입은 누더기 승복과 양말에 고무신을 신고 하루 두끼 음식은 아주 조촐함은 성철스님의 무소유를 그대로 보여준다.

성철스님은 화두 하나를 가지고 참선에 몰두하는 선종 계통이었기에 제자에게 경전을 읽으며 공부하는 것을 권하지 않았다. 비록 자신은 많은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장경각'에는 수천 권의 장서가 있었고, 유학자 집안 출신으로 공맹의 동양사상은 물론, 서양물리학, 수학, 범어와 영어까지 공부하였다.

언뜻 봐서는 이해가지 않는 문구들이 시선을 끈다. 먼저, '불교에는 구제사업이 없다'. 나보다 못한 사람이 불쌍해서 도와주는 것은 잘못이다. 남을 동정하는 것은 남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은 다 같은 부처인데 단지 세상에 나타난 모습이나 사회적 처지가 다를 뿐이다. 부처님을 대하듯 한없이 존경하는 마음으로 소외된 이웃을 돌보아야할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자비이고 사랑이다. 또한 '불교에 용서란 없다'. 용서란 상대보다 내가 더 우월하다는 것이다. 나 먼저 나 자신을 용서(참회)함으로써 나에게 상처 준 자를 사랑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어야한다. 깨달음을 주는 말씀이다.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글귀도 있다. 사람은 늘 변화하는 존재이므로 함부로 누군가를 비난하고 판단하면 안된다. 그렇게 하는 것은 낡은 자로써 현재의 그 사람을 재는 일이다. 그 사람의 내부에 어떤 변화가 일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벌써 다른 사람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법정스님은 적게 말하라고 하신다. 시끄러운 세상에 자신의 소리까지 보태지 말라고 당부한다. 불교경전에서 말이 적으면 어리석음이 지헤로 바뀐다 한다. 우리는 말을 통해 나를 과시하고 상대를 비하하며 만족감을 느끼고 싶어 말을 참지 못한다. 침묵의 시간을 참지 못한다. 깨달음을 외부에서 찾지 말고 자신의 내면에서 찾으라.

사람의 삶이 괴로운 것은 소유에 집착하는 비이성적인 열정 때문이다. 오는 것은 막지 말고, 떠나는 것은 붙잡지 말라. 빈 곳에서 진정함이 메아리친다. 얽매이지 않는 것이 비움이다. 진리를 찾기 위해 종교를 믿기 시작했으나 종교에 얽매이면 집착으로 향하는 길이다. 행복에 매달리지도 불행을 피하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라. 그러면서 맑은 정신으로 자신을 지켜보라. 비우고 낮추며 자신을 성찰한다.

꽃의 아름다움에 이 꽃이 저꽃보다 예쁘다고 우열을 정하는 건 인간밖에 없다. 꽃은 그저 자신의 아름다움을 성실히 수행할 뿐이다. 그러면서 다른 풀이나 나무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인데 인간은 굳이 평가를 한다. 인간이 인간을 평가하듯이 말이다. 각자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각자 존중되어야할 존재이다. 새삼 깨닫는다. 이러한 말씀은 2003년에 일본 그룹 SMAP가 발표한 <세상에 하나뿐인 꽃>의 가사를 그대로 떠올리게 한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얼마나 위안이 되는 노래인지 들으며 매료되었는데 불교의 철학이었다.

행복은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최근에 읽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불교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확실해보인다. 과거와 미래는 실존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의 나를 삶의 전부로 느껴라. 지나간 것(과거)을 쫓아가지 말고, 오지 않는 것(미래)을 바라지 말라.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렸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현재도 잘 관찰해 보면 순간순간 변해가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여기'를 살도록 노력하라<중부경전>. 삶은 매순간 경이로 가득차 있는데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현재를 낭비해서는 안된다.

두 스님의 말씀을 한 권으로 만나 볼 수 있어서 좋은 책이다. 불교도는 아니지만 깨달음이 있고 통찰이 있는 책이라 곁에 두고 읽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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