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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을 깨는 사고력
양첸룽 지음, 오드리 탕 구술, 이에스더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10월
평점 :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 대만은 마스크 앱으로 마스크의 재고 상황을 파악해 구매하도록 했다. 긴 줄을 서거나 매점매석을 하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큰 소란없이 대처했다. 이를 실행시킨 장관이 오드리 탕이다. 조금 더 검색을 해보니 사실 마스크 앱은 한국인이 먼저 개발한 것을 대만에서 발전시켰고 당시 디지털 장관인 오드리 탕이 승인해서 사용한 것이므로 아이디어 자체가 완전히 그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민의 입장에서 불편함을 해소시키기 위해 발빠르게 마스크 판매처인 약국을 방문해 조언을 듣고 해결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 책상에서만 업무를 처리하지 않는다. 현장에 답이 있다.
오드리 탕(1981-)은 심장병 때문에 14살에 학교를 중퇴하고, 독학으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배웠다. 16살에 중국어 기사 검색 엔진 스타트업을 세우고, 나중에는 국내외 유명 기업에 입사해 일했고, 20대에 원격근무를 시작했다. 24살에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았고, 2016년 35세에 최연소 대만 디지털 장관으로 임명된다. 정규적인 교육을 받지 않고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일하는 방법을 깨우친 특이한 이력의 인물이다.
오드리 탕은 공유와 학습을 통해 서로 다른 시간대의 사람들이 함께 연구와 개발을 모으면 강력해진다고 조언한다. 소셜텍스트에서 8년간 원격근무를 했는데, 어떻게 각자의 나라에서 함께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오드리 탕의 동료들은 9개의 시간대에 생활하고 있었지만 스케줄과 각자의 일을 공유하고, 필요한 것은 학습해서 업무를 진행시켰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일하지 않는것으로 인식하는 직장생활과는 상당히 다른 업무방식이다. 모든 것이 공유되어 있으므로 내게 부족한 것을 배워 발전시킬 수 있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하루 딱 두 번 라인을 확인한다. 채팅창에서 끝없이 길어지는 대화를 피하기 위해 이메일을 이용한다. 시간을 관리하는데 '포모도로 기법'을 실천하는데, 25분 일하고 5분 쉬는 방식을 네 번 반복하는 사이클로 집중력있게 일한다. 또한 '수면기억법'은 자기 전 90분간 지식을 전하는 자료들을 읽고 10시에 잠에 들고 5시 반에 일어나 자기 전에 읽었던 것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메모하는 방법이다. 시간을 너무 느슨하게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정규학교도 중퇴하고 일반적으로 승진을 두고 경쟁하는 회사에서 일한 것도 아니다. 독학으로 관심가는 철학공부를 하였고, 프로그램 언어를 개발하고, 모두가 서로의 업무를 볼 수 있는 원격근무를 하였다. 주인처럼 공부하고 일했기 때문에 조직의 장이 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했을지 궁금했다.
역시 국가 기관에 소속되었어도 조직의 위계질서의 전통에 매몰되지 않고 독자적인 조직 관리능력을 보여준다. 회의를 이끄는 법을 예로 들자면, '집중대화기법'이 실행력을 높인다. 본격적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각자 사안에 대한 느낌이 어떤지, 어떤 객관적 사실이 그런 느낌을 갖게 했는지를 자유분방하게 이야기한 후 '대략적 합의'에 도달한다. 공통의 경험이 있어야 대략적 합의에 도달하기 쉽기 때문에 경험이 없다면, 직접 경험한 후 회의에 참석한다. 완벽한 방법에 도달하기 위한 의미없는 회의가 여러번 이어지기 보다 빠르게 실행할 수 있겠다.
오드리 탕은 미래의 생활에 대해서도 선형적이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초중고대로 이어지는 선형적인 교육과정이 아닌 비선형적 교육과정, 한줄을 읽고 다음 줄을 읽는 독서가 아닌 키워드를 따라 읽는 독서, 9시에서 6시까지 일하는 선형 경제가 아닌 이동하며 일도 하고 놀기도 하는 노마드 경제생활, 층층시하의 결제를 받는 구조가 아닌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문제해결을 찾는 수평적 조직, 선형적 사고 대신 공간적 사고를 제시한다.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디지털 독재에 대한 우려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디지털 독재란 소수 컴퓨터 과학자들이 자료처리 능력을 장악하여서 다수의 저소득층과 힘없는 지식인층과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다. 국가를 초월한 이러한 기업의 독점적 네트워크 집권은 미래를 암담하게 할 수 있다. 분산을 통해 이를 방지해야하는데, 일례로 플랫폼 안에서 사람들의 상호작용 방식은 플랫폼 주인이 아닌 사용자들이 결정해야한다. 또한 사용자가 알고리즘이나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규범을 만들고 따라야한다. 현재 메타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이나 빅테크 기업의 폐쇄적 운영을 비판한다. 공동창조와 공동작업만이 인류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길이다. 내 창조는 당신의 창조를 박탈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다음 창조를 더 쉽게 하기 위해서 이루어져야한다. 저작권이나 특허권이 의미없어진다. 과연 오드리 탕이 지향하는 미래가 될 것인지 의문이다.
오드리 탕은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선뜻 하기 어려운 방식을 과감하게 시행하고 성공한다. 그의 사고방식을 따르고자 한다면 일독할 책이다. 개인의 성공뿐 아니라 기업과 조직의 효율적인 업무진행을 위해서도 배워야할 점이 많은 책이다.